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핀 우즈 “골프 기약 없는 중단“

입력 2009.12.12 (09:19)

수정 2009.12.1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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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에 밝혀..은퇴보다는 공백에 무게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의문의 교통사고에 이어 잇단 추문이 불거져 곤욕을 치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4.미국)가 "골프를 무기한 쉬겠다"고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12일(이하 한국시간) 밝혔다.



   우즈는 지난달 28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인근 아일워스의 자택 앞 도로에서 현지 시각 새벽 2시25분에 가로수와 소화전을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낸 이후 여성 편력 등 끊임없는 추문에 시달려왔다.



   ◇골프는 무기한 중단

우즈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자아를 깊이 성찰한 끝에 프로골프 생활에서 물러나 기간을 정하지 않고 쉬기로 결심했다. 더 나은 남편, 더 나은 아빠, 더 나은 인간이 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기한 중단(indefinite break)'이라는 표현을 쓴 우즈는 그러나 완전한 은퇴를 밝혔다기보다 잠시 공백을 두겠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읽힌다.



   "나의 잘못된 행동이 많은 사람, 특히 내 아내와 아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사죄의 뜻을 밝힌다"라며 글을 시작한 우즈는 "내가 한 일을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우즈가 자신의 불륜을 직접적으로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3일에는 '도를 넘어선 행위'라는 표현으로 에둘러 여러 추문을 인정했었다.











   ◇기록 행진도 무기한 중단

우즈의 이날 결정으로 '시간문제'로 여겨졌던 각종 기록 경신도 알 수 없게 됐다.



   우즈는 메이저 14승으로 역대 최다 기록인 잭 니클라우스(미국)의 18회 기록에 바짝 다가서 있었다. 올해 비록 메이저 승수를 추가하지는 못했지만 아직 34세인 나이로 미뤄 니클라우스의 기록을 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로 여겼다.



   그러나 우즈가 앞으로 얼마나 쉴지는 모르지만 이런 엄청난 일을 겪고 나서 메이저 대회에서 네 차례 이상 더 우승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우즈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승수에서도 71승을 거둬 샘 스니드(미국)의 82승, 니클라우스의 73승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2010년에 니클라우스의 73승을 넘을 것은 확실해 보였고 스니드의 기록 역시 몇 년 안에 앞지를 가능성이 컸지만 이마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PGA 투어 등 주위 반응

PGA 투어는 우즈의 입장이 발표된 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골프에서 물러나 가족에 전념하겠다는 우즈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우즈 가족의 사생활이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즈가 적당한 때에 PGA 투어에 돌아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US오픈 우승을 차지한 우즈가 무릎 부상으로 8개월간 공백을 가졌을 당시 미국 내 TV 시청률이 50%나 급감한 아픔을 맛봤던 PGA 투어 입장에서는 사실상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도 가능한 한 빨리 돌아오라'는 읍소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광고주들의 반응은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우즈가 외도 가능성을 에둘러 표현했던 이달 초만 해도 나이키, P&G, 일렉트로닉 아츠, 질레트 등 주요 광고주들이 우즈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액센츄어는 최근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우즈의 모습을 없앴다. 또 게토레이, 질레트 등도 이 사건 때문이라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최근 우즈를 모델로 한 광고를 중단했다.



   호주의 시드니 모닝헤럴드는 "태그호이어가 호주 내 상점들에 우즈가 등장한 광고물을 치울 것을 지시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우즈 언제쯤 돌아올까

자신이 직접 '언제 돌아올지 정하지 않았다'는 마당에 우즈가 언제 돌아올지를 추측한다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우즈가 PGA 투어에서 공백기를 가졌던 것은 모두 네 번이다. 2002년 12월 왼쪽 무릎 십자인대 주위 낭종 제거 수술을 받고 7주 만에 돌아온 적이 있고 2006년 US오픈에서는 아버지 사망 이후 6주를 쉬고 대회에 나왔었다.



   또 2008년 4월에도 왼쪽 무릎 관절경 수술을 받고 10주간 재활 뒤 US오픈을 통해 복귀전을 가졌다. 올해 2월에는 역시 무릎 수술 이후 8개월을 쉬고 매치플레이 대회를 통해 복귀했다.



   가장 길었던 공백이 8개월이었던 점에 비춰 이번에도 그 이상은 넘기지 않을 것으로 추측할 수도 있지만 이번엔 부상 탓이 아닌 경기 외적인 이유로 쉬게 됐다는 점이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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