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시간]① 조국 딸 ‘허위스펙’은 위법일까?…변호인의 첫번째 답은

입력 2020.01.23 (16:00) 수정 2020.04.0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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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7대 허위 스펙'

어제(22일)는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첫 정식재판이 열린 날이었습니다. 검찰은 작심한 듯 '7대 허위스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씨가 의전원 입시 과정에서 제출한 모든 증명서가 위조됐거나 부풀려 작성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특히 이 과정에서, 조 씨의 2013년 3월 차의과대 의전원 지원을 중대한 분기점으로 삼았습니다. 차의과대를 탈락한 후 절박한 심정에서 4개의 허위 증명서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동양대 총장 표창장도 이 시기인 2013년 6월, 서울대 의전원 지원을 앞둔 시점에 위조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허위로 작성된 KIST 인턴 증명서에 나오는 '분자인식연구센터'는 조 씨가 인턴을 하던 당시 KIST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기관이라고도 했습니다.

검찰은 이를 "입학사정관 제도의 근간을 뒤흔든 중대 범죄"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각종 확인 서류를 위조 조작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고 일련으로 이뤄졌다"며 "그렇게 해서 남들이 선망하는 의전원에 들어갔고 이는 공정, 평등의 문제"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조 전 장관 일가가 연루된 의혹을 취재해온 기자들이 늘 궁금했던 것도, 어떻게 이렇게 여러 개의 증명서를 모두 허위로 만들 수 있느냐는 거였습니다. 정 교수는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제기된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왔을 뿐,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해명을 한 적은 없습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먼저 혐의를 모두 부인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첫 번째, "과장은 있어도 처벌받을 사안 아니다"

변호인은 "피고인과 그 가족의 지난 12년 삶을 CCTV 들여다 보는 것처럼 수사를 했다"고 검찰을 비난하며, 검찰 수사는 "자기소개서를 들여다 보며 혹시 어디가 사실과 다른 점 없는지를 이를 잡듯이 뒤져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조민 씨 증명서의 '디테일'엔 일부 과장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처음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이 법리적, 사회적으로 보면 법정에서 재판받아야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설사 허위라 하더라도 대법원에서 말하는 '허위'나 '위계'에 해당돼 법적 판단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학생지도 선생님이 '너 왜 열심히 안 하느냐'라고 하는 것과 어떻게 다르냐"며 이런 것에까지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두 번째, "서울대 의전원은 불합격... '미수범'은 처벌 안 돼"

변호인은 또, 서울대 의전원에 허위 증명서를 제출해 업무방해 혐의로 정 교수가 기소된 것은 "미수범이라 처벌이 안 된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업무방해가 성립하려면 어쨌거나 업무방해의 위험이 발생해야 하는데, 서울대 의전원은 불합격했기 때문에 '미수'에 그쳤으므로 죄가 안 된다는 겁니다.

조민 씨는 2013년 서울대 의전원에 1차 합격했다가 면접 전형에서 탈락했습니다. 이게 형법에서 구분하고 있는 '미수범'인지, '기수범'인지, 법조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다소 모호해 보이기도 합니다. 재판부가 변호인이 주장하는 대로 서울대 의전원 최종 탈락을 '미수'로 판단할지 지켜보아야 합니다.

세 번째, "어디 지방에 있는지도 모르는 동양대.."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가장 먼저 기소가 된 '동양대 총장 표창장'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입을 열었습니다.

변호인은 "이렇게 말해서 죄송합니다만, 어디 지방에 있는지도 모르는 동양대에서 얼마나 발급했을지도 모르는 상장, 이런 게 부산대 의전원 입학 사정을 방해해 합격됐다는 전제가 과연 성립할 수 있는 거냐"고 되물었습니다. 애초에 동양대 표창장이 합격에 도움을 줬을 것 같지 않으니,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난해 9월 6일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고려대 학생이 유학을 가든지 대학원을 가든지 동양대학교 표창장이 뭐가 필요하겠냐, 솔직히 이야기해서"라고 말했는데, 이와 비슷한 논리입니다.

'지방대 비하'라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비난하자, 김 의원은 "전혀 왜곡이고, 제가 지방에 산다. 저희 아이가 지방에 있는 시골 학교 고3"이라며 "우리 논산 건양대, 금산 중부대에 가면 지방대가 좋다고 자랑을 하고 다닌다"고 말해 또 한 번 뭇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변호인들의 이런 주장은 정 교수를 변호하는 주요 논리인 것으로 보입니다만, 아직 입시 비리 세부 혐의에 대한 구체적 변론이 시작되진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이른 시일 내에 검찰이 주장하는 각각의 허위 증명서 발급 혐의에 대해 의견서를 내달라고 변호인에 요청했습니다.

입시비리 의혹을 포함해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과 증거은닉 교사 혐의 등에 대해 앞으로 법정에서 펼쳐질 변호인과 검찰의 치열한 공방, [법원의 시간]이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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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3 16:00:53
    • 수정2020-04-09 16:06:51
    취재K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7대 허위 스펙'

어제(22일)는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첫 정식재판이 열린 날이었습니다. 검찰은 작심한 듯 '7대 허위스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씨가 의전원 입시 과정에서 제출한 모든 증명서가 위조됐거나 부풀려 작성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특히 이 과정에서, 조 씨의 2013년 3월 차의과대 의전원 지원을 중대한 분기점으로 삼았습니다. 차의과대를 탈락한 후 절박한 심정에서 4개의 허위 증명서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동양대 총장 표창장도 이 시기인 2013년 6월, 서울대 의전원 지원을 앞둔 시점에 위조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허위로 작성된 KIST 인턴 증명서에 나오는 '분자인식연구센터'는 조 씨가 인턴을 하던 당시 KIST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기관이라고도 했습니다.

검찰은 이를 "입학사정관 제도의 근간을 뒤흔든 중대 범죄"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각종 확인 서류를 위조 조작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고 일련으로 이뤄졌다"며 "그렇게 해서 남들이 선망하는 의전원에 들어갔고 이는 공정, 평등의 문제"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조 전 장관 일가가 연루된 의혹을 취재해온 기자들이 늘 궁금했던 것도, 어떻게 이렇게 여러 개의 증명서를 모두 허위로 만들 수 있느냐는 거였습니다. 정 교수는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제기된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왔을 뿐,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해명을 한 적은 없습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먼저 혐의를 모두 부인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첫 번째, "과장은 있어도 처벌받을 사안 아니다"

변호인은 "피고인과 그 가족의 지난 12년 삶을 CCTV 들여다 보는 것처럼 수사를 했다"고 검찰을 비난하며, 검찰 수사는 "자기소개서를 들여다 보며 혹시 어디가 사실과 다른 점 없는지를 이를 잡듯이 뒤져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조민 씨 증명서의 '디테일'엔 일부 과장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처음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이 법리적, 사회적으로 보면 법정에서 재판받아야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설사 허위라 하더라도 대법원에서 말하는 '허위'나 '위계'에 해당돼 법적 판단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학생지도 선생님이 '너 왜 열심히 안 하느냐'라고 하는 것과 어떻게 다르냐"며 이런 것에까지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두 번째, "서울대 의전원은 불합격... '미수범'은 처벌 안 돼"

변호인은 또, 서울대 의전원에 허위 증명서를 제출해 업무방해 혐의로 정 교수가 기소된 것은 "미수범이라 처벌이 안 된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업무방해가 성립하려면 어쨌거나 업무방해의 위험이 발생해야 하는데, 서울대 의전원은 불합격했기 때문에 '미수'에 그쳤으므로 죄가 안 된다는 겁니다.

조민 씨는 2013년 서울대 의전원에 1차 합격했다가 면접 전형에서 탈락했습니다. 이게 형법에서 구분하고 있는 '미수범'인지, '기수범'인지, 법조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다소 모호해 보이기도 합니다. 재판부가 변호인이 주장하는 대로 서울대 의전원 최종 탈락을 '미수'로 판단할지 지켜보아야 합니다.

세 번째, "어디 지방에 있는지도 모르는 동양대.."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가장 먼저 기소가 된 '동양대 총장 표창장'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입을 열었습니다.

변호인은 "이렇게 말해서 죄송합니다만, 어디 지방에 있는지도 모르는 동양대에서 얼마나 발급했을지도 모르는 상장, 이런 게 부산대 의전원 입학 사정을 방해해 합격됐다는 전제가 과연 성립할 수 있는 거냐"고 되물었습니다. 애초에 동양대 표창장이 합격에 도움을 줬을 것 같지 않으니,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난해 9월 6일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고려대 학생이 유학을 가든지 대학원을 가든지 동양대학교 표창장이 뭐가 필요하겠냐, 솔직히 이야기해서"라고 말했는데, 이와 비슷한 논리입니다.

'지방대 비하'라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비난하자, 김 의원은 "전혀 왜곡이고, 제가 지방에 산다. 저희 아이가 지방에 있는 시골 학교 고3"이라며 "우리 논산 건양대, 금산 중부대에 가면 지방대가 좋다고 자랑을 하고 다닌다"고 말해 또 한 번 뭇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변호인들의 이런 주장은 정 교수를 변호하는 주요 논리인 것으로 보입니다만, 아직 입시 비리 세부 혐의에 대한 구체적 변론이 시작되진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이른 시일 내에 검찰이 주장하는 각각의 허위 증명서 발급 혐의에 대해 의견서를 내달라고 변호인에 요청했습니다.

입시비리 의혹을 포함해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과 증거은닉 교사 혐의 등에 대해 앞으로 법정에서 펼쳐질 변호인과 검찰의 치열한 공방, [법원의 시간]이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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