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각별한 ‘지하수 사랑’

입력 2006.02.17 (14:29) 수정 2006.03.0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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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부 기관이 그냥 마셔도 아무 문제없다며 음용을 권장해도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일본, 그것도 도쿄에서 수돗물을 즐겨 마시는 곳이 있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도쿄 양지우 특파원이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추위도 잊은 채 놀이터를 뛰노는 개구쟁이들.

목이 마른 아이들이 수돗가로 뛰어갑니다.

보기에도 시원스레 수돗물을 마십니다.

수돗가를 자세히 살펴보니 지하수 100%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인구 11만이 사는 도쿄도의 아키시마시는 시 전체 수돗물이 지하숩니다.

지하 150미터에서 퍼올린 지하수에는 불순물이 적어 소독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돗물 특유의 냄새가 잘 나지 않습니다.

<인터뷰> (시민) : "역시 맛이 다릅니다."

<인터뷰> (시민) : "지금까지 도쿄 도심에서 살았는데 거기보 다 맛이 좋습니다."

멀리 있는 강물을 힘들게 끌어 올 필요도 없고 소독 과정도 간단하다보니, 상수도 설비도 최소한에 그칩니다.

결국 운영,유지 비용이 낮아져 수도 요금도 쌉니다.

아키시마시의 수도 요금은 전국에서 7번째로 싸고, 도쿄 다른 지역의 절반 정도입니다.

시민들은 아주 저렴한 생수를 매일처럼 마시고 있는 셈이라는 게 시 당국의 자랑입니다.

<인터뷰> 우스이 미츠오 (아키시마시 수도부 정수계장) : "우리 수돗물은 생수입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수는 돈을 주고 사지만 우리 시는 저렴한 요금만 내면 마실 수 있는 겁니다."

지하수 자원이 풍부한데다 인구도 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일이 없다면 수돗물 공급이 달릴 염려는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별다른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지하수 사용에 따른 지반 침하 등이 대표적인 예 입니다.

그래서 아키시마시에서는 시민이나 행정 당국 모두 지하수 수돗물을 아껴 쓰는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화분에 물을 주거나 세차를 할 때 빗물을 사용합니다.

빗물받이용 물탱크 설치 비용은 개인이 1/3을 내고, 시가 나머지를 부담합니다.

<인터뷰> (시민) : "시의 맛있는 수돗물을 언제까지라도 먹을 수 있도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도 꼭지에 넣으면 간단하게 물을 절약할 수 있는 장치도 널리 보급돼 있습니다.

손잡이를 똑같이 90도만 회전시켰을 때, 절수 수도꼭지와 일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의 양은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이와 함께 아키시마시는 수자원 보호 운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시청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시민들의 의식이라고 판단해, 수원지 주변 나무심기나 잡목 제거 활동을 할 때는 반드시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우스이 : "시민의 재산을 지키려면 시와 시민 모두 함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쿄도의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지하수를 수돗물로 사용했던 곳은 40년전 20군데가 넘었습니다.

지금은 아키시마 단 한 곳뿐입니다.

지키는 노력이 없다면 자연도 베풀지 않는다는 진리를 아키시마시가 잘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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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각별한 ‘지하수 사랑’
    • 입력 2006-02-17 11:15:53
    • 수정2006-03-03 11:25:00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정부 기관이 그냥 마셔도 아무 문제없다며 음용을 권장해도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일본, 그것도 도쿄에서 수돗물을 즐겨 마시는 곳이 있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도쿄 양지우 특파원이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추위도 잊은 채 놀이터를 뛰노는 개구쟁이들. 목이 마른 아이들이 수돗가로 뛰어갑니다. 보기에도 시원스레 수돗물을 마십니다. 수돗가를 자세히 살펴보니 지하수 100%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인구 11만이 사는 도쿄도의 아키시마시는 시 전체 수돗물이 지하숩니다. 지하 150미터에서 퍼올린 지하수에는 불순물이 적어 소독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돗물 특유의 냄새가 잘 나지 않습니다. <인터뷰> (시민) : "역시 맛이 다릅니다." <인터뷰> (시민) : "지금까지 도쿄 도심에서 살았는데 거기보 다 맛이 좋습니다." 멀리 있는 강물을 힘들게 끌어 올 필요도 없고 소독 과정도 간단하다보니, 상수도 설비도 최소한에 그칩니다. 결국 운영,유지 비용이 낮아져 수도 요금도 쌉니다. 아키시마시의 수도 요금은 전국에서 7번째로 싸고, 도쿄 다른 지역의 절반 정도입니다. 시민들은 아주 저렴한 생수를 매일처럼 마시고 있는 셈이라는 게 시 당국의 자랑입니다. <인터뷰> 우스이 미츠오 (아키시마시 수도부 정수계장) : "우리 수돗물은 생수입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수는 돈을 주고 사지만 우리 시는 저렴한 요금만 내면 마실 수 있는 겁니다." 지하수 자원이 풍부한데다 인구도 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일이 없다면 수돗물 공급이 달릴 염려는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별다른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지하수 사용에 따른 지반 침하 등이 대표적인 예 입니다. 그래서 아키시마시에서는 시민이나 행정 당국 모두 지하수 수돗물을 아껴 쓰는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화분에 물을 주거나 세차를 할 때 빗물을 사용합니다. 빗물받이용 물탱크 설치 비용은 개인이 1/3을 내고, 시가 나머지를 부담합니다. <인터뷰> (시민) : "시의 맛있는 수돗물을 언제까지라도 먹을 수 있도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도 꼭지에 넣으면 간단하게 물을 절약할 수 있는 장치도 널리 보급돼 있습니다. 손잡이를 똑같이 90도만 회전시켰을 때, 절수 수도꼭지와 일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의 양은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이와 함께 아키시마시는 수자원 보호 운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시청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시민들의 의식이라고 판단해, 수원지 주변 나무심기나 잡목 제거 활동을 할 때는 반드시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우스이 : "시민의 재산을 지키려면 시와 시민 모두 함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쿄도의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지하수를 수돗물로 사용했던 곳은 40년전 20군데가 넘었습니다. 지금은 아키시마 단 한 곳뿐입니다. 지키는 노력이 없다면 자연도 베풀지 않는다는 진리를 아키시마시가 잘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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