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라면으로 끼니 해결…드러나는 ‘김길태 행적’

부산 여중생 이모(13) 양 납치살해 피의자인 김길태(33)는 주로 생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사건현장 덕포동 한 빈집에서는 1주일간 머물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본부장인 김영식 부산경찰청 차장은 11일 오전 브리핑에서 "김길태는 낮에는 빈집에 은신하고 주로 밤에 이동했다"고 밝혔다.

그의 이동 공간은 사상구 덕포동 일대에 집중됐지만 필요에 따라 인근 주례동, 부산진구 개금동까지 넓어지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도주하는 동안 주례동 등지에서 공중전화로 친구들에게 20여차례 전화를 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 양의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조금 떨어진 파란 대문 집 부근에서는 지난달 초순경 2∼3회 잠을 잔 적도 있었고, 이 양의 집에서 100여m 떨어진 무속인이 사는 집 옆방에 1주일 동안 기거하기도 했다.

그는 이 곳을 아지트로 삼아 주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운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가 더 진행돼 봐야 알 수 있지만 무속인이 사는 이 곳 아지트를 제외하고는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경찰의 수색 상황을 살펴가며 덕포동, 삼락동, 괘법동, 주례동 등지로 옮겨다니며 은신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는 도주 초기에는 라면을 끓여 먹기도 했으나 나중에는 주로 생라면으로 해결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또 검거되기 3∼4일 전부터는 덕포시장 등에서 음식물을 훔쳐 배를 채웠다.

김 씨가 검거된 것도 '최근 들어 음식물과 현금이 없어진다'는 덕포시장 상인들의 제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 10일 검거때도 옥상에서 은신하다 발각된 것처럼 그는 낮에 은신할 때는 옥상을 자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벼락과 처마도 자주 이용했다.

이는 높은 곳에서 경찰 수색상황을 살피고, 옥상을 통한 도주가 용이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8일 경찰이 병력 총동원령을 내리는 등 대대적인 수색을 펼치자 덕포동 재개발지역을 벗어나 덕포시장 빌라 옥상으로 은신처를 옮긴 것으로 보인다"며 "손바닥 꿰뚫듯 훤한 동네 지리를 바탕으로 옥상과 같은 높은 곳에서 경찰의 수색을 예측하고 은신하거나 도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