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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와 두 개의 양심]⑥ 자꾸만 결석하는 ‘판사 증인’들…못 나오는 이유도 제각각
입력 2019.07.06 (07:02) 수정 2019.07.06 (14:56) 취재K
[판사와 두 개의 양심]⑥ 자꾸만 결석하는 ‘판사 증인’들…못 나오는 이유도 제각각
●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대한민국 헌법 103조)

● 선서서에는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라고 기재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157조 2항)

양심에 따라 재판 업무를 수행하는 판사들. 최근 또 다른 이유로 양심을 갖춰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해야 할, '증인'으로서의 양심이 필요해졌습니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 최대 100명이 넘는 판사들이 증인으로 나오게 됐기 때문입니다. 법대에서 이젠 증언대로 내려와 양심을 발휘해야 하는 판사들. 이 이례적인 법정에서 나온 '양심적 증언'과, 재판의 요모조모를 기록해보려 합니다.

여섯 번째 순서로, 사라져 버린 판사 증인들의 행방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요즘 판사 증인들을 만나기가 통 쉽지 않습니다. 더워지는 날씨와 함께, 판사 증인도 '기근'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이 한 달 넘게 중단되고 있는 데서 찾을 수 있겠습니다. 임 전 차장이 재판장이 재판을 부당하고 편파적으로 진행한다며 지난달 2일 재판장 기피 신청을 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임 전 차장 재판 말고도 판사 증인을 만날 기회는 있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서도 드디어 지난달 21일을 시작으로 증인신문 일정이 잡힌 건데요. 그러나 실제 증인신문은 여태까지 단 한번도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증인으로 소환된 판사들이 5번 연속으로 "지정된 기일에 출석이 불가능하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재판부에 내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도 판사 증인들이 사유서를 내고 재판에 나오지 않는 일이 심심찮게 있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어떤 판사들이, 무슨 이유로 지정된 증인신문기일에 나오지 못한다는 건지. 지난 재판 기록들을 보며 따져봤습니다.


#1. '제때' 나온 판사 증인, 10명 중 3명 꼴

그동안 판사 증인들이 불출석 사유서를 몇 번이나 냈는지, 대법원 '나의 사건검색' 페이지를 이용해 세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많았습니다. 결국 방법을 거꾸로 바꿨습니다. 불출석 사유서를 내지 않고 제때 출석한 판사 증인이 몇 명인지부터 따져봤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부터 볼까요. 재판이 중단된 6월 3일 이전까지 이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된 현직 판사는 모두 17명이었습니다. 이중 재판부가 지정한 신문기일에 제때 출석한 판사는 5명뿐이었습니다. 전체의 약 70%인 12명은 지정된 기일에는 출석이 어렵다고 알려와, 재판부가 신문기일을 바꿔서 소환하거나 추후 지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래 표에 좀더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막 증인신문 일정이 잡히기 시작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선, 여태까지 판사 증인들의 출석률이 0%를 기록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증인으로 소환됐던 정다주, 시진국, 박상언, 김민수 판사가 연달아 본인의 재판 일정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기 때문입니다.


판사가 워낙 바쁜 직업인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판사 증인을 제때 보기는 참 쉽지가 않은 걸 알 수 있습니다. '사법농단' 재판이 늘어지는 원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2. 불출석 사유서 3번 낸 '결석왕'은 누구?

그럼 세기 힘들었던 불출석 사유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대법원 '나의 사건검색' 페이지와 재판 속기 기록을 근거로 하나하나 살펴봤는데요.

임종헌 전 차장 재판에선 판사 12명이 모두 17번,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에선 판사 4명이 모두 5번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판사 수보다 사유서 제출 횟수가 더 많은 데서 알 수 있듯, 같은 사람이 여러 번 불출석 사유서를 내기도 했는데요. 불출석 사유서를 가장 많이 낸 '결석왕'은 시진국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부장판사였습니다. 임 전 차장 재판에서 1번, 양 전 대법원장 재판에서 2번. 모두 3번이나 불출석 사유서를 냈습니다.

이어 박상언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 전지원 대전고등법원 부장판사, 한승 전주지방법원장도 같은 재판들에서 불출석 사유서를 지금까지 각각 2번씩 낸 걸로 확인됐습니다.


#3. 못 나오는 이유?…'판사, 재판 아니어도 바빠요'

판사 증인들이 이처럼 정해진 신문기일에 자꾸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대다수는 공판기일, 조정기일 등 본인이 맡고 있는 재판 일정과 증인신문기일이 겹친다는 사유를 들었습니다. 이 경우 재판부도 정당한 불출석 사유로 인정하고, 증인신문기일을 변경해줬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로 연수를 갔던 김영현 전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심의관의 경우 "도저히 올해는 일시적으로 귀국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임 전 차장 사건 담당 재판부에 이메일을 보내, 재판부가 기일을 추후 지정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이런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특이해서 기억에 남는 불출석 사유도 있습니다.

"제가 당직이라…" = 가장 최근의 사례부터 볼까요. 어제(5일) 시진국 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오지 않았습니다. 하필 증인신문기일에 자신이 소속 법원의 당직 법관으로 지정됐다는 건데요. 시 판사는 이미 지난달 26일에도 재판 일정을 이유로 증인신문기일에 한 차례 불출석해, 재판이 없는 날에 재소환된 상황이었습니다. 검찰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합당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재판에서 "법원 당직 규칙에 따르면 당직 지정을 받은 법관이 출장이나 휴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당직 근무를 못할 땐 신청해서 당직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면서 "형사재판 증인 출석은 출장, 휴가 못지않게 더 불가피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당직 근무는 바꾸면 되는 것"이라며 "인간관계가 지극히 나쁘지 않는 한 당직 바꾸기는 어렵지 않다. 나도 판사 시절 많이 바꿔봤다"라고 귀띔했습니다. 어쨌든 시 판사는 결국 당직을 바꾸지 않았고, 재판부는 이를 "정당한 불출석 사유"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은 없는데 준비해야 해서…" = 법원 일에 충실한 또 다른 증인. 정다주 판사입니다. 그는 지난달 21일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 소환됐지만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음주 월, 화에 있는 재판을 금요일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는데요. 정 판사는 이에 더해 '토요일 오전에 개인 일정이 있는데, 금요일 늦게까지 증인 신문이 진행되면 그 일정에도 차질이 생긴다'는 취지로도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 판사는 의정부지법에서 부동산 관련 사건과 민사신청 사건을 담당하는 민사합의부에 소속돼 있습니다. 일이 정말 많은가 봅니다.

"법원 체육대회 때문에…" = 불출석 사유가 정당하지 않다며 과태료 납부 명령을 받았던 판사 증인도 있습니다. 임 전 차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된 전지원 판사 얘기입니다. 전 판사는 자신이 소속된 대전고등법원의 춘계체육행사(체육대회)에 참석해야 한다며 지난 5월 2일 증인 소환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검찰은 "일반인들은 생업 종사나 자녀 양육을 이유로 불출석할 경우 재판부가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 역시 "정당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며 전 판사를 과태료 100만 원에 처하겠다고 약식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같은달 27일 전 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하자, "법정에 나와 증언을 마친 점과 증인이 낸 이의신청서를 참작해 벌하지 않겠다"라고 기존 과태료 결정을 취소했습니다.

"법원장이라 좀 바빠요" = 아직도 만나지 못한 증인. 한승 전주지방법원장입니다. 그는 임 전 차장의 재판부에 두 차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습니다. 4월 23일 재판에는 법원장이 참석하는 간담회 일정이 있어서 출석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재소환된 5월 30일에도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는 "법원장으로서 을지태극연습을 총괄해야 한다"면서 "전북도청 합동상황실 방문, 민방위 화재대피훈련, 연습회의, 상황보고" 등 각종 업무를 열거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6월 3일을 증인신문기일로 재지정했지만, 임 전 차장 측이 하루 전인 6월 2일 재판장에 대한 기피 신청을 내면서 재판이 중단돼 결국 아직까지 증인석에 서지 못했습니다.
  • [판사와 두 개의 양심]⑥ 자꾸만 결석하는 ‘판사 증인’들…못 나오는 이유도 제각각
    • 입력 2019.07.06 (07:02)
    • 수정 2019.07.06 (14:56)
    취재K
[판사와 두 개의 양심]⑥ 자꾸만 결석하는 ‘판사 증인’들…못 나오는 이유도 제각각
●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대한민국 헌법 103조)

● 선서서에는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라고 기재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157조 2항)

양심에 따라 재판 업무를 수행하는 판사들. 최근 또 다른 이유로 양심을 갖춰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해야 할, '증인'으로서의 양심이 필요해졌습니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 최대 100명이 넘는 판사들이 증인으로 나오게 됐기 때문입니다. 법대에서 이젠 증언대로 내려와 양심을 발휘해야 하는 판사들. 이 이례적인 법정에서 나온 '양심적 증언'과, 재판의 요모조모를 기록해보려 합니다.

여섯 번째 순서로, 사라져 버린 판사 증인들의 행방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요즘 판사 증인들을 만나기가 통 쉽지 않습니다. 더워지는 날씨와 함께, 판사 증인도 '기근'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이 한 달 넘게 중단되고 있는 데서 찾을 수 있겠습니다. 임 전 차장이 재판장이 재판을 부당하고 편파적으로 진행한다며 지난달 2일 재판장 기피 신청을 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임 전 차장 재판 말고도 판사 증인을 만날 기회는 있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서도 드디어 지난달 21일을 시작으로 증인신문 일정이 잡힌 건데요. 그러나 실제 증인신문은 여태까지 단 한번도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증인으로 소환된 판사들이 5번 연속으로 "지정된 기일에 출석이 불가능하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재판부에 내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도 판사 증인들이 사유서를 내고 재판에 나오지 않는 일이 심심찮게 있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어떤 판사들이, 무슨 이유로 지정된 증인신문기일에 나오지 못한다는 건지. 지난 재판 기록들을 보며 따져봤습니다.


#1. '제때' 나온 판사 증인, 10명 중 3명 꼴

그동안 판사 증인들이 불출석 사유서를 몇 번이나 냈는지, 대법원 '나의 사건검색' 페이지를 이용해 세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많았습니다. 결국 방법을 거꾸로 바꿨습니다. 불출석 사유서를 내지 않고 제때 출석한 판사 증인이 몇 명인지부터 따져봤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부터 볼까요. 재판이 중단된 6월 3일 이전까지 이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된 현직 판사는 모두 17명이었습니다. 이중 재판부가 지정한 신문기일에 제때 출석한 판사는 5명뿐이었습니다. 전체의 약 70%인 12명은 지정된 기일에는 출석이 어렵다고 알려와, 재판부가 신문기일을 바꿔서 소환하거나 추후 지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래 표에 좀더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막 증인신문 일정이 잡히기 시작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선, 여태까지 판사 증인들의 출석률이 0%를 기록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증인으로 소환됐던 정다주, 시진국, 박상언, 김민수 판사가 연달아 본인의 재판 일정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기 때문입니다.


판사가 워낙 바쁜 직업인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판사 증인을 제때 보기는 참 쉽지가 않은 걸 알 수 있습니다. '사법농단' 재판이 늘어지는 원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2. 불출석 사유서 3번 낸 '결석왕'은 누구?

그럼 세기 힘들었던 불출석 사유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대법원 '나의 사건검색' 페이지와 재판 속기 기록을 근거로 하나하나 살펴봤는데요.

임종헌 전 차장 재판에선 판사 12명이 모두 17번,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에선 판사 4명이 모두 5번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판사 수보다 사유서 제출 횟수가 더 많은 데서 알 수 있듯, 같은 사람이 여러 번 불출석 사유서를 내기도 했는데요. 불출석 사유서를 가장 많이 낸 '결석왕'은 시진국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부장판사였습니다. 임 전 차장 재판에서 1번, 양 전 대법원장 재판에서 2번. 모두 3번이나 불출석 사유서를 냈습니다.

이어 박상언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 전지원 대전고등법원 부장판사, 한승 전주지방법원장도 같은 재판들에서 불출석 사유서를 지금까지 각각 2번씩 낸 걸로 확인됐습니다.


#3. 못 나오는 이유?…'판사, 재판 아니어도 바빠요'

판사 증인들이 이처럼 정해진 신문기일에 자꾸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대다수는 공판기일, 조정기일 등 본인이 맡고 있는 재판 일정과 증인신문기일이 겹친다는 사유를 들었습니다. 이 경우 재판부도 정당한 불출석 사유로 인정하고, 증인신문기일을 변경해줬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로 연수를 갔던 김영현 전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심의관의 경우 "도저히 올해는 일시적으로 귀국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임 전 차장 사건 담당 재판부에 이메일을 보내, 재판부가 기일을 추후 지정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이런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특이해서 기억에 남는 불출석 사유도 있습니다.

"제가 당직이라…" = 가장 최근의 사례부터 볼까요. 어제(5일) 시진국 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오지 않았습니다. 하필 증인신문기일에 자신이 소속 법원의 당직 법관으로 지정됐다는 건데요. 시 판사는 이미 지난달 26일에도 재판 일정을 이유로 증인신문기일에 한 차례 불출석해, 재판이 없는 날에 재소환된 상황이었습니다. 검찰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합당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재판에서 "법원 당직 규칙에 따르면 당직 지정을 받은 법관이 출장이나 휴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당직 근무를 못할 땐 신청해서 당직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면서 "형사재판 증인 출석은 출장, 휴가 못지않게 더 불가피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당직 근무는 바꾸면 되는 것"이라며 "인간관계가 지극히 나쁘지 않는 한 당직 바꾸기는 어렵지 않다. 나도 판사 시절 많이 바꿔봤다"라고 귀띔했습니다. 어쨌든 시 판사는 결국 당직을 바꾸지 않았고, 재판부는 이를 "정당한 불출석 사유"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은 없는데 준비해야 해서…" = 법원 일에 충실한 또 다른 증인. 정다주 판사입니다. 그는 지난달 21일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 소환됐지만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음주 월, 화에 있는 재판을 금요일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는데요. 정 판사는 이에 더해 '토요일 오전에 개인 일정이 있는데, 금요일 늦게까지 증인 신문이 진행되면 그 일정에도 차질이 생긴다'는 취지로도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 판사는 의정부지법에서 부동산 관련 사건과 민사신청 사건을 담당하는 민사합의부에 소속돼 있습니다. 일이 정말 많은가 봅니다.

"법원 체육대회 때문에…" = 불출석 사유가 정당하지 않다며 과태료 납부 명령을 받았던 판사 증인도 있습니다. 임 전 차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된 전지원 판사 얘기입니다. 전 판사는 자신이 소속된 대전고등법원의 춘계체육행사(체육대회)에 참석해야 한다며 지난 5월 2일 증인 소환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검찰은 "일반인들은 생업 종사나 자녀 양육을 이유로 불출석할 경우 재판부가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 역시 "정당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며 전 판사를 과태료 100만 원에 처하겠다고 약식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같은달 27일 전 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하자, "법정에 나와 증언을 마친 점과 증인이 낸 이의신청서를 참작해 벌하지 않겠다"라고 기존 과태료 결정을 취소했습니다.

"법원장이라 좀 바빠요" = 아직도 만나지 못한 증인. 한승 전주지방법원장입니다. 그는 임 전 차장의 재판부에 두 차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습니다. 4월 23일 재판에는 법원장이 참석하는 간담회 일정이 있어서 출석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재소환된 5월 30일에도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는 "법원장으로서 을지태극연습을 총괄해야 한다"면서 "전북도청 합동상황실 방문, 민방위 화재대피훈련, 연습회의, 상황보고" 등 각종 업무를 열거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6월 3일을 증인신문기일로 재지정했지만, 임 전 차장 측이 하루 전인 6월 2일 재판장에 대한 기피 신청을 내면서 재판이 중단돼 결국 아직까지 증인석에 서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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