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보다 피해 큰 ‘땅밀림’…장마철인데 괜찮을까

입력 2021.07.01 (21:38) 수정 2021.07.0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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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땅속에 물이 차면서 산이 통째로 서서히 밀려 내려가다 무너지는 것을 '땅밀림'이라고 합니다.

산사태보다 피해 규모도 큽니다.

본격적인 장마를 앞두고 땅밀림이 우려되는 지역을 전문가와 함께 점검해 봤더니 길이 내려앉고, 위험 징후가 보이는 곳이 많았습니다.

차주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02년 8월, 집중호우로 산이 무너지면서 공장을 덮쳐 18명이 매몰되고 1명이 숨진 김해 내삼농공단지.

빗물이 제대로 배수되지 못하고 땅속으로 스며들면서 산이 통째로 밀린 '땅밀림' 재난이었습니다.

산사태는 급경사지에서 표층이 한꺼번에 흘러내리는 현상으로, 평균 5헥타르 규모로 일어납니다.

반면 땅밀림은 물이 빠지기 어려운 점토층이 암반층과 분리되면서 발생합니다.

피해 면적이 많게는 100헥타르에 이릅니다.

전문가와 함께 경남 하동군의 땅밀림 우려 지역을 찾았습니다.

평평하던 지반이 솟아올라 태양광시설이 구부러졌고, 경사면은 1m 아래로 꺼졌습니다.

오솔길도 곳곳이 무너졌습니다.

[박재현/경상국립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 "(산 능선에서부터) 밀리면서 그 충격으로 인장 균열이 생깁니다. 한꺼번에 쭉 밀리면서 앞에 있는 국도를 덮칠 가능성이 있는 거예요."]

이 산은 도로와 맞닿아 있고, 1.3km 거리에 마을도 있습니다.

시간당 30mm가 넘는 집중호우엔 주민 대피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정작 주민들은 모릅니다.

[손해권/인근 마을 주민 : "마을회관도 안전지대일 수 없죠, 산이 움직인다고 그러면. (마을 주민들 잘 모르세요?) 잘 모르는 게 아니라 아예 모르는 거죠."]

해당 자치단체에선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안전진단이나 응급복구에 손을 놓고 있습니다.

[성한동/경남 하동군 산림녹지과 : "땅밀림 예산 자체가 없기 때문에 어떤 구조물적인 대책이 어렵습니다. 산림청에서 예산이 내려오면 저희가 사업을 할 수 있는 부분인데."]

지금까지 전국에서 확인된 땅밀림 우려 지역은 77곳.

산사태와 달리 관련 정보가 일반에게 제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땅밀림도 산사태처럼 전국 위험지도를 만들어 공개하고 관리와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전국 땅밀림 조사 대상지는 19만여 곳.

이 가운데 현재까지 4천 곳만 조사가 끝난 상태입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촬영기자:김대현/그래픽:김신아 박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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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사태보다 피해 큰 ‘땅밀림’…장마철인데 괜찮을까
    • 입력 2021-07-01 21:38:55
    • 수정2021-07-01 22:19:34
    뉴스 9
[앵커]

땅속에 물이 차면서 산이 통째로 서서히 밀려 내려가다 무너지는 것을 '땅밀림'이라고 합니다.

산사태보다 피해 규모도 큽니다.

본격적인 장마를 앞두고 땅밀림이 우려되는 지역을 전문가와 함께 점검해 봤더니 길이 내려앉고, 위험 징후가 보이는 곳이 많았습니다.

차주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02년 8월, 집중호우로 산이 무너지면서 공장을 덮쳐 18명이 매몰되고 1명이 숨진 김해 내삼농공단지.

빗물이 제대로 배수되지 못하고 땅속으로 스며들면서 산이 통째로 밀린 '땅밀림' 재난이었습니다.

산사태는 급경사지에서 표층이 한꺼번에 흘러내리는 현상으로, 평균 5헥타르 규모로 일어납니다.

반면 땅밀림은 물이 빠지기 어려운 점토층이 암반층과 분리되면서 발생합니다.

피해 면적이 많게는 100헥타르에 이릅니다.

전문가와 함께 경남 하동군의 땅밀림 우려 지역을 찾았습니다.

평평하던 지반이 솟아올라 태양광시설이 구부러졌고, 경사면은 1m 아래로 꺼졌습니다.

오솔길도 곳곳이 무너졌습니다.

[박재현/경상국립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 "(산 능선에서부터) 밀리면서 그 충격으로 인장 균열이 생깁니다. 한꺼번에 쭉 밀리면서 앞에 있는 국도를 덮칠 가능성이 있는 거예요."]

이 산은 도로와 맞닿아 있고, 1.3km 거리에 마을도 있습니다.

시간당 30mm가 넘는 집중호우엔 주민 대피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정작 주민들은 모릅니다.

[손해권/인근 마을 주민 : "마을회관도 안전지대일 수 없죠, 산이 움직인다고 그러면. (마을 주민들 잘 모르세요?) 잘 모르는 게 아니라 아예 모르는 거죠."]

해당 자치단체에선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안전진단이나 응급복구에 손을 놓고 있습니다.

[성한동/경남 하동군 산림녹지과 : "땅밀림 예산 자체가 없기 때문에 어떤 구조물적인 대책이 어렵습니다. 산림청에서 예산이 내려오면 저희가 사업을 할 수 있는 부분인데."]

지금까지 전국에서 확인된 땅밀림 우려 지역은 77곳.

산사태와 달리 관련 정보가 일반에게 제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땅밀림도 산사태처럼 전국 위험지도를 만들어 공개하고 관리와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전국 땅밀림 조사 대상지는 19만여 곳.

이 가운데 현재까지 4천 곳만 조사가 끝난 상태입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촬영기자:김대현/그래픽:김신아 박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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