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새 별명 ‘병역 면제 해결사’

입력 2008.08.22 (17:21)

수정 2008.08.22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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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타자 이승엽(32.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또 다른 별명이 있다면 바로 '병역면제 브로커'다.
그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벌써 몇 번이나 후배들에게 병역혜택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정작 자신은 팔꿈치 통증으로 일찌감치 군 면제를 받아 국제대회 성적에 따른 혜택을 한 번도 누려보지도 못했다.
병역법에 따르면 운동 선수들은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을 따거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 국위선양에 한 몫 했다는 평가를 받아 4주 기초 군사훈련만 받는다.
이승엽이 뛴 대표팀은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 때만 제외하곤 모두 이 혜택을 누렸다.
이승엽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일본 에이스 마쓰자카 다이스케(현 보스턴)를 상대로 3,4위전에서 통렬한 좌중간 2타점 2루타를 날려 대표팀을 동메달로 이끌었다.
당시 타율은 0.179에 불과했지만 이 때 적시타 한 방으로 모든 걸 만회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는 타율 0.423을 때리고 6타점을 올리며 대표팀에 금메달을 선사했다.
2004 아테네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려 있던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이승엽이 못했다기 보다 대표팀의 전반적인 집중력이 떨어진 탓에 대만과 일본에 져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올림픽에 나갔다면 또 한번 메달에 도전할 수 있었기에 대표팀이나 프로 각 구단 모두 아쉬움이 남는 대회였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대표팀 유니폼을 다시 입은 이승엽은 홈런 5방과 타점 10개로 양 부문 1위에 오르며 대표팀을 4강으로 인도했다.
2002년 월드컵 16강을 달성한 축구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누린 것을 참작해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정치권에 특별히 요청해 야구도 WBC 4강에 오르면 군 면제를 받도록 조치를 취했다.
축구와 야구에 한시적으로 적용된 이 규정은 지난해를 끝으로 병역법 조항에서 사라졌다.
이승엽은 당시 WBC 일본, 미국전 등에서 신들린 타격으로 승리에 앞장섰다.
김선우, 봉중근, 최희섭 등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전전긍긍했던 해외파 선수들은 이승엽 덕분에 병역혜택도 누리고 나중에 미국생활을 접고 국내 프로야구로 돌아올 수도 있었다.
이승엽의 선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올해 3월 베이징올림픽 최종 예선까지 이어졌다.
그는 "지난해 10월 왼손 엄지를 수술한 탓에 12월 열린 아시아예선전에는 나갈 수 없었다. 후배들이 병역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최종예선에는 꼭 뛰겠다"고 공언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그는 최종예선에서 타율 0.478을 때리고 홈런 2방에 12타점을 올려 대표팀이 캐나다에 이어 2위로 올림픽 티켓을 손에 넣는데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이승엽은 타격 부진으로 올 시즌 2군으로 쫓겨가는 등 순탄치 않은 한 해를 겪고 있지만 22일 올림픽 준결승에서 삶의 터전이 있는 일본을 상대로 시원한 2점포를 터뜨렸고 대표팀에 은메달 이상 성과를 안기면서 이번 올림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던 미필 선수 14명의 가슴에 무한한 감동을 안겼다.
그는 "후배들이 눈물을 흘리는 걸 보니 나 또한 가슴이 찡하다"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합법적인 원조 브로커로 '수비의 귀재' 박진만(32.삼성)을 빼놓을 수 없다.
메이저리거도 울고 갈 명품 수비가 전문인 그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시작으로 2002 부산 아시안게임, 2003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 2006년 WBC, 그해 말 도하 아시안게임, 지난해와 올해 올림픽 대표팀 등 8차례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군입대에 몰린 숱한 후배들을 구했다.
대표팀에 단골로 뽑히는 박진만은 "기여도로 볼 때 내 아들의 아들까지 병역 면제를 시켜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농을 던질 정도로 절대 없어서는 안 될 국보급 유격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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