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새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허수아비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축구협회 기술위원회(위원장 황보관)는 21일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추천했다.
지난 11월 이회택 전 기술위원장의 사퇴로 기술위원회를 떠맡은 황보 위원장은 새 조직을 꾸리지 않다가 지난 12일에야 7명의 위원을 뽑았다.
이어 13일 첫 번째 회의를 소집하고 차기 사령탑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황보 위원장은 첫 번째 회의를 마친 뒤 "국내외 감독을 대상으로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외국인 감독을 좀 더 검토하고 선정작업을 해야 한다"고 밝혀 외국인 감독 발탁에 무게를 두는 듯했다.
하지만 8일 뒤인 21일 열린 기술위원회에서 최 감독이 사령탑으로 낙점받았다.
기술위는 애초의 분위기에서 벗어난 결과를 내놓으면서 말 그대로 ’번갯불에 콩 구워먹기’ 식의 선임절차를 밟은 것이다.
후임을 뽑기 위한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조광래 감독부터 내친 상황에서 축구협회 수뇌부와 황보 위원장이 처음부터 마음에 뒀던 것은 최 감독이었다.
이와 관련, 황보 위원장은 외국과 국내의 후보군을 두루 물망에 올려놓고 검토하면서 최 감독의 끈을 계속 놓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끈질긴 설득작업을 벌여 결국 세 차례 만남 끝에 승낙을 받아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기술위원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특히 기술위원 대다수는 최 감독이 차기 사령탑 후보로 추천될 것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이날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술위원은 "첫 번째 기술위 회의를 마친 뒤 별다른 얘기가 없었다"며 "오늘 아침 언론보도를 통해 최 감독 얘기를 처음 들었다"고 귀띔했다.
게다가 1시간 만에 끝난 회의에서 사전 정보가 없던 기술위원들이 좋은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내실 있는 토론을 벌였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황보 기술위원장은 최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정해 놓고 기술위원회를 열어 위원들의 동의를 형식적으로 받아낸 셈이 됐다.
기술위원회의 독립성이 또 훼손된 것이다.
황보 위원장은 "첫 번째 기술위원회에서 최 감독을 최우선 후보로 정하자고 이야기를 했다"며 "이후 기술위원들과 전화로 연락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앞서 황보 위원장은 조광래 감독의 경질을 결정하면서도 기술위원회를 가동하지 않아 절차상의 문제점을 남겼다.
조 감독의 경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는 축구협회 스폰서들의 압력도 작용했다는 취지로 발언해 기술위원회의 독립성과 정체성에 의구심을 일으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