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청와대

입력 2008.01.16 (11:52)

수정 2008.01.16 (16:19)

이명박 정부의 향후 5년 국정운영을 진두지휘할 청와대 조직은 한마디로 `작지만 강한 청와대'로 요약된다.
`군살빼기'를 통해 조직을 슬림화하면서도 정부부처에 흩어져있던 각종 중복업무를 정비하고 청와대의 조정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작지만 효율적인' 실용정부의 정점으로서 청와대 조직의 일신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조직의 축소. 현재 대통령 비서실과 대통령 경호실로 이원화된 조직을 `대통령실'로 일원화해 경호실을 대통령실 산하 경호처로 축소했다. 또 대통령 비서실 내 `비서실-정책실-안보실' 3두 체제도 대통령 비서실 단일체제로 변경했다. 장관급의 4개 실장이 장관급 1개 실장 체제로 슬림화된 것이다.
차관급인 비서실 산하 시민사회수석, 홍보수석, 민정수석, 인사수석, 경제정책수석, 과학기술보좌관, 경제보좌관, 혁신관리수석, 사회정책수석, 안보정책수석 등 10개 수석.보좌관도 7수석으로 축소조정됐다. 경제정책수석과 경제보좌관이 경제수석으로, 안보정책실장과 안보수석이 외교안보수석으로 각각 통합됐다. 홍보수석은 폐지되는 대신 대변인으로 전환됐고, 시민사회수석, 혁신관리수석, 인사수석은 비서관으로 전환됐다.
대신 미래전략.국정방향 설정과 국책과제 추진상황을 관리하는 국정기획수석, 당정협의 및 대야관계 등을 맡는 정무수석이 각각 신설되고, 과학기술보좌관이 폐지되는 대신 인재과학문화수석이 신설됐다. 즉 현행 10개 수석.보좌관 중에서 6개가 통합 내지 폐지되고, 3개 수석이 신설된 것이다.
이와 함께 53개 비서관도 36개 비서관으로 축소되는 등 현재 533명인 청와대 비서실 규모는 20% 가량인 106명 줄어 427명 체제로 재편됐다. 또 기존의 12개 국정과제위원회도 대부분 폐지되고 행복도시건설위원회나 한미FTA(자유무역협정) 국내대책위원회 등 일부만 유관부처로 이관됐다.
`이명박 청와대'의 또다른 포인트는 `정부부처 책임행정체제'라는 말처럼 내각의 자율과 책임을 중시하면서도 한편에선 청와대의 조정기능 역시 강조했다는 점이다.
이같은 청와대 재편은 대통령의 위상 및 역할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청와대 조직축소는 비서실의 비중을 대통령과 내각 사이의 통로 역할에 두겠다는 함의와 함께 대통령이 내각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틀을 강화한다는 뜻으로, 한마디로 대통령이 직접 내각을 챙기고 독려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것이다.
`7% 경제성장'을 위한 경제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이 당선인이 `발로 뛰면서 총괄지휘하는 CEO(최고경영자)형 대통령'의 위상을 갖고 강한 경제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신호탄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대통령비서실과 별개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설치해 대통령 특별보좌관을 두고 ▲투자유치 ▲공공부문 혁신 ▲규제개혁 ▲한반도 대운하 ▲과학비즈니스벨트 ▲새만금 ▲기후변화 및 에너지대책 ▲광역경제권 활성화 등 굵직굵직한 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구상과 연결된다는 분석이다. 특별보좌관은 일상국정에는 관여하지 않으면서 경연(經筵)이나 간언(諫言)을 담당하고, 여러 부처가 관련돼 있어 추진이 어려운 일을 수행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조직개편에 핵심적으로 참여한 박형준 의원은 "정부정책은 해당부처가 책임지고 추진하는 것이 원칙이다. 부처의 권한범위를 넓히고 상층부 간섭이나 정책개입은 꼭 필요로 하는 경우로 최소화했다"며 그 근거로 청와대 조직축소와 국무총리실 내 비서실과 국무조정실의 통합을 꼽은 뒤 `내각 중심의 부처책임주의 강화'라는 대원칙을 강조했다.
박재완 의원도 "청와대가 국정전반을 관장하고 각 부처에 지시.간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공기업 임원인사나 고위공무원단 인사 등에 개입해왔다는 원성이 자자한 청와대 인사수석과 중앙인사위를 폐지한 것에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인수위는 현재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개편했고, 마찬가지로 독립기구인 방송위원회도 방송통신위원회로 신설해 대통령 산하에 둬 기능을 강화했다. 그러나 미국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처럼 청와대가 예산 기획 및 총괄권한을 갖는 방안은 채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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