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도 모르는’ 승진 인사…직장인들 명절에 ‘싱숭생숭’

입력 2015.02.18 (05:38)

수정 2015.02.18 (13:47)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15년가량을 일한 A씨는 올해 차장 승진 케이스다.

평소 회식과 야근에 찌든 A씨는 최장 5일간의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되면서 오랜만에 늦잠을 자는 등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고향에 내려와 가족들과 즐거운 명절을 보내고 있지만 A씨 가슴 한편에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설 명절 직후 승진 인사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평소 A씨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보내주던 상사조차 아무런 언질을 주지 않아 A씨의 마음은 여전히 직장에 가 있다.

A씨는 "연휴 때 친척들이 (승진 여부를) 안물었으면 좋겠다"면서 "진급 결과에 상관없이 발표가 나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몰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연말 임원 인사를 단행한 기업들이 일제히 부장 이하 직원 승진 인사를 앞두고 있어 설 명절을 맞은 샐러리맨들이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명절을 보내고 있다.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의 경우 3월 1일 삼성전자를 포함한 70여개 계열사가 일제히 부장 이하 직원 승진 인사를 단행한다.

삼성의 승진에 필요한 근무연한은 '4-4-5-5'다. 입사한 뒤 사원으로 4년을 지내면 대리 승진 대상이 되고, 대리로 다시 4년간 일하면 과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

누락없이 승진한다면 입사 후 19년이 지나야 부장 타이틀을 달게 된다.

물론 근무연한을 채웠다고 자동적으로 승진하는 것은 아니다.

입사 동기 중에서 앞서가는 이가 있으면 뒤처지는 이도 나오게 마련.

인사를 전후해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임원 인사와 마찬가지로 삼성은 성과가 뛰어난 사람에 대해서는 '발탁' 기회를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사원으로 3년을 채운 직원 중 우수 인재는 4년차에 바로 대리를 달아주는 것이다.

삼성 계열사에서 부장을 달고 5년이 지나면 일단 '샐러리맨의 꽃'인 상무가 될 수 있지만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다.

LG그룹 역시 3월 1일 ㈜LG가 직원 승진 인사를 단행하는 것을 비롯해 60여개 계열사가 순차적으로 인사를 실시한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3월 초 인사가 예정돼 있다.

LG 역시 승진에 필요한 근무연한은 '4-4-5-5'다.

다만 부장으로 승진한 뒤 통상 7년이 지나야 임원 승진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삼성에 비해서는 다소 긴 편이다.

삼성에 '발탁' 제도가 있다면 LG는 '조기진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역시 성과가 뛰어난 우수 인재의 경우 연한에 관계없이 승진 기회를 준다.

효성과 코오롱 그룹의 경우 직원 승진 인사가 4월 1일로 예정돼 있다.

효성의 경우 한 단계 승진에 필요한 근무연한은 4년이며 이는 모든 직급에서 동일하다.

코오롱의 승진연한은 기존의 '3-5-4-4'에서 '3-5-5-5'로 변경됐다.

코오롱 관계자는 "정년 연장 등의 이유로 차장과 부장 승진연한이 1년씩 늘어났다"면서 "연속해서 최고등급의 인사고과를 받거나 승진 포인트를 미리 확보한 경우 최고경영자(CEO)의 의사결정을 거쳐 조기승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인사를 앞둔 이들 기업의 샐러리맨에 비해 이미 성적표를 받은 기업의 직원은 비교적 평온하게 이번 설을 보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지난해 말 임원 인사에 이어 부장 이하 직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차에서는 부장급 196명을 포함해 모두 1천100명이 승진의 기쁨을 누렸다.

현대차의 승진연한은 삼성·LG와 마찬가지로 '4-4-5-5'를 따르고 있다.

다만 부장으로 5년이 지나면 이사대우로 승진할 수 있는 점이 다르다.

SK그룹 역시 지난해 12월 초 임원 인사에 이어 순차적으로 직원 승진 인사까지 모두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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