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듬직한 해결사!’ 이승엽표 홈런 드라마

입력 2008.08.22 (14:45)

수정 2008.08.2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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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32.요미우리)이 쓰는 홈런 드라마가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재현됐다.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드라마는 해가 갈수록 더 재미있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승엽은 22일 베이징 우커송야구장에서 열린 물러설 수 없는 일본과 준결승 승부에서 2-2로 맞선 8회말 1사 1루에서 일본 좌투수 이와세 히토키의 몸쪽 낮은 직구를 그대로 퍼올려 곧장 우측 펜스를 넘겼다.
맞는 순간 큼지막한 포물선을 그리기 시작한 타구는 일본 우익수 이나바 아쓰노리의 머리 위를 한참 지나가 일장기가 펼쳐진 객석 아래로 떨어졌다.
2군에서도 그다지 타격감이 나아질 줄 모르던 이승엽이 올림픽 대표팀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하자 일본 언론들은 '그가 일본대표팀의 심장에 못을 박을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었다.
묘하게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이승엽은 전 타석까지 이번 올림픽에서 25타수 3안타로 빈타에 허덕였다. 타격할 때 지난해 수술한 왼손 엄지가 아직도 아픈 듯 그는 보호링을 차고 게임에 임했다.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관계자들은 타격폼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엄지에 힘을 주지 못해 타구가 뻗어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보다도 공을 맞히지 못해 한 방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날 일본과 준결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회 첫 타석에서 삼진, 0-2로 뒤지던 4회 무사 1,3루에서는 2루수 병살타, 6회에는 또 다시 삼진.
스기우치 도시야, 나루세 요시히사 등 왼손 투수들의 바깥쪽 빠지는 변화구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상체가 무너지면서 가장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때 모습이었다.
그래도 4번 타자인 그에게서 희망을 지울 수는 없었다.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이와세만 나오면 해볼만 하다'고 마지막 기대를 걸었다.
8회 1사 1루가 그 찬스였다. 김경문 감독은 1점이 중요했던 무사 1루에서 3번 김현수에게 보내기 번트를 지시하지 않았고 그가 삼진으로 돌아선 상황이라 대표팀 분위기는 가라앉은 상태였다.
큰 스윙을 몇 차례 돌리고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볼카운트 2-1로 몰린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몸쪽 낮은 직구가 들어오자 번개처럼 바람을 갈랐다.
모처럼 보는 이승엽의 짜릿한 대포였다.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이상훈(LG)로부터 뽑은 동점 3점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전에서 나온 역전 결승 투런포 등 경기 후반인 8,9회에 나오는 이승엽의 홈런은 언제나 극적이고 보는 이들의 전율을 일으키는 감동 만점짜리 홈런이었다.
자칫 베이징에서 체면을 구길 뻔 했던 이승엽이 숙적 일본전에서 승리를 이끄는 대포를 작렬시키면서 드라마 레퍼토리를 하나 더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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