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식 ‘통 큰 야구’, 日스몰볼 정복

입력 2008.08.22 (16:44)

수정 2008.08.2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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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로 맞선 8회말 무사 1루. 당신이라면 어떤 작전을 쓰겠는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은 강공을 택했다. 타자는 좌타자 김현수(20.두산), 상대 투수는 일본 정상급 마무리 투수 이와세 히토키(34.주니치)였다.
김 감독은 13일 미국과 첫 경기에서도 6-7로 뒤진 9회말 무사 2루 동점상황에서도 대타 김현수를 써 번트를 대지 않고 강공을 폈다. 이기긴 했으나 '특이한 작전'이라고 말이 많았다.
감(感)을 중시하는 김경문 야구가 22일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전에서 일본의 스몰볼마저 넘었다.
그것도 명투수 출신으로 막강한 불펜과 그물망 수비를 앞세워 번트 등으로 차곡차곡 한 점씩 쌓아가는 전형적인 일본식 스몰볼을 펼치는 호시노 센이치 감독을 상대해 '빅볼'로 이겼다.
소속팀 선수로 선구안이 좋고 정확성과 장타 능력까지 겸비한 김현수. 이날 3번 중심 타자로 선발 출장해 최소 진루타는 때려줄 것이라는 예감. 김 감독의 그 감을 밀고 나갔다.
그러나 결과는 삼진. 주포 이승엽(32.요미우리)이 뒤에 버티고 있으나 컨디션이 나쁜 그에게 뭔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었음에도 김 감독은 자신의 공격 철학을 밀고 나갔다.
목이 빠져라 기다렸던 이승엽의 결승 투런 아치가 나온 뒤에도 김 감독은 계속 강공으로 몰아쳤다.
김동주의 중전 안타가 나온 뒤 정근우에게도 자신 있는 스윙을 주문했다. 쐐기점을 뽑기 위해 1사 후 번트를 대는 것보다 김 감독은 계속 밀어 붙이는 화끈한 공격을 이어갔다.
정근우의 타구는 잡히긴 했으나 중견수쪽으로 멀리 뻗어갔다. 바뀐 투수 와쿠이 히데아키는 당황했다.
2사 1루에서 고영민이 자신 있게 스윙한 타구를 좌익수 G.G. 사토가 글러브에서 놓쳐 김동주가 홈을 밟자 일본은 패닉 상태에 들어갔다. 이전 타석에서 삼진만 세 차례 당했던 강민호가 다시 큼지막한 1타점 2루타를 때리면서 게임은 끝났다.
김 감독은 보통 국제대회에서 막강 투수진을 믿는 일반 사령탑과 달리 타선에 큰 기대를 걸었다. 공격을 선호하는 김 감독은 언젠가는 터져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승엽과 김동주 등의 한 방을 기다렸다.
그러나 타선이 터지지 않자 무리수가 빚어졌다. 한 점만 뽑으면 상황이 종료되는 때에도 번트를 안하다 2사 후 기습 번트 작전을 내리는 변칙수가 종종 나왔다.
번트를 대야 할 때와 강공일 때 경계가 허물어 지면서 상대 벤치도 헛갈렸고 이는 대표팀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렀다.
호시노 센이치 일본 감독은 이날 수비가 견고한 선수들을 선발 출장시켜 '지키는 야구'로 한국을 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나타냈다.
지난 16일 본선 풀리그에서 한국에 3-5로 패했을 때 실책을 범했던 무라타 슈이치(3루수.요코하마), 아베 신노스케(포수.요미우리)를 빼고 40세 베테랑 수비형 포수 야노 아키히로(한신)와 완벽한 번트 수비를 대비해 나카지마 히로유키를 3루수로 내보냈다.
야노는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 선두 한신 타이거스의 막강 마운드를 이끌고 있는 안방마님으로 절묘한 볼배합과 안정적인 투수리드, 강한 어깨 등 그는 좋은 포수의 조건을 모두 갖췄다.
결국 한국보다 월등한 투수력으로 이기겠다는 전략이었으나 아이러니하게 투수 때문에 망했다.
호시노 감독은 1회초 무사 2루 선취점 찬스에서 아라키 마사히로에게 보내기 번트를 지시했다. 선취점만 잡으면 기싸움에서 앞서갈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점수를 뽑는 게 중요했다.
그는 1-0이던 3회초 1사 1루에서 또 아라키에게 번트를 명령했다. 1사 후 번트는 웬만하면 안 나오는 작전이나 후속 아오키 노리치카가 교타자인데다 김광현의 공을 잘 공략해 호시노는 확률 높은 번트를 택했고 아라키의 안타로 득점하면서 스몰볼의 위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2-1에서 7회 마운드에 올라온 일본 최고 마무리 후지카와 규지(한신)가 2사 1,2루에서 대타 이진영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하면서 호시노 감독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투수 교체에 실패해 한국에 패했다고 생각한 호시노 감독은 이날은 한국의 좌타자, 우타자에 맞춰 좌투수, 우투수를 번갈아 기용하며 신중하게 불펜을 운용했지만 기대를 걸었던 후지카와와 이와세가 대표팀의 한방 야구에 무너지면서 스몰볼의 몰락을 지켜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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