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펜싱에서 벌어진 신아람(26·계룡시청)의 '멈춘 1초' 오심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면서 한국 체육계의 외교력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앞장서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당사자인 대한펜싱협회가 사건 발생 사흘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이 벌어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신아람이 최악의 오심으로 메달을 잃어버린 후 대한체육회(KOC)는 대책 수립을 위해 코리아하우스에서 새벽 3시까지 '밤샘 회의'를 진행했다.
KOC는 펜싱협회에 합동 회의를 제안했으나 펜싱협회 임원들은 전화기를 꺼놓은 채 회의에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OC는 '밤샘 회의'를 토대로 이튿날 아침 국제펜싱연맹(FIE)에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는 협상을 벌였지만 대한펜싱협회 임원은 보이지 않았다.
'신아람 오심' 사건은 올림픽에서 발생했지만 엄연히 펜싱 경기를 주관하는 단체인 FIE와 회원인 대한펜싱협회가 주체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KOC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회원 단체이기 때문에 개별 종목에서 발생한 사안은 원칙적으로 국제연맹과 해당 협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
배드민턴 '고의 패배' 사건을 보더라도 문제 해결은 국제연맹과 해당 협회가 먼저 하고 미흡할 경우에 IOC와 해당국 체육회가 움직이게 된다.
그런데도 FIE를 상대로 적극적인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펜싱협회는 '뒷정리'를 KOC에 맡겨둔 채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
KOC 역시 상급 단체로서 펜싱협회와의 긴밀한 공조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 결과 얻어낸 '특별상'은 선수의 사전 동의도 구하지 못한데다 '미봉책'이라는 비판에 휘말려 논란을 계속 키우고 말았다.
또한 체육회는 내부적으로 IOC의 협조를 구해 신아람에게 '공동 은메달'을 수여하는 방안을 추진중이지만 이마저 삐걱거리면서 흘러나와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일이 이렇게 되자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야 할 펜싱협회와 KOC가 오히려 갈등 국면으로 접어드는 꼴이 돼 더욱 아쉽다.
오심 사건이 일어난 직후 펜싱협회는 언론을 통해 "박용성 회장이 강요해서 신아람이 3~4위전에 나갔다"고 전하며 KOC를 비판했다.
신아람이 3-4위전 출전을 거부했다면 규정에 따라 옐로카드와 블랙 카드를 받아 실격 처리돼 4일 열리는 단체전에도 나갈 수 없게 된다.
선수는 여전히 다친 가슴을 부여잡고 울고 있는데, 이를 어루만져야 할 책임자들은 갈등만 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