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믿은 승부차기 ‘최선입니까?’

입력 2011.01.26 (16:18)

수정 2011.01.2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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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이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끝난 2011 아시안컵 축구대회 일본과 준결승 승부차기에서 한 골도 못 넣고 완패하며 51년 만의 정상 탈환 꿈을 접자 축구팬 사이에 논란이 뜨겁다.



연장 후반 종료 직전 터진 황재원(수원)의 극적인 동점골로 2-2 균형을 되찾았지만, 승부차기에서 분위기를 살리지 못하고 0-3으로 져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논란의 핵심은 `11m 룰렛’으로도 불리는 승부차기에서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들만 키커로 내 보낸 조광래 감독의 선택이 과연 `최선이었느냐’는 것이다.



키커 모두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이고, 특히 이용래(수원)와 홍정호(제주), 손흥민(함부르크)은 A매치 출전 경험이 이날을 포함해도 4∼6경기에 불과한 신예들이라 중압감이 심한 승부차기의 키커로 이들을 낙점한 것은 조 감독의 과신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이다.



한국은 이날 승부차기에서 첫 번째 키커로 구자철(제주)을 내세웠고, 2, 3번째 킥은 이용래와 홍정호가 차게 했다. 하지만 셋 다 실패했다. 구자철과 이용래의 킥은 일본 골키퍼 가와시마 에이지에게 걸렸고, 홍정호의 슈팅은 골대를 벗어났다. 일찌감치 승부가 갈려 공을 찰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4, 5번째 키커가 손흥민과 기성용(셀틱)이었다.



비록 이번 대회에서 팀 내 최다 골(4골)을 기록 중이었다고는 해도 1번 키커로 구자철을 내보낸 것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승부차기에서 가장 중요한 시작(1번)과 끝(5번)은 킥도 제일 좋고 배짱도 두둑한 베테랑 선수들을 내세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이 2002 한일 월드컵 8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스페인을 꺾고 4강 신화를 썼을 때에는 팀 내 최고 선임자였던 황선홍과 홍명보가 각각 1, 5번째 키커로 나서 깔끔하게 상대 골문을 갈랐다.



하지만 큰 무대 경험이 많지 않은 구자철의 첫 번째 킥이 불발되면서 한층 더 커진 부담이 다음 키커들에게 고스란히 떠 넘겨졌다. 킥 능력이 가장 좋고 이날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는 등 컨디션이 좋았던 기성용을 먼저 차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가질 만한 대목이다.



물론 조광래 감독은 승부차기 키커를 정하면서도 나름대로 원칙을 세웠다.



대표팀은 이란과 8강은 물론 일본과 대결을 앞두고도 승부차기 훈련을 했다. 그리고는 가장 킥이 좋았던 선수, 자신 있게 찬 선수를 키커로 낙점했고 차례도 정했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조 감독 역시 경기 후 "순번은 사전에 연습을 좀 했지만 우리 선수들이 너무 지쳐서 그런지 연습 때 했던 능력이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털어놓았다.



기성용도 "누가 차든 자신감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잘 안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주장인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왜 승부차기 키커 명단에 없었을까?



박지성은 수원공고 3학년 재학 시절 금강대기 8강전에서 승부차기 실축으로 대학 진학의 조건인 전국대회 4강 진출을 이루지 못하는 등 승부차기와 악연이 있다.



비록 2002년 한일 월드컵 스페인과 경기에서는 성공시켰지만 될 수 있으면 승부차기에서는 키커로 나서지 않으려 한다.



박지성은 이날 경기 후에도 "연장전이 끝나고 감독님이 결정하신 순서"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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