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장수촌에서 비만촌으로

입력 2006.01.06 (13:58) 수정 2006.01.2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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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본의 오키나와도 예로부터 세계적인 장수촌으로 꼽혀왔습니다. 그런 오키나와가 요즘에는 일본의 47개 지방 가운데 4,50대 남자 사망률 1위, 비만율 역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차 대전 후 미국령으로 넘어간 뒤 식생활이 급격히 서구화됐기 때문이라는데요.

음식의 변화로 무너지고 있는 장수촌 오키나와를 김대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구 130만명의 오키나와... 400여년 전까지만 해도 '류큐'라는 독립 왕국이었던 오키나와는 1609년 일본에 침공 당해 병합됐습니다. 궁전이었던 슈리성은 전쟁을 즐겼던 일본 본토의 성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온화한 기후에다 풍부한 먹거리로 세계 최고의 장수촌으로 널리 알려져 왔습니다. 오키나와에서 90살 이상 노인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100살 이상 노인도 주민 10만명에 47명이나 돼 일본 내 평균 16명에 비해 세 배나 많습니다. 이들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인터뷰>다마나하(94살): "(지금까지 주로 뭘 먹고 지냈습니까?)오키나와 음식은 야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두부나 양파를 넣은 요리도 즐깁니다."

미국의 장수학자 윌콕스는 오키나와의 장수에 흠뻑 빠져 현지 여성과 결혼까지 하며 오키나와 프로그램이란 장수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윌콕스 (오키나와현립 간호대 교수): "오키나와의 전통적인 식생활을 보면 고구마가 주식이었습니다. 고구마와 두부,여러가지 녹황색 채소도 많습니다."

오키나와 장수의 비결은 역시 음식이었습니다. 그런 오키나와가 지금은 고구마를 거의 먹지 않고 고기를 재료로 한 음식으로 주식이 바뀌고 말았습니다. 50대 이하를 중심으로 점차 비만자가 늘어나면서 일본 내 비만률 1위로 밝혀져 충격을 던진데 이어 이번에는 통계 조사 이후 줄 곧 1위였던 평균 수명이 남자의 경우 47개 지방 가운데 26위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세계 최장수 지역으로 유명한 오키나와가 왜 이렇게 무너지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30년 가까이 계속된 미국의 통치로 오키나와의 식생활이 크게 바뀌었고 이것이 비만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인터뷰> 다이라 (류큐대 교수): "전후 본토에 비해 오키나와는 서양 식생활의 커다란 영향을 받아 주민의 음식생활을 크게 바꿔 놓았습니다. 패스트푸드 음식점이 늘어나고 매일 일상생활에서 이용자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오키나와는 2차 대전 후 미국령으로 편입돼 1972년 일본에 반환되기까지 30년 가까이 미군정의 통치를 받았습니다. 자동차가 없었던 섬에서 자동차 없이는 움직이지 못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스테이크와 햄버거, 프라이드 치킨 등 미국식 음식이 홍수를 이뤘습니다.

미국령이다 보니 당시 미국에서 들여오는 식료품은 관세조차 없었습니다. 미국의 어느 도시를 보듯 나하시에서는 스테이크를 즐기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인터뷰>간자와 (고교 2년): "스테이크를 제일 좋아하고 그 다음은 햄버거 그 다음이 구워먹는 고기입니다. 매일 고기를 먹습니다."

서구식 식생활 속에서 성장한 현재의 40대 50대는 절반이 비만입니다. 건설회사 영업부장인 가자씨... 5년 전 48살에 과체중으로 쓰러져 당뇨병 진단을 받고 지금도 때때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가자(53살/건설회사 부장): "햄버거를 사서 운전중에 먹는 일이 늘어나고 그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손이 가고 먹게 됩니다."

하루 4차례씩 인슐린 주사를 맞으면서 이제는 허리 둘레가 98센티미터까지 줄어 한숨을 놓게 됐습니다. 이러다 보니 나하시와 토미시로시 등 오키나와 주요 도시에서는 비만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터뷰>히가 (토미시로 병원 내과 전문의): "비만자의 절반가량이 대사증후군 상태입니다. 비만의 연령도 낮아지고 젊어지는 비율이 매우 높아지고 있습니다. 10년 20년 전에 비하면 두 배 가량 높아졌습니다."

전통적인 야채 위주의 음식대신 패스트푸드를 즐기는 젊은 세대의 비만은 위험 수준에까지 와 있습니다. 오키나와현은 지난 95년 세계보건기구 WHO 사무총장까지 참석한 가운데 거창하게도 '세계 장수지역선언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불과 10년 전에 이곳 오키나와가 세계 장수지역임을 선언한 이 기념비는 더 이상 어떤 주목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세계 1위의 장수 국가인 일본내에서도 최고의 장수촌인 오키나와가 10년 만에 비만촌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장수 학자 윌콕스는 경고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윌콕스 (오키나와현립 간호대 교수): "지금 건강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장래 장수는 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구마를 주식으로 하고 찬불이라는 야채 볶음을 즐겼던 오키나와 사람들은 자신들의 전통 음식 문화를 소홀히 한 만큼 지금 고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네, 다음주에는 이 세상에서 자신들이 가장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히말라야의 소국, 부탄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특파원 현장보고 세계를 가다>는 올 한 해도 전 지구적인 관심사와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찾아서 열심히 뛰겠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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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키나와, 장수촌에서 비만촌으로
    • 입력 2006-01-06 11:20:58
    • 수정2006-01-20 13:38:51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일본의 오키나와도 예로부터 세계적인 장수촌으로 꼽혀왔습니다. 그런 오키나와가 요즘에는 일본의 47개 지방 가운데 4,50대 남자 사망률 1위, 비만율 역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차 대전 후 미국령으로 넘어간 뒤 식생활이 급격히 서구화됐기 때문이라는데요. 음식의 변화로 무너지고 있는 장수촌 오키나와를 김대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구 130만명의 오키나와... 400여년 전까지만 해도 '류큐'라는 독립 왕국이었던 오키나와는 1609년 일본에 침공 당해 병합됐습니다. 궁전이었던 슈리성은 전쟁을 즐겼던 일본 본토의 성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온화한 기후에다 풍부한 먹거리로 세계 최고의 장수촌으로 널리 알려져 왔습니다. 오키나와에서 90살 이상 노인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100살 이상 노인도 주민 10만명에 47명이나 돼 일본 내 평균 16명에 비해 세 배나 많습니다. 이들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인터뷰>다마나하(94살): "(지금까지 주로 뭘 먹고 지냈습니까?)오키나와 음식은 야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두부나 양파를 넣은 요리도 즐깁니다." 미국의 장수학자 윌콕스는 오키나와의 장수에 흠뻑 빠져 현지 여성과 결혼까지 하며 오키나와 프로그램이란 장수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윌콕스 (오키나와현립 간호대 교수): "오키나와의 전통적인 식생활을 보면 고구마가 주식이었습니다. 고구마와 두부,여러가지 녹황색 채소도 많습니다." 오키나와 장수의 비결은 역시 음식이었습니다. 그런 오키나와가 지금은 고구마를 거의 먹지 않고 고기를 재료로 한 음식으로 주식이 바뀌고 말았습니다. 50대 이하를 중심으로 점차 비만자가 늘어나면서 일본 내 비만률 1위로 밝혀져 충격을 던진데 이어 이번에는 통계 조사 이후 줄 곧 1위였던 평균 수명이 남자의 경우 47개 지방 가운데 26위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세계 최장수 지역으로 유명한 오키나와가 왜 이렇게 무너지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30년 가까이 계속된 미국의 통치로 오키나와의 식생활이 크게 바뀌었고 이것이 비만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인터뷰> 다이라 (류큐대 교수): "전후 본토에 비해 오키나와는 서양 식생활의 커다란 영향을 받아 주민의 음식생활을 크게 바꿔 놓았습니다. 패스트푸드 음식점이 늘어나고 매일 일상생활에서 이용자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오키나와는 2차 대전 후 미국령으로 편입돼 1972년 일본에 반환되기까지 30년 가까이 미군정의 통치를 받았습니다. 자동차가 없었던 섬에서 자동차 없이는 움직이지 못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스테이크와 햄버거, 프라이드 치킨 등 미국식 음식이 홍수를 이뤘습니다. 미국령이다 보니 당시 미국에서 들여오는 식료품은 관세조차 없었습니다. 미국의 어느 도시를 보듯 나하시에서는 스테이크를 즐기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인터뷰>간자와 (고교 2년): "스테이크를 제일 좋아하고 그 다음은 햄버거 그 다음이 구워먹는 고기입니다. 매일 고기를 먹습니다." 서구식 식생활 속에서 성장한 현재의 40대 50대는 절반이 비만입니다. 건설회사 영업부장인 가자씨... 5년 전 48살에 과체중으로 쓰러져 당뇨병 진단을 받고 지금도 때때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가자(53살/건설회사 부장): "햄버거를 사서 운전중에 먹는 일이 늘어나고 그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손이 가고 먹게 됩니다." 하루 4차례씩 인슐린 주사를 맞으면서 이제는 허리 둘레가 98센티미터까지 줄어 한숨을 놓게 됐습니다. 이러다 보니 나하시와 토미시로시 등 오키나와 주요 도시에서는 비만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터뷰>히가 (토미시로 병원 내과 전문의): "비만자의 절반가량이 대사증후군 상태입니다. 비만의 연령도 낮아지고 젊어지는 비율이 매우 높아지고 있습니다. 10년 20년 전에 비하면 두 배 가량 높아졌습니다." 전통적인 야채 위주의 음식대신 패스트푸드를 즐기는 젊은 세대의 비만은 위험 수준에까지 와 있습니다. 오키나와현은 지난 95년 세계보건기구 WHO 사무총장까지 참석한 가운데 거창하게도 '세계 장수지역선언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불과 10년 전에 이곳 오키나와가 세계 장수지역임을 선언한 이 기념비는 더 이상 어떤 주목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세계 1위의 장수 국가인 일본내에서도 최고의 장수촌인 오키나와가 10년 만에 비만촌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장수 학자 윌콕스는 경고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윌콕스 (오키나와현립 간호대 교수): "지금 건강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장래 장수는 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구마를 주식으로 하고 찬불이라는 야채 볶음을 즐겼던 오키나와 사람들은 자신들의 전통 음식 문화를 소홀히 한 만큼 지금 고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네, 다음주에는 이 세상에서 자신들이 가장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히말라야의 소국, 부탄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특파원 현장보고 세계를 가다>는 올 한 해도 전 지구적인 관심사와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찾아서 열심히 뛰겠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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