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감독으로서 죄송합니다."
남자 프로배구를 뒤흔든 승부조작 파문의 진원지인 KEPCO의 신춘삼 감독은 8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상무신협과의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허리 숙여 사과했다.
신 감독은 승부조작 파문에 대해 감독으로서 사죄의 말을 전한 이후에도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KEPCO는 전·현직 선수 3명에 이어 이날 경기를 앞두고 주전 레프트 임모(27) 선수와 지난 시즌 신인왕인 박모(24) 선수가 승부조작 혐의로 체포됐다.
그것도 경기도 의왕 숙소에서 경기장으로 출발하려는 찰나에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대구지검 수사관들에게 긴급 체포됐다.
신 감독은 "오늘 경기 전에 대구지검에서 의왕시에 있는 팀의 숙소를 찾았다"면서 "현역 두 명의 선수를 더 조사해야 한다고 하더라. 당연히 협조해야 할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면담에서 '그런 일은 한 적이 없다'고 말한 선수들이다"면서 "아직 어떤 것도 예단할 수 없다. 조사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평소대로 하자'고 했지만 팀 주전 공격수 2명을 갑자기 잃은 선수들은 급격하게 흔들렸다.
결국 KEPCO는 외국인 공격수 안젤코 추크가 공격 라인에서 분전했지만 주축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13연패 중이던 아마추어 초청팀 상무신협에 세트 스코어 1-3으로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신 감독은 "KEPCO가 잘돼야 전체 배구판이 산다고 해서 지금까지 앞만 보고 왔다. 감독으로서, 선장으로서 분발하겠다"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기자회견 내내 낮은 목소리로 말하던 신 감독은 구단 측에서 승부조작 파문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았느냐는 주장에는 강한 어조로 부인했다.
그는 "승부조작 의혹이 있는 경기의 비디오는 보지 못했다. 그리고 어떻게 승부조작이 가능한지 아직은 감을 잡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신 감독은 검찰에 체포된 선수가 최근 경기의 선발진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서도 허리부상과 연습 부족 때문이었다며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이어 "감독으로서 흔들리는 배를 바로 세우는 게 저의 소임"이라며 "다음 게임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앞만 보고 가겠다"고 말한 뒤 기자회견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