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

입력 2006.01.13 (14:32) 수정 2006.01.2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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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구촌 웰빙 현장보고, 오늘은 그 두 번째 순서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부탄 국민들의 삶을 조명해 보겠습니다. 1인 당 GNP가 1000달러 수준으로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이 나라 사람들의 행복의 조건은 다른데 있습니다. 물질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 과연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지를 되새기게 하는 부탄의 행복해지기 실험, 이승철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왕의 생일을 축하하는 축제 한마당... 각 부족의 전통 춤 공연이 이어집니다. 동물의 탈을 쓰고 꿈속에서 본 이상향을 구현하는 데미체 족의 춤부터 히말라야에서 내려온 고산 족의 춤까지.... 할아버지 할머니, 손자 손녀... 흔히 볼 수 없는 구경거리에 멀리서부터 구경꾼이 몰려들었습니다.

<인터뷰> 돈 주 트닝: "동쪽 지역에서 왔는데요,축제가 정말 재밌습니다."

언뜻 개량 한복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아기를 들쳐 업은 부탄 여성들, 남자들이 입은 치마 형태의 전통복장은 우리나라 두루마기와 비슷한데다 얼굴 생김생김 마저 판박입니다.

어린이들의 놀이도 우리 것을 연상시킵니다. 중키라고 하는 전통놀입니다. 옛날 골목에서 하던 제기차기와 똑같습니다.

생김새부터 전통놀이까지 우리 민족과 너무도 흡사한 히말라야의 고산왕국 부탄. 각 집의 불당에서 예불을 올리는 것으로 이곳의 평화로운 아침은 열립니다.

<인터뷰>잠: "모든 행복과 안녕이 부처님 덕분입니다."

독실한 라마불교 국가인 부탄. 일종의 성체로 행정중심지 역할을 하는 '종'도 절반이 종교구역일 정도로 불교의 영향력이 강합니다. 히말라야 산자락에 인구도 60만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소국. 60년 대에야 부분적으로 문호를 열기 시작했고, TV 방송이 99년에야 시작된, 세상의 중심에 가장 비껴서 있는 나라가 부탄입니다.

이 조그만 나라가 재작년 10월 세계에서 유래없는 전면적인 담배판매 금지책을 내놓으면서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담배 있나요) 없습니다. 정부에서 못팔게 합니다"

이같이 급진적인 보건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데는 부탄만의 독특한 국가철학이 작용했습니다. 부탄은 90년대 후반부터 경제발전의 지표인 GDP, 국내총생산 개념 대신 전 국민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국민총행복지수 즉 GNH라는 개념을 도입해 국가발전의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인터뷰>카르마 갈래이 (부탄 연구소 선임연구원):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모두 금연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담배를 못피우게 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사회경제적 발전, 자연환경 보호,전통문화 수호 안정된 정치 환경 등 국민총행복지수는 4개의 뼈대를 통해 사회 구성원 전체가 행복해 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국정철학입니다.

<인터뷰> 지그미 틴레이 (부탄 내무부 장관): "틀에 박힌 발전방식은 완전히 경제 지향적,소비 지향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물질적,정신적 필요가 함께 손잡고 나가야 한다는 믿음에 근거해 발전의 철학을 시작했습니다."

국궁장에서 열린 활쏘기 대회. 과녁에 명중할 때마다 축하의 노래가 울려퍼집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빼놓곤 모두 남자는 '코'와 여자는 '키라'라고 하는 전통복장을 입고 있습니다. 공공기관 종사자는 의무적으로 전통복장을 입어야 하고 그 밖에 일반 사람들도 대부분 전통복장을 입은 채 생활합니다. 의복 등 고유 가치의 보호가 사회의 행복과 연결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인터뷰>필 아놀드 (아일랜드 관광객): " 전통을 지키며 산다는게 놀랍습니다.서구사회는 그렇지 못하거든요. 서구와는 다른, 아니 그 보다 더 나은 삶의 방식을 보러 사람들이 오는 것 같습니다."

주변을 감싸고 있는 자연에 대한 생각은 더욱 독특합니다. 깍아지른 절벽 길을 아슬아슬하게 달린지 6시간. 산을 넘어서자 마치 딴 세상처럼 드넓은 분지가 드러납니다. 분지에 점점이 보이는 것들은 모두 두루미들입니다. 고개를 숙여 먹이를 찾고, 한가로이 거니는 모습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은 원초적 자연의 모습 그대롭니다.

2개의 개천이 흘러들면서 고산 습지를 이뤄 먹을 것이 풍부한 데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간섭을 받지 않아 매년 3~400마리의 두루미가 이곳을 찾습니다. 4천 5백여 명의 주민들이 주변에 살고 있지만 두루미를 해치거나 하는 일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인터뷰> 단딘 (폽지카 주민): "아침에 새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새와 우리는 함께 살아갑니다."

양 쪽의 공생 관계는 주민들이 이 지역에 전력선을 아예 끌어오지 않는 배려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두루미의 안식처인 이곳엔 전깃줄이 없습니다. 모든 집에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해 두루미가 다치는 것을 막습니다.

전 국토의 26%가 동식물 보호지역일 정도로 자연을 파괴하는 발전보단 더디더라도 공생의 길을 찾습니다. 부탄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것에 얼마나 가치를 두는지 보여줍니다. 영국과 캐나다에서 7년 동안 경제학을 공부한 타시 왕얄씨는 다국적 컨설팅 회사들의 억대 연봉 제의를 뿌리치고 3년 전 부탄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곳에서 받는 돈은 한달에 150달러, 우리돈 15만원 정도지만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돈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하는 서구적 삶은 부탄인의 정서에 맞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타시 왕얄: "(서구에서는)생활이 편리하긴 하지만 물질적 편리함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는 않습니다.돈은 벌 수 있지만 꼭 행복한 것만은 아니죠."

이런 이유 때문인지 외국 유학생의 99%가 다시 부탄으로 돌아옵니다. 가족과 공동체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삶에 익숙한 그들에게 경쟁을 우선시하는 서구적 가치는 낯설기 그지 없는 것입니다. 이상적인 것으로만 치부되던 부탄의 행복해지기 실험은 최근 들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유엔개발이 적극적으로 나서 올해안에 국민총행복지수 GNH를 측정할 지수를 개발한다는 계획도 진행중입니다.

<인터뷰> 카르마 갈래이 (부탄 연구소 선임 연구원): "(GNH에는) GDP엔 없는 항목들이 포함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자유시간의 가치,지역 활동의 가치,우정의 가치,무보수 노동의 가치 등이 고려될 것입니다."

나 만이 아니라 사회 모두가 소중하다는 부탄의 행복론. 자기 중심적 만족감 만을 쫓는 현대인들에게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새로운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그리고 그들의 실험이 진실로 행복한 삶으로 이어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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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
    • 입력 2006-01-13 11:29:27
    • 수정2006-01-20 13:38:16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지구촌 웰빙 현장보고, 오늘은 그 두 번째 순서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부탄 국민들의 삶을 조명해 보겠습니다. 1인 당 GNP가 1000달러 수준으로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이 나라 사람들의 행복의 조건은 다른데 있습니다. 물질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 과연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지를 되새기게 하는 부탄의 행복해지기 실험, 이승철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왕의 생일을 축하하는 축제 한마당... 각 부족의 전통 춤 공연이 이어집니다. 동물의 탈을 쓰고 꿈속에서 본 이상향을 구현하는 데미체 족의 춤부터 히말라야에서 내려온 고산 족의 춤까지.... 할아버지 할머니, 손자 손녀... 흔히 볼 수 없는 구경거리에 멀리서부터 구경꾼이 몰려들었습니다. <인터뷰> 돈 주 트닝: "동쪽 지역에서 왔는데요,축제가 정말 재밌습니다." 언뜻 개량 한복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아기를 들쳐 업은 부탄 여성들, 남자들이 입은 치마 형태의 전통복장은 우리나라 두루마기와 비슷한데다 얼굴 생김생김 마저 판박입니다. 어린이들의 놀이도 우리 것을 연상시킵니다. 중키라고 하는 전통놀입니다. 옛날 골목에서 하던 제기차기와 똑같습니다. 생김새부터 전통놀이까지 우리 민족과 너무도 흡사한 히말라야의 고산왕국 부탄. 각 집의 불당에서 예불을 올리는 것으로 이곳의 평화로운 아침은 열립니다. <인터뷰>잠: "모든 행복과 안녕이 부처님 덕분입니다." 독실한 라마불교 국가인 부탄. 일종의 성체로 행정중심지 역할을 하는 '종'도 절반이 종교구역일 정도로 불교의 영향력이 강합니다. 히말라야 산자락에 인구도 60만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소국. 60년 대에야 부분적으로 문호를 열기 시작했고, TV 방송이 99년에야 시작된, 세상의 중심에 가장 비껴서 있는 나라가 부탄입니다. 이 조그만 나라가 재작년 10월 세계에서 유래없는 전면적인 담배판매 금지책을 내놓으면서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담배 있나요) 없습니다. 정부에서 못팔게 합니다" 이같이 급진적인 보건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데는 부탄만의 독특한 국가철학이 작용했습니다. 부탄은 90년대 후반부터 경제발전의 지표인 GDP, 국내총생산 개념 대신 전 국민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국민총행복지수 즉 GNH라는 개념을 도입해 국가발전의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인터뷰>카르마 갈래이 (부탄 연구소 선임연구원):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모두 금연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담배를 못피우게 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사회경제적 발전, 자연환경 보호,전통문화 수호 안정된 정치 환경 등 국민총행복지수는 4개의 뼈대를 통해 사회 구성원 전체가 행복해 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국정철학입니다. <인터뷰> 지그미 틴레이 (부탄 내무부 장관): "틀에 박힌 발전방식은 완전히 경제 지향적,소비 지향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물질적,정신적 필요가 함께 손잡고 나가야 한다는 믿음에 근거해 발전의 철학을 시작했습니다." 국궁장에서 열린 활쏘기 대회. 과녁에 명중할 때마다 축하의 노래가 울려퍼집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빼놓곤 모두 남자는 '코'와 여자는 '키라'라고 하는 전통복장을 입고 있습니다. 공공기관 종사자는 의무적으로 전통복장을 입어야 하고 그 밖에 일반 사람들도 대부분 전통복장을 입은 채 생활합니다. 의복 등 고유 가치의 보호가 사회의 행복과 연결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인터뷰>필 아놀드 (아일랜드 관광객): " 전통을 지키며 산다는게 놀랍습니다.서구사회는 그렇지 못하거든요. 서구와는 다른, 아니 그 보다 더 나은 삶의 방식을 보러 사람들이 오는 것 같습니다." 주변을 감싸고 있는 자연에 대한 생각은 더욱 독특합니다. 깍아지른 절벽 길을 아슬아슬하게 달린지 6시간. 산을 넘어서자 마치 딴 세상처럼 드넓은 분지가 드러납니다. 분지에 점점이 보이는 것들은 모두 두루미들입니다. 고개를 숙여 먹이를 찾고, 한가로이 거니는 모습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은 원초적 자연의 모습 그대롭니다. 2개의 개천이 흘러들면서 고산 습지를 이뤄 먹을 것이 풍부한 데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간섭을 받지 않아 매년 3~400마리의 두루미가 이곳을 찾습니다. 4천 5백여 명의 주민들이 주변에 살고 있지만 두루미를 해치거나 하는 일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인터뷰> 단딘 (폽지카 주민): "아침에 새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새와 우리는 함께 살아갑니다." 양 쪽의 공생 관계는 주민들이 이 지역에 전력선을 아예 끌어오지 않는 배려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두루미의 안식처인 이곳엔 전깃줄이 없습니다. 모든 집에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해 두루미가 다치는 것을 막습니다. 전 국토의 26%가 동식물 보호지역일 정도로 자연을 파괴하는 발전보단 더디더라도 공생의 길을 찾습니다. 부탄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것에 얼마나 가치를 두는지 보여줍니다. 영국과 캐나다에서 7년 동안 경제학을 공부한 타시 왕얄씨는 다국적 컨설팅 회사들의 억대 연봉 제의를 뿌리치고 3년 전 부탄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곳에서 받는 돈은 한달에 150달러, 우리돈 15만원 정도지만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돈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하는 서구적 삶은 부탄인의 정서에 맞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타시 왕얄: "(서구에서는)생활이 편리하긴 하지만 물질적 편리함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는 않습니다.돈은 벌 수 있지만 꼭 행복한 것만은 아니죠." 이런 이유 때문인지 외국 유학생의 99%가 다시 부탄으로 돌아옵니다. 가족과 공동체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삶에 익숙한 그들에게 경쟁을 우선시하는 서구적 가치는 낯설기 그지 없는 것입니다. 이상적인 것으로만 치부되던 부탄의 행복해지기 실험은 최근 들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유엔개발이 적극적으로 나서 올해안에 국민총행복지수 GNH를 측정할 지수를 개발한다는 계획도 진행중입니다. <인터뷰> 카르마 갈래이 (부탄 연구소 선임 연구원): "(GNH에는) GDP엔 없는 항목들이 포함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자유시간의 가치,지역 활동의 가치,우정의 가치,무보수 노동의 가치 등이 고려될 것입니다." 나 만이 아니라 사회 모두가 소중하다는 부탄의 행복론. 자기 중심적 만족감 만을 쫓는 현대인들에게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새로운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그리고 그들의 실험이 진실로 행복한 삶으로 이어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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