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프로농구 관계자들에게는 국내 4대 프로 스포츠 가운데 승부조작에 연관되지 않은 유일한 종목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나 4일 경기도 의정부지검 형사 5부에서 프로농구 승부조작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라는 사실이 불거지면서 프로농구도 프로축구, 야구, 배구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프로농구는 그동안 승부조작 혐의로 처벌된 경우는 없었지만 사실 다른 종목에 비해 오히려 조작 사례가 더 많을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받아왔다.
각 팀의 순위가 정해지는 시즌 막판이 되면 친분이 있는 감독들끼리 승부를 조절해주는 경우가 암암리에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팀은 이미 순위가 정해져 있고, A팀 감독과 친분이 있는 B팀이 최하위가 될 위기에서 맞붙게 될 경우 A팀이 플레이오프 대비 등의 명분으로 주전 선수들을 기용하지 않으면서 B팀에 승리를 내주는 식이다.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벤치멤버를 기용한다거나,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예 작전타임을 부르지 않고 무성의하게 경기에 임하는 것도 암암리에 승부를 조절해주는 사례가 아닌가하는 의혹을 받았다.
또 시즌이 진행 중이더라도 친분이 있는 감독이 연패 중이라거나 하면 한 경기 정도는 져주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있다는 의혹도 팬들 사이에서는 널리 퍼져 있다.
이런 경우도 물론 '승부조작'의 한 예가 틀림없지만 농구계에서는 '다른 종목들처럼 금품이 오간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문제의식을 별로 느끼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시즌에 특히 심해진 '져주기 의혹'도 승부조작의 범주에 들어간다.
다음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권을 얻으려고 이번 시즌 6강에 들기보다 7~10위로 시즌을 마치겠다는 일부 구단들의 계산적인 행태가 바로 그것이다.
선수가 스포츠토토 구매 혐의로 징계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2006년 C구단의 D선수는 팬클럽 회장을 시켜 스포츠토토를 구입했다는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약식기소돼 벌금형을 받았다. 또 KBL로부터 36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3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승부 조작의 구체적인 사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선수가 직접 출전한 경기의 스포츠토토를 사들였다는 소문이 사실로 입증되면서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또 정식 스포츠토토가 아닌 불법 스포츠 도박에서는 농구 경기를 대상으로 첫 자유투 및 야투, 3점슛 성공 여부 등을 놓고 거액이 오간다는 설이 파다하다.
지난해 대한농구협회가 주관하는 아마추어 농구에서는 심판들이 대거 금품 수수 사건에 연루돼 사실상 승부를 조작한 사례가 발각되기도 했다.
이번 수사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KBL은 물론 농구협회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등 국내 농구 관련 단체들이 합심해서 농구계에 승부조작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