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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와 두 개의 양심]⑤ 증인이 재판장 노릇?…검사 말 끊고 꾸짖은 판사
입력 2019.06.04 (07:04) 수정 2019.07.05 (21:07) 취재K
[판사와 두 개의 양심]⑤ 증인이 재판장 노릇?…검사 말 끊고 꾸짖은 판사
●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대한민국 헌법 103조)

● 선서서에는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라고 기재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157조 2항)

양심에 따라 재판 업무를 수행하는 판사들. 최근 또 다른 이유로 양심을 갖춰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해야 할, '증인'으로서의 양심이 필요해졌습니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 최대 100명이 넘는 판사들이 증인으로 나오게 됐기 때문입니다. 법대에서 이젠 증언대로 내려와 양심을 발휘해야 하는 판사들. 이 이례적인 법정에서 나온 '양심적 증언'과, 재판의 요모조모를 기록해보려 합니다.

다섯 번째 순서로, 지난달 30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서 진행된 홍승면 서울고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18기, 전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살펴봅니다.

홍 부장판사는 2013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3년 동안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과 수석재판연구관을 연달아 지내면서, 100명이 넘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총괄했습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대법관들에게 배정된 사건을 다양한 시각으로 연구·검토한 뒤, 그 결과를 보고서에 담아 대법관들의 판결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대법관들은 이 보고서 내용을 참고해 합의를 거쳐 최종 판결을 내립니다. 이 때문에 재판연구관들은 대법원 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검찰은 이런 재판연구관들에게 법원행정처에서 만든 '재판 개입' 의심 문건이 전달됐고, 이 과정에 홍 부장판사도 관여했다고 봤습니다. 문제의 문건이 첨부된 이메일을 임종헌 전 차장이 홍 부장판사에게 보낸 기록 등이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한편 홍 부장판사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뒤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요. 이때 현직 판사들의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압박하기 위한 정책을 결정해 법관의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징계가 청구되기도 했습니다.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그러나 지난해 말 홍 부장판사에게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고 징계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1. 검사 말 자꾸 끊은 증인…'재판연구관' 자존심 건드렸나

이날 증인신문에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법원행정처에서 작성한 한 문건이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원 전 원장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유·무죄 여부를 달리 판단한 1, 2심 판결을 비교·분석한 문건인데요. 여기에는 "국정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확정되면 … 선거 자체가 불공정한 사유가 개입하였다는 폭발력을 가질 수 있음" "대법원의 구성이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갖게 된다는 논란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이라는 내용이 '심각성'이라는 소제목 하에 나와 있습니다. 검찰은 이 문건을 이른바 '정무적' 문건이라고 평가한 이유입니다.


2015년 2월 10일, 임종헌 전 차장은 이 문건을 홍 부장판사(당시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게 이메일로 발송했습니다. 이에 홍 부장판사는 당시 형사사건을 총괄하던 유해용 당시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에게 해당 문건을 첨부한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이 문건은 결국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의 상고심 관련 검토, 보고 업무를 맡았던 신 모 재판연구관 손에까지 들어갑니다.

검찰은 '정무적' 내용이 담긴 행정처의 문건이 사건 담당 재판연구관에게까지 전달된 것은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며 홍 부장판사를 추궁했습니다. 그러나 홍 부장판사는 "초등학생도 다 아는 내용"이라며 검찰이 사실을 부풀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사와 증인의 '말 끊기식 대화'를 불러온 대목입니다.

- 검사: 박○○ 심의관 작성 보고서 관련해서, 변호사님께서 "이 보고서의 성격은 정무적 보고서로 볼 수 있느냐"라고 했더니 "그것은 초등학생도 다 아는 내용"이라고 방금 증언을 하셨는데.
- 증인: [말 끊으며] 사건의 결과가 정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정도는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라는 취지입니다.
- 검사: 보고서 내용을 보면 "대법원의 구성이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갖게 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 이런 내용이 기재돼 있습니다. 대법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 그분들의 정치적 성향이 어떠냐에 대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굉장히 난해한 내용이 들어있는데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증인: … 검사님께서 지적하신 그 한 줄, 두 줄은 정무적인 거 아니냐 물으시면, 정무적인 내용은 맞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문제의 문건에서 검찰이 “상고심 검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문제 삼은 대목. 문제의 문건에서 검찰이 “상고심 검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문제 삼은 대목.

홍 부장판사가 극히 일부의 '정무적' 내용이 포함됐다고 겨우 인정하자, 검사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본격적인 말 끊기 경쟁은 여기서 불붙었습니다.

- 검사: 증인께서는 그 정도 보고서 내용은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됐더라도 상고심 재판부나 재판연구관에게 전달되었을 때 크게 문제가 없단 취지로 증언하신 거 맞습니까?
- 증인: 저는 선임연구관이라면 판결 내용을 정리한 보고서는 받아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 검사: [말 끊으며] 다른 재판연구관은 어떻습니까? 말씀하신 대로 처장뿐 아니라 대법원장까지 보고된 정무적 판단이 가미된...
- 증인: [말 끊으며] 정무적인 게 두 줄이 들어있고 26페이지는 다 그냥..
- 검사: [말 끊으며] 예, 어쨌든 그 정도는 재판연구관에게 전달돼도...
- 증인: [말 끊으며] 선임재판연구관에게 전달돼도...
- 검사: [말 끊으며] 다른 연구관들은 어떠냐고요.
- 증인: 제가 선임연구관이었다면 다른 연구관에게 주느냐 마느냐 그 문제인데. 글쎄요, 답변하긴 어렵습니다.
- 검사: 왜 답변하기가 어려우시죠? 별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셨는데...
- 증인: [말 끊으며] 생각을 좀 해봐야 되겠습니다. 가정해서 물어보시는 건데 짧은 시간에 답변드리기가...
- 검사: [말 끊으며] 가정해서 여쭤보는 게 아니라 문건 보여드리면서 그 내용에 대해 여쭤보는 거고요.
- 증인: 글쎄요, 좀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문제의 문건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의 1, 2심 비교표도 등장합니다. 홍 부장판사는 “(재판연구관실에 있던) 3년 동안 판결문 비교·분석한 표를 받은 건 이거 하나뿐”이라고 증언했습니다. 문제의 문건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의 1, 2심 비교표도 등장합니다. 홍 부장판사는 “(재판연구관실에 있던) 3년 동안 판결문 비교·분석한 표를 받은 건 이거 하나뿐”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화였습니다. 증인석에 앉은 홍 부장판사는 유독 이 부분에서 흥분한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그 이유는 이어지는 대화와 그의 마지막 진술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 검사: 상고심의 예상 쟁점 부분에서 개인적 의견도 기재돼 있습니다. 정무적 시각을 반영한 것인지 여부를 떠나서 상고심 재판부나 연구관에게 예단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담당 연구관에게 전달되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 증인: 제가 연구관을 5년 했는데, 이 문장 가지고 예단 가질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재판장: 증인, 장시간 증언하셨는데 그럼에도 충분히 진술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거나 그밖에 재판부에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하시죠.
- 증인: [준비해온 글을 읽으며] … 연구관실은 오늘 말씀하신 세 건, 강제징용, 원세훈, 전교조 사건 모두 공정하게 법리 검토하고 보고하였으며, 특정인의 요구 또는 지시에 의해 왜곡된 내용을 보고한 바 없습니다. 연구관실에서 하는 법리검토는 법령과 판례, 조례를 근거로 논리에 따라 분석이 이뤄지고 여러 연구관들의 토의를 통해 검증도 이뤄집니다. 법리 검토의 방법론은 오직 치밀한 논리뿐입니다. … 지난 수사 과정에서 보도된 내용들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재판연구관실의 공정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현명하신 재판부께서 재판연구관실이 맡은 업무를 공정하게 처리해왔음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아무래도 홍 부장판사는 검찰이 재판연구관을 너무 얕잡아 봤다고 생각한 듯 보입니다. '초등학생도 다 아는' 수준의 내용에 재판연구관의 생각이 좌우되진 않는다는 거죠. 원 전 국정원장 사건의 상고심 보고연구관이었던 신 모 연구관도 검찰 조사에서 비슷한 취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는 행정처 문건을 읽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검사님 말과 달리) 저는 제 보고서 작성에 있어 박○○ 심의관의 문건에 전혀 영향받지 않았다" "위와 같은 기재 유무가 검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겠다" "제가 문건을 요청한 이유는 … 1심과 원심의 구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은 소박한 생각에서였다. 이런 일 있고 보니 전달받았던 것이 후회가 될 뿐이다"라고 진술했습니다. 재판연구관의 자존심은 이처럼 강했습니다.

한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사무실에서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 (KBS 통합뉴스룸 자료화면)한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사무실에서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 (KBS 통합뉴스룸 자료화면)

#2. 증인석에서도 숨길 수 없는 '재판장 본능'?

재판에서는 홍 부장판사의 고위법관으로서의 자존심도 은근히 드러났습니다. 가령 이런 대목입니다.

- 검사: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이런 말씀들을 하신 걸로 돼 있습니다. '그와 같은 보고서가 재판연구관에게 전달된 것은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여지가 있어 부적절한 것은 맞다. 법원행정처에서 작성한 정무적 시각이 가미된 보고서가 재판연구관에게 전달되면 공정하지 않다는 인상을 재판연구관에게 줄 수 있어서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정무적 시각이 가미된 법원행정처 보고서가 법원행정처 차장, 처장, 대법원장에게 보고되고, 수석 또는 선임재판연구관을 통해 재판연구관에게 전달되면, 재판연구관은 그 보고서에 맞추어 검토보고서를 작성할 걸로 보인다.' 이런 취지로 진술하셨는데 맞습니까?
- 증인: 제가 그렇게... 지금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
- 검사: 네, 조서에 있는 그대로.
- 증인: 한번 찾아봐 주시겠습니까? 그렇게 질문한 것에 대해서 제가 그렇다고 답한 것이 아닙니까?
- 검사: 조서를 직접 확인해보시면 되겠습니다.
- 재판장: 조서 해당 부분을 제시해주시죠.

검찰 진술조서에 뭔가 문제를 발견한 듯한 홍 부장판사. 검사의 신문 방식을 곧바로 지적했습니다.

- 증인: [진술조서를 살피더니] 아, 이거겠군요. 지금 방금 말씀하신 내용은... 질문이 13줄입니다. 제 답변은 "부적절한 것은 맞습니다"라는 게 답변인데, 검사님께서는 질문을 제가 답변한 것처럼 물어보셔가지고 [방청석에 있던 임종헌 전 차장 부인 웃음], 제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겁니다.
- 검사: 제가 사실은...
- 증인: [말 끊으며] 그리고 앞에도, 조서에서 "정무적인 시각이 가미될 수 있기 때문에 연구관에게 전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입니다"라고 말했는데, 이건 일반론으로 얘기한 겁니다. 이 사건에 관한 것이 아니고, 대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관해서 정무적 의견이 가미된 보고서가 연구관에게 전달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입니다. 일반론으로 말씀드린 겁니다.
- 검사: 제가 그래서 '그런 취지로 진술하셨냐'고 여쭤본 것이고.
- 증인: 알겠습니다.


꾸짖음에 가까운 지적을 받은 검사가 질문을 다듬어 다시 질문했지만, 또다시 일침이 가해집니다.

- 검사: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그와 같은 보고서가 재판연구관에게 전달된 것은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여지가 있어 부적절한 것은 맞다. … 정무적 시각이 가미된 법원행정처 보고서가 … 수석 또는 선임재판연구관을 통해 재판연구관에게 전달되면, 재판연구관은 그 보고서에 맞추어 검토보고서를 작성할 걸로 보인다"는 취지로 진술하셨는데 맞습니까?
- 증인: 예. 제일 앞 부분에 "그와 같은"이라는 부분을 빼면 되겠습니다. 이 보고서를 염두에 두고 "그와 같은 보고서가 전달되면"이라고 한 게 아니고, 질문과 답변 모두, "행정처에서 만든 정무적 보고서가 전달되면 위험성이 있다"는 질문과 답변이었습니다.

증인의 '재판장 노릇'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증인의 경험이 아닌 의견을 묻고 있다"며 신문을 저지하는 것은 증인신문에서 재판장이 종종 보이는 모습인데요. 홍 부장판사는 증인석에서 이같은 멘트를 날렸습니다.

- 검사: 증인은 28년째 법원에 재직하면서 대법원 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선고한 당해 사건이 대법원에서 또다시 파기되는 거를 본 적은 없는 게 맞습니까?
- 증인: ... 제가 아는 한 없는 것 같습니다.
- 검사: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대법원 판결의 위신이 크게 실추되고 대법원의 존재 의의 자체가 손상되는 것으로 법원 내부적으로 매우 충격적인 일에 해당하는 것은 맞습니까?
- 증인: ... 답변을 못할 건 아닙니다만, 그런 식으로 계속 의견을 물어보시고. 답변을 해야 하고 그렇습니까?
- 검사: 답변을 하실지 마실지는 증인께서 판단하셔야 하니까 저한테 질문하시는 건 좀...

결국 재판장이 받아들였습니다.

- 재판장: 이건 생략하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 검사: 알겠습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은 중앙지법 311호 중법정에서 자주 열린다.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은 중앙지법 311호 중법정에서 자주 열린다.

#3. '로비스트'된 판사…국회 가서 무슨 말 했나?

검찰은 증인신문에서 홍 부장판사가 지난 2015년, 김진태 현 자유한국당 의원을 찾아간 얘기도 슬쩍 언급했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의 역점 사업이었다는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로비에 홍 부장판사도 관여했다는 건데요. 당시 여러 판사들이 일종의 '로비스트'로 활용됐다는 점은 이미 여러 차례 언론보도로 잘 알려져 있죠. (▶관련 기사: 현직 판사 "임종헌이 지시" 상고법원 로비 정황 증언 / 판사들 '로비스트'로 동원…"국민은 이기적 존재" 폄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만들었던 '상고법원 입법전략을 위한 대응전략 TF팀'은 각 국회의원과 친분이 있는 판사들을 적은 '접촉루트' 파일까지 만들어서, 의원들을 깨알 공략했습니다. 홍 부장판사는 자신의 사법연수원, 서울대 법대 동기인 김진태 의원과 짝지어졌습니다. 2015년 4월, 국회에서 홍 부장판사와 이규진 당시 대법원 양형실장이 김 의원과 45분 동안 만났다는데요.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요? 검찰이 확보한 보고 문건(20150408 김진태 의원.hwp)에 그날 대화의 요지가 적혀 있습니다.

- 검사: 대담의 주요내용 부분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중간부에는 홍 수석(홍 부장판사)이 대법원 사건 수 부담의 현상황을 상세히 설명한 후, 김 의원의 보수성향에 초점을 맞추어 대법관 수의 증원 방안은 김 의원의 입장인 보수적 성향의 대법원 구성과 반대되는, 진보적 성향의 대법원 구성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개진하였음"이라고 기재돼 있습니다. 증인이 김진태 의원에게 이런 얘기를 한 사실이 있습니까?
- 증인: 그런 말을 한 거 같습니다.

- 검사: 후반부 부분을 보면 "법원 측은 상고법원 설립안을 법원 전체의 큰 그림에서 긍정적으로 보아달라. 일부 지적되는 판결과 법관은 있을 수 있는 점을 이해해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하고 대담을 마쳤음"이라고 기재돼 있습니다. 당시 자리에서 특정 사건 재판에 관한 언급이 있었던 것입니까?
- 증인: 그런 건 아닙니다. [서류 뒤적뒤적] 사건 얘기를 하면서 법원을 비판했던 것 같지는 않고, 하여간 전반적으로 법원에 문제가 있다 그런 얘기를 김진태 의원이 했었습니다.


검찰이 재판에서 밝힌 대담 결과 보고 문건의 주요 내용에 따르면, 당시 김진태 의원은 "상고법원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하급심에서 보여온 좌편향적 판결 등 많은 문제점들에 비춰보면 법원으로서는 상고법원 설립보단 사실심 충실화, 즉 제대로 된 하급심의 완성에 초점 맞춰야 한다"라고 취지로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좌편향적 판결의 예시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과, 영장 기각사유에 "세월호 참사"를 언급한 전주지법 군산지원 영장전담 판사의 경우를 언급했다고 하는데요. 이런 김 의원의 특별한 입맛에 맞춰, 두 판사는 '대법관 증원시 진보적 성향의 대법원이 구성될 우려' 등을 들어 상고법원 설치를 열심히 설득하고 법원으로 돌아왔을 것입니다. 그 특별한 노동의 시간이 결과적으로 그렇게 보람이 있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 [판사와 두 개의 양심]⑤ 증인이 재판장 노릇?…검사 말 끊고 꾸짖은 판사
    • 입력 2019.06.04 (07:04)
    • 수정 2019.07.05 (21:07)
    취재K
[판사와 두 개의 양심]⑤ 증인이 재판장 노릇?…검사 말 끊고 꾸짖은 판사
●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대한민국 헌법 103조)

● 선서서에는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라고 기재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157조 2항)

양심에 따라 재판 업무를 수행하는 판사들. 최근 또 다른 이유로 양심을 갖춰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해야 할, '증인'으로서의 양심이 필요해졌습니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 최대 100명이 넘는 판사들이 증인으로 나오게 됐기 때문입니다. 법대에서 이젠 증언대로 내려와 양심을 발휘해야 하는 판사들. 이 이례적인 법정에서 나온 '양심적 증언'과, 재판의 요모조모를 기록해보려 합니다.

다섯 번째 순서로, 지난달 30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서 진행된 홍승면 서울고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18기, 전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살펴봅니다.

홍 부장판사는 2013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3년 동안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과 수석재판연구관을 연달아 지내면서, 100명이 넘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총괄했습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대법관들에게 배정된 사건을 다양한 시각으로 연구·검토한 뒤, 그 결과를 보고서에 담아 대법관들의 판결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대법관들은 이 보고서 내용을 참고해 합의를 거쳐 최종 판결을 내립니다. 이 때문에 재판연구관들은 대법원 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검찰은 이런 재판연구관들에게 법원행정처에서 만든 '재판 개입' 의심 문건이 전달됐고, 이 과정에 홍 부장판사도 관여했다고 봤습니다. 문제의 문건이 첨부된 이메일을 임종헌 전 차장이 홍 부장판사에게 보낸 기록 등이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한편 홍 부장판사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뒤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요. 이때 현직 판사들의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압박하기 위한 정책을 결정해 법관의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징계가 청구되기도 했습니다.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그러나 지난해 말 홍 부장판사에게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고 징계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1. 검사 말 자꾸 끊은 증인…'재판연구관' 자존심 건드렸나

이날 증인신문에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법원행정처에서 작성한 한 문건이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원 전 원장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유·무죄 여부를 달리 판단한 1, 2심 판결을 비교·분석한 문건인데요. 여기에는 "국정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확정되면 … 선거 자체가 불공정한 사유가 개입하였다는 폭발력을 가질 수 있음" "대법원의 구성이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갖게 된다는 논란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이라는 내용이 '심각성'이라는 소제목 하에 나와 있습니다. 검찰은 이 문건을 이른바 '정무적' 문건이라고 평가한 이유입니다.


2015년 2월 10일, 임종헌 전 차장은 이 문건을 홍 부장판사(당시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게 이메일로 발송했습니다. 이에 홍 부장판사는 당시 형사사건을 총괄하던 유해용 당시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에게 해당 문건을 첨부한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이 문건은 결국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의 상고심 관련 검토, 보고 업무를 맡았던 신 모 재판연구관 손에까지 들어갑니다.

검찰은 '정무적' 내용이 담긴 행정처의 문건이 사건 담당 재판연구관에게까지 전달된 것은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며 홍 부장판사를 추궁했습니다. 그러나 홍 부장판사는 "초등학생도 다 아는 내용"이라며 검찰이 사실을 부풀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사와 증인의 '말 끊기식 대화'를 불러온 대목입니다.

- 검사: 박○○ 심의관 작성 보고서 관련해서, 변호사님께서 "이 보고서의 성격은 정무적 보고서로 볼 수 있느냐"라고 했더니 "그것은 초등학생도 다 아는 내용"이라고 방금 증언을 하셨는데.
- 증인: [말 끊으며] 사건의 결과가 정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정도는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라는 취지입니다.
- 검사: 보고서 내용을 보면 "대법원의 구성이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갖게 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 이런 내용이 기재돼 있습니다. 대법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 그분들의 정치적 성향이 어떠냐에 대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굉장히 난해한 내용이 들어있는데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증인: … 검사님께서 지적하신 그 한 줄, 두 줄은 정무적인 거 아니냐 물으시면, 정무적인 내용은 맞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문제의 문건에서 검찰이 “상고심 검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문제 삼은 대목. 문제의 문건에서 검찰이 “상고심 검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문제 삼은 대목.

홍 부장판사가 극히 일부의 '정무적' 내용이 포함됐다고 겨우 인정하자, 검사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본격적인 말 끊기 경쟁은 여기서 불붙었습니다.

- 검사: 증인께서는 그 정도 보고서 내용은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됐더라도 상고심 재판부나 재판연구관에게 전달되었을 때 크게 문제가 없단 취지로 증언하신 거 맞습니까?
- 증인: 저는 선임연구관이라면 판결 내용을 정리한 보고서는 받아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 검사: [말 끊으며] 다른 재판연구관은 어떻습니까? 말씀하신 대로 처장뿐 아니라 대법원장까지 보고된 정무적 판단이 가미된...
- 증인: [말 끊으며] 정무적인 게 두 줄이 들어있고 26페이지는 다 그냥..
- 검사: [말 끊으며] 예, 어쨌든 그 정도는 재판연구관에게 전달돼도...
- 증인: [말 끊으며] 선임재판연구관에게 전달돼도...
- 검사: [말 끊으며] 다른 연구관들은 어떠냐고요.
- 증인: 제가 선임연구관이었다면 다른 연구관에게 주느냐 마느냐 그 문제인데. 글쎄요, 답변하긴 어렵습니다.
- 검사: 왜 답변하기가 어려우시죠? 별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셨는데...
- 증인: [말 끊으며] 생각을 좀 해봐야 되겠습니다. 가정해서 물어보시는 건데 짧은 시간에 답변드리기가...
- 검사: [말 끊으며] 가정해서 여쭤보는 게 아니라 문건 보여드리면서 그 내용에 대해 여쭤보는 거고요.
- 증인: 글쎄요, 좀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문제의 문건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의 1, 2심 비교표도 등장합니다. 홍 부장판사는 “(재판연구관실에 있던) 3년 동안 판결문 비교·분석한 표를 받은 건 이거 하나뿐”이라고 증언했습니다. 문제의 문건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의 1, 2심 비교표도 등장합니다. 홍 부장판사는 “(재판연구관실에 있던) 3년 동안 판결문 비교·분석한 표를 받은 건 이거 하나뿐”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화였습니다. 증인석에 앉은 홍 부장판사는 유독 이 부분에서 흥분한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그 이유는 이어지는 대화와 그의 마지막 진술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 검사: 상고심의 예상 쟁점 부분에서 개인적 의견도 기재돼 있습니다. 정무적 시각을 반영한 것인지 여부를 떠나서 상고심 재판부나 연구관에게 예단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담당 연구관에게 전달되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 증인: 제가 연구관을 5년 했는데, 이 문장 가지고 예단 가질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재판장: 증인, 장시간 증언하셨는데 그럼에도 충분히 진술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거나 그밖에 재판부에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하시죠.
- 증인: [준비해온 글을 읽으며] … 연구관실은 오늘 말씀하신 세 건, 강제징용, 원세훈, 전교조 사건 모두 공정하게 법리 검토하고 보고하였으며, 특정인의 요구 또는 지시에 의해 왜곡된 내용을 보고한 바 없습니다. 연구관실에서 하는 법리검토는 법령과 판례, 조례를 근거로 논리에 따라 분석이 이뤄지고 여러 연구관들의 토의를 통해 검증도 이뤄집니다. 법리 검토의 방법론은 오직 치밀한 논리뿐입니다. … 지난 수사 과정에서 보도된 내용들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재판연구관실의 공정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현명하신 재판부께서 재판연구관실이 맡은 업무를 공정하게 처리해왔음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아무래도 홍 부장판사는 검찰이 재판연구관을 너무 얕잡아 봤다고 생각한 듯 보입니다. '초등학생도 다 아는' 수준의 내용에 재판연구관의 생각이 좌우되진 않는다는 거죠. 원 전 국정원장 사건의 상고심 보고연구관이었던 신 모 연구관도 검찰 조사에서 비슷한 취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는 행정처 문건을 읽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검사님 말과 달리) 저는 제 보고서 작성에 있어 박○○ 심의관의 문건에 전혀 영향받지 않았다" "위와 같은 기재 유무가 검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겠다" "제가 문건을 요청한 이유는 … 1심과 원심의 구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은 소박한 생각에서였다. 이런 일 있고 보니 전달받았던 것이 후회가 될 뿐이다"라고 진술했습니다. 재판연구관의 자존심은 이처럼 강했습니다.

한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사무실에서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 (KBS 통합뉴스룸 자료화면)한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사무실에서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 (KBS 통합뉴스룸 자료화면)

#2. 증인석에서도 숨길 수 없는 '재판장 본능'?

재판에서는 홍 부장판사의 고위법관으로서의 자존심도 은근히 드러났습니다. 가령 이런 대목입니다.

- 검사: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이런 말씀들을 하신 걸로 돼 있습니다. '그와 같은 보고서가 재판연구관에게 전달된 것은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여지가 있어 부적절한 것은 맞다. 법원행정처에서 작성한 정무적 시각이 가미된 보고서가 재판연구관에게 전달되면 공정하지 않다는 인상을 재판연구관에게 줄 수 있어서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정무적 시각이 가미된 법원행정처 보고서가 법원행정처 차장, 처장, 대법원장에게 보고되고, 수석 또는 선임재판연구관을 통해 재판연구관에게 전달되면, 재판연구관은 그 보고서에 맞추어 검토보고서를 작성할 걸로 보인다.' 이런 취지로 진술하셨는데 맞습니까?
- 증인: 제가 그렇게... 지금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
- 검사: 네, 조서에 있는 그대로.
- 증인: 한번 찾아봐 주시겠습니까? 그렇게 질문한 것에 대해서 제가 그렇다고 답한 것이 아닙니까?
- 검사: 조서를 직접 확인해보시면 되겠습니다.
- 재판장: 조서 해당 부분을 제시해주시죠.

검찰 진술조서에 뭔가 문제를 발견한 듯한 홍 부장판사. 검사의 신문 방식을 곧바로 지적했습니다.

- 증인: [진술조서를 살피더니] 아, 이거겠군요. 지금 방금 말씀하신 내용은... 질문이 13줄입니다. 제 답변은 "부적절한 것은 맞습니다"라는 게 답변인데, 검사님께서는 질문을 제가 답변한 것처럼 물어보셔가지고 [방청석에 있던 임종헌 전 차장 부인 웃음], 제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겁니다.
- 검사: 제가 사실은...
- 증인: [말 끊으며] 그리고 앞에도, 조서에서 "정무적인 시각이 가미될 수 있기 때문에 연구관에게 전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입니다"라고 말했는데, 이건 일반론으로 얘기한 겁니다. 이 사건에 관한 것이 아니고, 대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관해서 정무적 의견이 가미된 보고서가 연구관에게 전달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입니다. 일반론으로 말씀드린 겁니다.
- 검사: 제가 그래서 '그런 취지로 진술하셨냐'고 여쭤본 것이고.
- 증인: 알겠습니다.


꾸짖음에 가까운 지적을 받은 검사가 질문을 다듬어 다시 질문했지만, 또다시 일침이 가해집니다.

- 검사: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그와 같은 보고서가 재판연구관에게 전달된 것은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여지가 있어 부적절한 것은 맞다. … 정무적 시각이 가미된 법원행정처 보고서가 … 수석 또는 선임재판연구관을 통해 재판연구관에게 전달되면, 재판연구관은 그 보고서에 맞추어 검토보고서를 작성할 걸로 보인다"는 취지로 진술하셨는데 맞습니까?
- 증인: 예. 제일 앞 부분에 "그와 같은"이라는 부분을 빼면 되겠습니다. 이 보고서를 염두에 두고 "그와 같은 보고서가 전달되면"이라고 한 게 아니고, 질문과 답변 모두, "행정처에서 만든 정무적 보고서가 전달되면 위험성이 있다"는 질문과 답변이었습니다.

증인의 '재판장 노릇'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증인의 경험이 아닌 의견을 묻고 있다"며 신문을 저지하는 것은 증인신문에서 재판장이 종종 보이는 모습인데요. 홍 부장판사는 증인석에서 이같은 멘트를 날렸습니다.

- 검사: 증인은 28년째 법원에 재직하면서 대법원 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선고한 당해 사건이 대법원에서 또다시 파기되는 거를 본 적은 없는 게 맞습니까?
- 증인: ... 제가 아는 한 없는 것 같습니다.
- 검사: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대법원 판결의 위신이 크게 실추되고 대법원의 존재 의의 자체가 손상되는 것으로 법원 내부적으로 매우 충격적인 일에 해당하는 것은 맞습니까?
- 증인: ... 답변을 못할 건 아닙니다만, 그런 식으로 계속 의견을 물어보시고. 답변을 해야 하고 그렇습니까?
- 검사: 답변을 하실지 마실지는 증인께서 판단하셔야 하니까 저한테 질문하시는 건 좀...

결국 재판장이 받아들였습니다.

- 재판장: 이건 생략하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 검사: 알겠습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은 중앙지법 311호 중법정에서 자주 열린다.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은 중앙지법 311호 중법정에서 자주 열린다.

#3. '로비스트'된 판사…국회 가서 무슨 말 했나?

검찰은 증인신문에서 홍 부장판사가 지난 2015년, 김진태 현 자유한국당 의원을 찾아간 얘기도 슬쩍 언급했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의 역점 사업이었다는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로비에 홍 부장판사도 관여했다는 건데요. 당시 여러 판사들이 일종의 '로비스트'로 활용됐다는 점은 이미 여러 차례 언론보도로 잘 알려져 있죠. (▶관련 기사: 현직 판사 "임종헌이 지시" 상고법원 로비 정황 증언 / 판사들 '로비스트'로 동원…"국민은 이기적 존재" 폄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만들었던 '상고법원 입법전략을 위한 대응전략 TF팀'은 각 국회의원과 친분이 있는 판사들을 적은 '접촉루트' 파일까지 만들어서, 의원들을 깨알 공략했습니다. 홍 부장판사는 자신의 사법연수원, 서울대 법대 동기인 김진태 의원과 짝지어졌습니다. 2015년 4월, 국회에서 홍 부장판사와 이규진 당시 대법원 양형실장이 김 의원과 45분 동안 만났다는데요.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요? 검찰이 확보한 보고 문건(20150408 김진태 의원.hwp)에 그날 대화의 요지가 적혀 있습니다.

- 검사: 대담의 주요내용 부분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중간부에는 홍 수석(홍 부장판사)이 대법원 사건 수 부담의 현상황을 상세히 설명한 후, 김 의원의 보수성향에 초점을 맞추어 대법관 수의 증원 방안은 김 의원의 입장인 보수적 성향의 대법원 구성과 반대되는, 진보적 성향의 대법원 구성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개진하였음"이라고 기재돼 있습니다. 증인이 김진태 의원에게 이런 얘기를 한 사실이 있습니까?
- 증인: 그런 말을 한 거 같습니다.

- 검사: 후반부 부분을 보면 "법원 측은 상고법원 설립안을 법원 전체의 큰 그림에서 긍정적으로 보아달라. 일부 지적되는 판결과 법관은 있을 수 있는 점을 이해해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하고 대담을 마쳤음"이라고 기재돼 있습니다. 당시 자리에서 특정 사건 재판에 관한 언급이 있었던 것입니까?
- 증인: 그런 건 아닙니다. [서류 뒤적뒤적] 사건 얘기를 하면서 법원을 비판했던 것 같지는 않고, 하여간 전반적으로 법원에 문제가 있다 그런 얘기를 김진태 의원이 했었습니다.


검찰이 재판에서 밝힌 대담 결과 보고 문건의 주요 내용에 따르면, 당시 김진태 의원은 "상고법원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하급심에서 보여온 좌편향적 판결 등 많은 문제점들에 비춰보면 법원으로서는 상고법원 설립보단 사실심 충실화, 즉 제대로 된 하급심의 완성에 초점 맞춰야 한다"라고 취지로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좌편향적 판결의 예시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과, 영장 기각사유에 "세월호 참사"를 언급한 전주지법 군산지원 영장전담 판사의 경우를 언급했다고 하는데요. 이런 김 의원의 특별한 입맛에 맞춰, 두 판사는 '대법관 증원시 진보적 성향의 대법원이 구성될 우려' 등을 들어 상고법원 설치를 열심히 설득하고 법원으로 돌아왔을 것입니다. 그 특별한 노동의 시간이 결과적으로 그렇게 보람이 있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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