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람(26·계룡시청)이 2012 런던올림픽에서 ’멈춰진 시계’ 때문에 어이없는 패배를 당한 뒤에 피스트에서 내려오지 않았던 것은 단지 억울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신아람은 30일(현지시간) 영국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연장전 1초를 남기고 세 번의 공격을 막아냈으나 운영진이 경기를 종료시키지 않아 네 번째 공격을 허용해 패배했다.
관중석 전체가 술렁일 만큼 명백한 오심으로 메달을 놓친 신아람은 선수단이 공식적으로 항의하는 동안 피스트 한쪽에 걸터앉아 눈물을 흘렸다.
신아람은 패배가 선언된 직후부터 한 시간이 넘도록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암전된 경기장 한가운데 환히 불을 밝힌 피스트에서 동료의 위로도 받지 못한 채 앉아있는 마음은 누구보다도 외로웠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아람은 어깨를 토닥여줄 손을 찾아 떠날 수 없었다.
규정상 선수가 피스트를 내려오면 경기가 종료된 것으로 간주하고 바로 다음 경기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선수단의 항의가 진행 중임에도 다음 경기가 시작되면 심판의 판정에 의해 3~4위전으로 떨어진 신아람은 바로 경기에 나서야 했다.
자연스럽게 패배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
만약 이를 거부하고 경기에 출전하지 않으면 기술위원회는 먼저 옐로카드를 주고, 재차 출전을 거부하면 블랙카드를 내민다.
블랙카드를 받으면 실격패가 될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
남은 여자 에페 단체전에도 출전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아람은 답답하고 외로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끝까지 피스트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운영요원들이 신아람을 대기실로 보내려 할 때 ‘노(No)’를 외치며 기립 박수로 격려하던 관중들이 고독한 신아람에게 그나마 희망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