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황제'는 역시 강했다.
하지만 4년 뒤에는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마린보이' 박태환(19.단국대)은 12일 오전 중국 베이징 국가아쿠아틱센터에서 펼쳐진 2008 베이징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세계기록(1분43초86) 보유자인 마이클 펠프스(23.미국)에게 못미친 2위로 골인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이 종목 준결승을 마친 뒤 "펠프스에 비하면 나는 아직 갓난아기"라고 했던 박태환의 말이 지나친 겸손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음을 보여준 한 판이었다.
출발 버저가 울릴 때 스타트 반응은 박태환이 더 빨랐다. 박태환이 0.67초였고 펠프스는 0.73초였다.
0.06초의 어드밴티지를 갖고 출발했지만 잠영 이후 물 밖으로 튀어 나오는 지점부터 달랐다. 펠프스는 10여m 밖에서 머리를 내밀었고 박태환은 9m 정도가 고작이었다.
저항을 덜 받는 수면 아래에서 돌핀킥으로 치고 나온 펠프스는 시작부터 선두를 굳건히 유지했다. 50m 지점에서 박태환은 24초91을 찍으며 펠프스(24초31)보다 0.6초밖에 뒤지지 않았지만 턴 이후에는 확연히 거리에 차이가 보였다.
턴 이후 물 속에서 돌핀킥으로 치고 나오는데 천부적인 소질을 보이는 펠프스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된 것이다.
결국 박태환은 펠프스의 1분42초96에 1.89초 뒤진 1분44초85에 골인하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박태환은 전날 준결승에서 세웠던 1분45초99의 아시아신기록을 하루 만에 1.14초나 앞당기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번에는 펠프스를 넘어서지 못했지만 4년 뒤 런던올림픽에서는 다르다. 펠프스와 자신의 기록 차이인 1.89초를 줄이는 것은 시간 문제다.
또 2012년에 박태환은 23살, 펠프스는 27살이 된다. 박태환이 수영 선수로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면 펠프스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내리막길을 걸어 그야말로 '노장'이 되는 때이다.
그렇다면 런던올림픽은 이미 박태환을 위한 대회임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훈련을 게을리 하면 안된다. 노민상 감독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준비한 '심장의 더운 피가 식을 때까지'라는 각오처럼 자기 자신을 포기하고 세계 정상을 향해 끊임없이 정진해야 한다.
턴 이후 잠영 거리는 더 늘려야 하고 돌핀킥의 파워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약한 허리를 보완하는 근육 만들기에도 열중해야 한다.
스타가 되면 피곤하다. 여기저기 불려다니는 행사도 많다. 작년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박태환이 슬럼프에 빠졌던 이유다.
주위의 배려와 자기 자신의 노력이 가미된다면 런던올림픽에서 3관왕도 충분히 노려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