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상 부심, 한국 유일 ‘월드컵 휘슬’

입력 2010.05.28 (15:08)

수정 2010.05.2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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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경기를 맡겠다는 욕심보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해 판정을 내리겠습니다"

6월 개막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대회에는 모두 90명의 심판이 그라운드를 누빈다. 이 가운데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정해상(39) 부심이 포함됐다.

지난해 대한축구협회 남자 최우수심판 상을 받았던 정해상 부심은 28일 전화 인터뷰에서 "3년간 평가 과정을 거쳐 어렵게 월드컵 심판을 보는 영광을 안게 됐다. 결승전을 맡고 싶다는 거창한 계획보다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해 좋은 판정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월드컵 심판이 되려면 먼저 대륙별 연맹으로부터 추천을 받아야 한다.

정해상 부심은 "월드컵이 끝난 다음 해부터 추천이 된 심판들을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 투입하며 여러 부문에 걸쳐 평가 작업을 한다. 또 경기 외에도 연 2회 정도 세미나와 영어 인터뷰, 영어 규칙 시험, 체력 테스트 등 종합적인 평가 작업이 3년간 이뤄진 뒤에야 월드컵에 나갈 심판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대구공고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정해상 부심은 대학교에 진학하자마자 은퇴, 선수로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선수 생활만 일찍 접은 것이 아니라 아예 축구계를 떠나게 될 수도 있었다.

정해상 심판은 "선수로 일찍 그만둔 것에 방황해 한 7년 정도를 아버지 사업하는 데도 기웃거려보고 도서관 행정 일도 해보는 등 축구와 관계없는 일도 많이 했다"며 웃었다.

"1996년 체육대회에 우연히 나갔다가 축구 실력을 인정받아 당시 경남축구협회로부터 심판을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는 정해상 부심은 "그때 3급 심판 자격증을 처음 땄고 1998년에 1급, 2005년에는 일본과 온두라스의 친선 경기에 처음 국제심판으로 뛰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K-리그 등에서 경험을 쌓던 정해상 부심은 2007년 국내에서 열린 U-17 월드컵 결승에서 한국 심판으로는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결승 부심을 맡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2009년 이집트에서 열린 청소년월드컵 3위 결정전에서도 부심을 맡았던 정해상 부심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에서는 경험이 없는 심판이 부심을 보다가 경력이 쌓이면 주심으로 전환하는 예가 많았다"면서 "그러나 이제 세계적인 추세는 물론 국내에서도 주심과 부심의 전문성이 인정돼 아예 주심과 부심의 테스트 항목 자체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역시 가장 어려운 판정은 오프사이드를 구분해 내는 것"이라는 정해상 부심은 "매일 최소 1시간30분 정도 체력 훈련을 해야 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다 힘든 것이 심판"이라고도 말했다.

20대 중반이던 1995년에 다시 공부를 해 밀양대 행정학과에 입학, 이후 석사과정을 마치고 이제 박사 과정의 마지막 학기만 남기며 뒤늦은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는 정해상 심판은 "이번 대회에서도 매 경기 최선을 다해 좋은 판정을 내리고 올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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