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왜 폐지하나?

입력 2008.01.16 (11:33)

수정 2008.01.16 (16:07)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당초 존치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던 통일부를 외교통상부에 통합하기로 결정한 것은 `대북정책도 대외정책의 큰 틀 안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다수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이 통일부 폐지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어 향후 국회에서 신당측이 정부조직개편 법안 처리에 반대할 경우 `통일부 존치'를 협상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분석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인수위는 전날 밤까지도 내부적으로 통일부를 두고 `존치와 폐지'가 팽팽히 맞서 고심을 거듭했으나 최종 폐지 결정은 이 당선인이 직접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박재완 정부혁신.규제개혁 TF팀장은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은 더 이상 특정부처의 전유물로 독점적으로 추진되기 보다는 여러 부처가 함께 개선에 힘을 쏟아야 하는 시점"이라며 "남북화해 시대를 맞아 통일부의 기능을 경제교류 활성화와 남북대화 중심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개편이유를 설명했다.
박 팀장은 또 "대북정책은 대외정책의 틀 속에서 조율해 일관성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대외정책 일관성과 시너지 효과를 위해 외교부와 함께 있는 것이 좋다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인수위 출범 초기에도 통일부의 폐지 혹은 축소는 기정사실로 여겨졌었다.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국제공조속에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기조를 지속적으로 천명해 왔고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통일부의 기능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고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인수위 이동관 대변인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서 "현재 청와대와 통일부 등에 흩어져 있는 대외정책 기능을 한 군데로 통합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있다"고 말해 통일부 축소.폐지론은 더욱 힘을 얻었다.
하지만 7일 인수위가 통일부 업무보고를 받은 뒤 기류는 바뀌었다. 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부부처 개편도 국민감정과 상징성을 모두 감안해야 한다"고 말해 통일부가 존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음을 시사했다.
인수위는 여론수렴 등을 통해 남북관계의 상징성을 감안해 통일부를 존치하되 일부 기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갔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통일부가 존재하는 한 `남북관계를 국제정세에 대한 명확한 판단과 우방과의 면밀한 공조 속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당선인의 구상을 제대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통일.외교.안보분과 일부 위원을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재검토에 들어갔고, 결국 폐지하는 게 효율적인 외교안보정책 집행에 부합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적 고려보다는 법안 통과 과정에서의 협상카드로 사용하려는 정치적 고려가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통일부 존치를 확신한 신당 측이 여성부와 정보통신부의 폐지를 반대하는 데 집중하려는 기류가 엿보이자 아예 `통일부 폐지'라는 강수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즉, `통일부는 살려줄테니 여성부와 정통부 폐지는 수용해라'라는 논리로 국회 통과를 이루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박 팀장은 "통일부 개편과 관련해 여러 방안을 계속 검토해왔을 뿐 (이미 내려진 존치) 결론을 뒤집어 통합신당과의 협상카드로 남겨뒀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부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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