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좋은 기록이 나왔는 데 은메달도 과분하다. 펠프스와 레이스를 펼친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12일 베이징 국가아쿠아틱센터에서 펼쳐진 2008 베이징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200m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낸 `마린보이' 박태환(19.단국대)은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에 이어 2위로 결승 패드를 찍은 것에 상당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틀 전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수영 역사를 새롭게 쓰는 금메달 쾌거를 이뤘던 박태환은 은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활짝 웃은 뒤 바로 옆 레인에서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펠프스와 손을 맞잡고 서로 축하했다.
박태환은 경기 후 "좋은 기록이 나와 기쁘다. 경쟁을 해준 (피터)밴더케이 선수에게 고맙다. 또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 주신 게 힘이 돼서 좋은 기록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박태환과 일문일답.
- 200m 은메달을 땄는데.
▲너무나 좋은 기록이 나왔고 거기에 은메달까지 따 과분하다. 같이 경쟁을 해준 밴더케이 선수에게 고맙고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좋은 성적을 내게 돼 기쁘다. 아테네올림픽 때는 어린 나이에 긴장한 탓에 실수를 했지만 오히려 그 경험으로 어른스러워지고 여기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 펠프스와 레이스를 펼친 소감은.
▲펠프스는 너무 빨라 한숨 밖에 안 나오고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예선 뿐 아니라 결선에서도 같이 경쟁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엄청난 경험이었다.
- 어떤 전략으로 레이스에 임했나.
▲오직 제 기록을 단축하는 데 주력했다. 200m에서는 아직 페이스를 조절할 정도의 실력이 되지 않는다.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는 만큼 초반부터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했다.
- 펠프스의 8관왕을 저지할 선수로 지목됐는데.
▲펠프스는 전설적인 마크 스피츠(1972년 뮌헨올림픽 7관왕)의 기록을 넘어 8관왕을 이루겠다는 목표로 뛰고 있는 데 이미 3관왕을 했다. 8관왕을 저지할 선수라는 기사를 봤는데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그러나 아직 실력이 못되기 때문에 4년 뒤에는 금메달도 더 따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 펠프스가 이번 대회 8관왕을 꼭 했으면 좋겠다. 400m 계영에서 미국이 역전 우승해 펠프스의 기쁨이 더욱 클 것이다. 같은 수영 선수로서 존경스럽고 꼭 8관왕을 했으면 좋겠다.
- 자신의 장점은.
▲지난 1월 대표팀에 합류해 동료들과 7개월 동안 피나는 노력을 했다. 같이 훈련했던 선수들이 함께 왔더라면 좋을 텐데 아쉽다. 4년 전 아테네에 간 것만으로도 내게 큰 도움이 됐다. 장점은 연습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또 가장 중요한 건 인내력인 것 같다. 특히 장거리 선수는 인내력 없이는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
- 이번 대회에서 얻는 건.
▲매번 느끼는 거지만 자신감이 중요하다. 아시아 선수의 금, 은메달이 놀랍다고 하지만 예전에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국제수영연맹(FINA) 투어도 다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는 것 못지 않게 자신감을 갖는다면 불가능한 게 아니다. 호주와 미국 등 수영 강국들이 메달을 다퉜지만 한국 선수도 딸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400m에서 은메달을 딴 장린 선수도 나이 많은 형이자 수영 친구로 같이 1, 2위를 한 게 자랑스럽다.
- 부족한 점은.
▲항상 느끼는 거지만 펠프스는 턴을 하고 나오는 게 대단하다. 그것까진 못해도 턴을 부드럽고 빨리 할 수 있도록 올림픽 후 하체 훈련 위주로 하겠다. 조금 컸으면 하는 생각도 있지만 지금 같은 신체 조건으로 금메달을 딴 것에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를 드린다.
- 다음 목표는.
▲남은 1,500m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4년 뒤 런던올림픽에서 노력해 이기고 지고를 떠나 펠프스와 좋은 경쟁을 하고 싶다. 금메달도 몇 개 따서 펠프스를 저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