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장수하는 비결

입력 2006.01.06 (13:58) 수정 2006.01.2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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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새해를 시작하면서 건강한 삶을 위한 새로운 결심들 많이 하셨을 줄로 압니다. 저희는 새해 연속 기획으로 어떻게 사는 삶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인지를 함께 생각해보는 '웰빙 현장보고' 순서를 마련했습니다. 

먼저, 일반적인 경향과는 다르게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장수를 누리고 있는 마을을 가보겠습니다. 최근 남성 장수촌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 주민들의 장수 비결을 알아봅니다. 이충형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탈리아 본토에서 서쪽으로 백여 킬로 떨어져 있는 사르데냐. 지중해에서 두 번째로 큰 섬입니다. 2천년 전 고대부터 사람들이 정착한 온화한 기후.. 평균 해발 7백미터의 산악 지형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사르데냐 중부의 누오로 지방. 이 곳에서는 8순 노인들도 젊은이 취급을 받습니다. 마을길에서 마주친 이 할아버지는 90년 가까이 양떼를 몰고 있습니다.

<인터뷰>주세페 프라주로(98살): "목동일이 좋습니다. 1917년부터 시작한 일입니다."

이제 백 살을 코앞에 둔 나이지만 걸음걸이는 여전히 당당합니다. 산골 마을 오롤리의 인구는 2천 7백여 명. 이 가운데 백 살 이상이 4명.. 아흔 살 이상 노인은 55명이나 됩니다. 시청의 주민등록부는 세계 장수학자들이 인정하는 정확한 기록입니다.

백세인 가운데도 절반은 남성이고 평균 수명도 여성과 남성 모두 85살로 같습니다.

<인터뷰>안토니오 오르자나(오롤리 시장): "오롤리에는 여성 장수자도 많지만 남성 장수자가 많은 특징이 있습니다. "

마라찰리스 할아버지의 올해 나이는 101살. 평생 양을 치고 사냥을 즐기며 살았습니다

<녹취>마르찰리스(101살): "나두 이젠 좋은 시절 다 갔지요..."

낙천적인 성격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마르찰리스(101살): "항상 마음을 편히 욕심없이 삽니다. 가족과 화목하게 지내고 언제나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시절을 되돌아보면 즐거운 기억이 더 많습니다.

<인터뷰>아눈치아카(이웃 주민): "쾌활하시고 젊을 땐 여자들 뒤를 너무 많이 쫓아다니셨어요."

누오르 지방 어디에서나 백세인들의 사진이 담긴 달력을 볼 수 있습니다. 언덕에서 풀을 뜯는 양떼들처럼 사람들은 평화롭게 살아갑니다. 아름다운 대자연속에서 사람들은 곧 자연과 하나가 됩니다. 오래 살기 위해서 굳이 노력하는 사람은 없지만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오래 살고 있습니다.

사르데냐 섬 전체에서 백살 이상 노인은 모두 2백 20여명.. 백세인의 남녀 성비가 1대 1입니다. 대부분 서구 국가의 평균은 5대 1로 여성 백세인이 훨씬 많습니다. 한국은 10대 1의 비율로 여성이 많습니다. 나라마다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5년에서 8년 정도 더 오래 살기 때문입니다. 사르데냐 남자들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동이 트면서 84살 아메데오 할아버지의 하루 일과는 시작됩니다. 아침 식사는 커피를 탄 우유 한잔이 전부입니다. 집을 나서면 곧바로 시작하는 목동일이 평생의 천직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년 365일 쉬는 날이 없습니다. 목동에게 정년퇴직이 있을리도 없습니다.

<인터뷰>아메데오(84살): "젊은이들에게 '정직한 삶을 살라'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농촌에 살면서 사소한 법규 위반도 없이 정직하게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양떼를 몰고 온종일 산을 오르내리면 하루 십 킬로미터 이상을 걷게 됩니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새참을 먹으러 산을 내려갑니다. 사르데냐 전통 빵을 큼지막하게 자른 뒤 소시지와 함께 먹습니다. 포도주는 물처럼 늘 마시는 음식입니다. 호숫가에서 내려다보는 고향 풍경은 언제나 정겹습니다.

오전 일을 끝내고 집에서 부인과 함께 하는 점심 식사. 이게 과연 장수 식단인가 싶을 정도로 단촐합니다. 올리브유를 듬뿍 넣은 뒤 토마토소스를 넣고 끓인 파스타입니다.

<인터뷰> "굳이 적게 먹거나 많이 먹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때그때 식욕에 따라 먹습니다. 산간지방이라 생선은 드물고 육류는 자주 먹습니다."

오후 들어 마을 공터에는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듭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없습니다. 마을을 돌아다녀보면 집집마다 노는 노인이 없습니다. 쉴새 없이 움직이는 손놀림. 한올 한올 가다듬는 손길은 소녀 때부터 60년 이상 계속된 일입니다. 메레오 할머니는 마을에서 알아주는 양탄자 전문가입니다.

<인터뷰>메레오(81살): "손발을 움직이지만 디자인을 생각하기 때문에 머리도 많이 씁니다. 두뇌운동입니다."

저녁이 되면서 아메데오 할아버지 집에는 가족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한 마을에 살고 있는 6남매와 손자 손녀들이 모여 음식을 장만합니다. 이들이 평소 먹는 음식이 바로 세계 장수학자들이 주목하는 이른바 지중해 식단.

올리브를 넣은 야채 샐러드와 토마토, 그리고 포도주가 핵심입니다. 햄과 돼지 고기 등 육류를 곁들이는 도 잊지 않습니다. 대가족 제도와 가족간의 사랑도 아메데오 할아버지의 장수 비결입니다. 살아가면서 어렵고 힘든 일은 가족간의 대화로 헤쳐나갑니다.

<인터뷰>아드리아노(아들): "대가족이 모여 서로 살아가는 얘기나 충고도 하고 앞으로 계획도 세우는게 우리 가정의 전통입니다."

도중의 여흥 시간 때문에 저녁 식사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인터뷰>미켈라(외손녀): "할아버지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릴때 할아버지,할머니 사이에 누워 들판과 동물 얘기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르데냐 주도 사사리의 양로원에는 80이상의 노인들의 합창이 울려퍼졌습니다. 노인들의 합창과 연극은 다른 곳에 순회 공연을 다닐 정도로 수준급입니다. 이곳은 노인들이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을 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인터뷰>주세페 우사이(75살): "노래와 연극을 하는 것이 두뇌를 활동시키기 때문에 치매에 걸리지 않고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활동이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열심히 일하고 모두가 더불어 사는 생활.. 그래서 남성과 여성이 함께 오래 사는 곳.. 아주 특별한 장수 비결은 없기 때문에 누구나 오래 살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곳.. 행복이 멀지 않은데 있듯이 사르데냐 사람들에겐 장수 비결도 그만큼 생활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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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도 장수하는 비결
    • 입력 2006-01-06 11:20:50
    • 수정2006-01-20 13:38:37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새해를 시작하면서 건강한 삶을 위한 새로운 결심들 많이 하셨을 줄로 압니다. 저희는 새해 연속 기획으로 어떻게 사는 삶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인지를 함께 생각해보는 '웰빙 현장보고' 순서를 마련했습니다.  먼저, 일반적인 경향과는 다르게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장수를 누리고 있는 마을을 가보겠습니다. 최근 남성 장수촌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 주민들의 장수 비결을 알아봅니다. 이충형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탈리아 본토에서 서쪽으로 백여 킬로 떨어져 있는 사르데냐. 지중해에서 두 번째로 큰 섬입니다. 2천년 전 고대부터 사람들이 정착한 온화한 기후.. 평균 해발 7백미터의 산악 지형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사르데냐 중부의 누오로 지방. 이 곳에서는 8순 노인들도 젊은이 취급을 받습니다. 마을길에서 마주친 이 할아버지는 90년 가까이 양떼를 몰고 있습니다. <인터뷰>주세페 프라주로(98살): "목동일이 좋습니다. 1917년부터 시작한 일입니다." 이제 백 살을 코앞에 둔 나이지만 걸음걸이는 여전히 당당합니다. 산골 마을 오롤리의 인구는 2천 7백여 명. 이 가운데 백 살 이상이 4명.. 아흔 살 이상 노인은 55명이나 됩니다. 시청의 주민등록부는 세계 장수학자들이 인정하는 정확한 기록입니다. 백세인 가운데도 절반은 남성이고 평균 수명도 여성과 남성 모두 85살로 같습니다. <인터뷰>안토니오 오르자나(오롤리 시장): "오롤리에는 여성 장수자도 많지만 남성 장수자가 많은 특징이 있습니다. " 마라찰리스 할아버지의 올해 나이는 101살. 평생 양을 치고 사냥을 즐기며 살았습니다 <녹취>마르찰리스(101살): "나두 이젠 좋은 시절 다 갔지요..." 낙천적인 성격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마르찰리스(101살): "항상 마음을 편히 욕심없이 삽니다. 가족과 화목하게 지내고 언제나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시절을 되돌아보면 즐거운 기억이 더 많습니다. <인터뷰>아눈치아카(이웃 주민): "쾌활하시고 젊을 땐 여자들 뒤를 너무 많이 쫓아다니셨어요." 누오르 지방 어디에서나 백세인들의 사진이 담긴 달력을 볼 수 있습니다. 언덕에서 풀을 뜯는 양떼들처럼 사람들은 평화롭게 살아갑니다. 아름다운 대자연속에서 사람들은 곧 자연과 하나가 됩니다. 오래 살기 위해서 굳이 노력하는 사람은 없지만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오래 살고 있습니다. 사르데냐 섬 전체에서 백살 이상 노인은 모두 2백 20여명.. 백세인의 남녀 성비가 1대 1입니다. 대부분 서구 국가의 평균은 5대 1로 여성 백세인이 훨씬 많습니다. 한국은 10대 1의 비율로 여성이 많습니다. 나라마다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5년에서 8년 정도 더 오래 살기 때문입니다. 사르데냐 남자들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동이 트면서 84살 아메데오 할아버지의 하루 일과는 시작됩니다. 아침 식사는 커피를 탄 우유 한잔이 전부입니다. 집을 나서면 곧바로 시작하는 목동일이 평생의 천직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년 365일 쉬는 날이 없습니다. 목동에게 정년퇴직이 있을리도 없습니다. <인터뷰>아메데오(84살): "젊은이들에게 '정직한 삶을 살라'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농촌에 살면서 사소한 법규 위반도 없이 정직하게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양떼를 몰고 온종일 산을 오르내리면 하루 십 킬로미터 이상을 걷게 됩니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새참을 먹으러 산을 내려갑니다. 사르데냐 전통 빵을 큼지막하게 자른 뒤 소시지와 함께 먹습니다. 포도주는 물처럼 늘 마시는 음식입니다. 호숫가에서 내려다보는 고향 풍경은 언제나 정겹습니다. 오전 일을 끝내고 집에서 부인과 함께 하는 점심 식사. 이게 과연 장수 식단인가 싶을 정도로 단촐합니다. 올리브유를 듬뿍 넣은 뒤 토마토소스를 넣고 끓인 파스타입니다. <인터뷰> "굳이 적게 먹거나 많이 먹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때그때 식욕에 따라 먹습니다. 산간지방이라 생선은 드물고 육류는 자주 먹습니다." 오후 들어 마을 공터에는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듭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없습니다. 마을을 돌아다녀보면 집집마다 노는 노인이 없습니다. 쉴새 없이 움직이는 손놀림. 한올 한올 가다듬는 손길은 소녀 때부터 60년 이상 계속된 일입니다. 메레오 할머니는 마을에서 알아주는 양탄자 전문가입니다. <인터뷰>메레오(81살): "손발을 움직이지만 디자인을 생각하기 때문에 머리도 많이 씁니다. 두뇌운동입니다." 저녁이 되면서 아메데오 할아버지 집에는 가족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한 마을에 살고 있는 6남매와 손자 손녀들이 모여 음식을 장만합니다. 이들이 평소 먹는 음식이 바로 세계 장수학자들이 주목하는 이른바 지중해 식단. 올리브를 넣은 야채 샐러드와 토마토, 그리고 포도주가 핵심입니다. 햄과 돼지 고기 등 육류를 곁들이는 도 잊지 않습니다. 대가족 제도와 가족간의 사랑도 아메데오 할아버지의 장수 비결입니다. 살아가면서 어렵고 힘든 일은 가족간의 대화로 헤쳐나갑니다. <인터뷰>아드리아노(아들): "대가족이 모여 서로 살아가는 얘기나 충고도 하고 앞으로 계획도 세우는게 우리 가정의 전통입니다." 도중의 여흥 시간 때문에 저녁 식사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인터뷰>미켈라(외손녀): "할아버지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릴때 할아버지,할머니 사이에 누워 들판과 동물 얘기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르데냐 주도 사사리의 양로원에는 80이상의 노인들의 합창이 울려퍼졌습니다. 노인들의 합창과 연극은 다른 곳에 순회 공연을 다닐 정도로 수준급입니다. 이곳은 노인들이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을 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인터뷰>주세페 우사이(75살): "노래와 연극을 하는 것이 두뇌를 활동시키기 때문에 치매에 걸리지 않고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활동이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열심히 일하고 모두가 더불어 사는 생활.. 그래서 남성과 여성이 함께 오래 사는 곳.. 아주 특별한 장수 비결은 없기 때문에 누구나 오래 살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곳.. 행복이 멀지 않은데 있듯이 사르데냐 사람들에겐 장수 비결도 그만큼 생활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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