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입맛 사로잡은 고추장

입력 2006.04.07 (13:31) 수정 2006.04.0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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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의 고추장이 일본인들에게 웰빙 식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류 붐을 타고 한국 고추장이 일본 사회에 파고들면서 최근에는 고추장을 이용해 만드는 일본 요리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요.

평소 매운 맛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인들이지만 고추장 특유의 매콤 달콤한 맛에 푹 빠져들고 있다고 합니다.

도쿄 김대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도쿄 중심가에 있는 한 요리학원. 한국 고추장을 이용한 일본 요리 만들기 강의가 올 들어 새롭게 개설돼 일본 주부들로부터 단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고추장을 듬뿍 넣는 돼지고기 감자 요리와 고추장을 발라 굽는 일본 모찌가 오늘의 요리입니다. 언뜻 보기에도 아주 매울 것 같지만 일본인들은 고추장에서 나오는 매운 맛과 특유의 단 맛이 오랫동안 입안에 남는다면서 의외로 고추장에 매료됩니다.

<인터뷰>사사키(주부) : "한국 드라마에서 김치찌개를 만드는 것을 보고 먹고 싶어 고추장을 샀는데 일본 요리에도 살릴 수 없을까 하고 강의에 참가했습니다."

사사키 주부는 아직 한국 고추장에 익숙하진 않지만 1주일에 한번 열리는 고추장 요리 강의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습니다.

<녹취>요시오카(요리 전문가) : "(고추장을 넣어 만들 수 있는 일본요리는 몇 개나 됩니까?) 글쎄요. 지금까지 우리가 만들어 본 요리는 30개 정도 됩니다."

우연한 기회에 고추장을 경험한 마쯔바라 씨는 한국 고추장에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마쯔바라(주부) : "한번 고추장을 먹으면 또 먹고 싶어지는 것이 고추장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먹을거리인 고추장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시작했습니다.

도쿄 중심가 긴자에서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는 나카무라씨 부부. 5년 전 한국 식당에서 고추장 맛을 알게 된 뒤 지금은 집에도 늘 고추장을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나카무라 부부는 한 달에 두 세 번은 비빔밥을 해 먹고 있습니다.

<인터뷰>나카무라 마무루 : "조금 맵지만 아주 맛있습니다."

<인터뷰>나카무라 노리코 : "이웃이나 친구들에게 고추장 요리를 가르쳐 주고 해서 고추장을 사용하는 가정이 많아 졌습니다."

나카무라씨처럼 고추장을 좋아하는 보통의 일본 가정이 아직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 등 한류 붐을 타고 한국 고추장이 알려지면서 일본 수퍼마켓에서도 손쉽게 고추장을 살 수 있게 됐습니다.

담백한 맛을 즐기는 일본인들에게 처음으로 매운 맛을 알려준 것은 역시 중국의 도반장입니다. 도반장은 일본 매운 맛 시장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한류 붐을 타고 고추장이 맹렬한 추격전을 펴고 있습니다.

중국 도반장은 매운 맛만 있고 고추장과 같은 깊은 단 맛이 없기 때문에 일본인 입맛에는 고추장이 더 잘 맞습니다.

<인터뷰>나가이케(수퍼마켓 점장) : "우리 가게에서는 도반장이 70%, 고추장이 30% 정도 팔리는데 일본인에게도 침투돼서 고추장이 점차 도반장을 따라잡는 추세입니다."

일본에서 고추장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비빔밥입니다. 비빔밥 뿐 아니라 일본 사람들은 고기를 구워 먹을 때 고추장을 넣은 매운 소스에 찍어 먹습니다. 일본에서 대중 식당인 야키니쿠점에는 항상 한국 고추장이 비치돼 있습니다.

<인터뷰>고야노(회사원) : "(고추장을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어요?) 2,3년 전이입니다. 그 전에는 먹지 않았습니다."

<인터뷰>고시미즈(대학생) : "고추장 맛은 일본인도 먹기 쉽습니다. 김치도 좋아하고 맵고 달짝지근한 것은 아주 좋아하는 맛입니다."

고추장이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일본 기업들조차 고추장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인터뷰>요시오카(요리 전문가) : "고추장이나 김치 등 발효식품은 위나 장에 자극을 줘서 몸에 매우 좋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런 붐을 타면서 맛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점점 확산될 것으로 봅니다."

고추장의 일본 수출은 지난 2000년만 해도 197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한류 붐과 함께 급격히 늘어나 2004년에는 400만 달러를 넘었습니다.

<인터뷰>김규환(고추장 제조 업체 일본 대표) : "일본인 입맛에 맞는 고추장 요리 방법을 계속 개발해 일본 시장에 침투시키고 일본 가정에도 알려주는 그런 방안이 연구돼야 합니다."

스파게티가 일본에 정착하는데는 30년 가까이 걸렸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한국 고추장은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 고추장이 제2의 김치만큼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조미료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일본인 입맛에 맞는 다양한 상품으로 개발될 필요가 있습니다.

소수에 대한 다수의 배려, 쿠르드와 집시들의 비극 해소에도 반드시 필요한 가치겠습니다만 우리 사회의 혼혈인들에 대한 시각도 그런 관점에서 달라져야겠습니다. 특파원 현장보고 세계를 가다,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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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입맛 사로잡은 고추장
    • 입력 2006-04-07 10:19:26
    • 수정2006-04-07 13:34:49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우리의 고추장이 일본인들에게 웰빙 식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류 붐을 타고 한국 고추장이 일본 사회에 파고들면서 최근에는 고추장을 이용해 만드는 일본 요리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요. 평소 매운 맛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인들이지만 고추장 특유의 매콤 달콤한 맛에 푹 빠져들고 있다고 합니다. 도쿄 김대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도쿄 중심가에 있는 한 요리학원. 한국 고추장을 이용한 일본 요리 만들기 강의가 올 들어 새롭게 개설돼 일본 주부들로부터 단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고추장을 듬뿍 넣는 돼지고기 감자 요리와 고추장을 발라 굽는 일본 모찌가 오늘의 요리입니다. 언뜻 보기에도 아주 매울 것 같지만 일본인들은 고추장에서 나오는 매운 맛과 특유의 단 맛이 오랫동안 입안에 남는다면서 의외로 고추장에 매료됩니다. <인터뷰>사사키(주부) : "한국 드라마에서 김치찌개를 만드는 것을 보고 먹고 싶어 고추장을 샀는데 일본 요리에도 살릴 수 없을까 하고 강의에 참가했습니다." 사사키 주부는 아직 한국 고추장에 익숙하진 않지만 1주일에 한번 열리는 고추장 요리 강의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습니다. <녹취>요시오카(요리 전문가) : "(고추장을 넣어 만들 수 있는 일본요리는 몇 개나 됩니까?) 글쎄요. 지금까지 우리가 만들어 본 요리는 30개 정도 됩니다." 우연한 기회에 고추장을 경험한 마쯔바라 씨는 한국 고추장에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마쯔바라(주부) : "한번 고추장을 먹으면 또 먹고 싶어지는 것이 고추장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먹을거리인 고추장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시작했습니다. 도쿄 중심가 긴자에서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는 나카무라씨 부부. 5년 전 한국 식당에서 고추장 맛을 알게 된 뒤 지금은 집에도 늘 고추장을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나카무라 부부는 한 달에 두 세 번은 비빔밥을 해 먹고 있습니다. <인터뷰>나카무라 마무루 : "조금 맵지만 아주 맛있습니다." <인터뷰>나카무라 노리코 : "이웃이나 친구들에게 고추장 요리를 가르쳐 주고 해서 고추장을 사용하는 가정이 많아 졌습니다." 나카무라씨처럼 고추장을 좋아하는 보통의 일본 가정이 아직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 등 한류 붐을 타고 한국 고추장이 알려지면서 일본 수퍼마켓에서도 손쉽게 고추장을 살 수 있게 됐습니다. 담백한 맛을 즐기는 일본인들에게 처음으로 매운 맛을 알려준 것은 역시 중국의 도반장입니다. 도반장은 일본 매운 맛 시장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한류 붐을 타고 고추장이 맹렬한 추격전을 펴고 있습니다. 중국 도반장은 매운 맛만 있고 고추장과 같은 깊은 단 맛이 없기 때문에 일본인 입맛에는 고추장이 더 잘 맞습니다. <인터뷰>나가이케(수퍼마켓 점장) : "우리 가게에서는 도반장이 70%, 고추장이 30% 정도 팔리는데 일본인에게도 침투돼서 고추장이 점차 도반장을 따라잡는 추세입니다." 일본에서 고추장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비빔밥입니다. 비빔밥 뿐 아니라 일본 사람들은 고기를 구워 먹을 때 고추장을 넣은 매운 소스에 찍어 먹습니다. 일본에서 대중 식당인 야키니쿠점에는 항상 한국 고추장이 비치돼 있습니다. <인터뷰>고야노(회사원) : "(고추장을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어요?) 2,3년 전이입니다. 그 전에는 먹지 않았습니다." <인터뷰>고시미즈(대학생) : "고추장 맛은 일본인도 먹기 쉽습니다. 김치도 좋아하고 맵고 달짝지근한 것은 아주 좋아하는 맛입니다." 고추장이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일본 기업들조차 고추장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인터뷰>요시오카(요리 전문가) : "고추장이나 김치 등 발효식품은 위나 장에 자극을 줘서 몸에 매우 좋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런 붐을 타면서 맛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점점 확산될 것으로 봅니다." 고추장의 일본 수출은 지난 2000년만 해도 197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한류 붐과 함께 급격히 늘어나 2004년에는 400만 달러를 넘었습니다. <인터뷰>김규환(고추장 제조 업체 일본 대표) : "일본인 입맛에 맞는 고추장 요리 방법을 계속 개발해 일본 시장에 침투시키고 일본 가정에도 알려주는 그런 방안이 연구돼야 합니다." 스파게티가 일본에 정착하는데는 30년 가까이 걸렸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한국 고추장은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 고추장이 제2의 김치만큼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조미료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일본인 입맛에 맞는 다양한 상품으로 개발될 필요가 있습니다. 소수에 대한 다수의 배려, 쿠르드와 집시들의 비극 해소에도 반드시 필요한 가치겠습니다만 우리 사회의 혼혈인들에 대한 시각도 그런 관점에서 달라져야겠습니다. 특파원 현장보고 세계를 가다,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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