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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와 두 개의 양심]㉓ ‘거짓말 아니냐’ 변호인 공세에…진땀 뺀 판사 증인
입력 2020.04.14 (07:02) 수정 2020.04.14 (07:10) 취재K
[판사와 두 개의 양심]㉓ ‘거짓말 아니냐’ 변호인 공세에…진땀 뺀 판사 증인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대한민국 헌법 103조)

선서서에는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라고 기재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157조 2항)


양심에 따라 재판 업무를 수행하는 판사들. 최근 또 다른 이유로 양심을 갖춰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해야 할, '증인'으로서의 양심이 필요해졌습니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 최대 100명이 넘는 판사들이 증인으로 나오게 됐기 때문입니다. 법대에서 이젠 증언대로 내려와 양심을 발휘해야 하는 판사들. 이 이례적인 법정에서 나온 '양심적 증언'과, 대화의 요모조모를 기록해 둡니다.

스물 세 번째 순서로, '사법농단' 사건 공범으로 기소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사법연수원 17기·現 대구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재판에 2020년 2월 20일 증인으로 출석한 나상훈 판사(사법연수원 31기·前 서울서부지법 기획법관 및 공보관)의 증언을 지난 기사에 이어 계속해서 살펴봅니다. (▶지난 기사: [판사와 두 개의 양심]㉒ 재판부 심증 ‘취재’한 판사…“면피하자는 차원에서”

#1. 시간과 시간 사이

이민걸 당시 기조실장의 요구를 받고,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사건 담당 재판부 주심 판사의 심증을 두 번에 걸쳐 알아본 뒤 보고했다는 증인. 하지만 이민걸 실장의 변호인은 증인의 증언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내세운 대표적인 근거가 '시간'의 흔적이었습니다.

- 변호인: [2016년 10월 25일 보고 이메일의 첨부 파일을 제시하며] 증인은 이 파일을 언제 작성하신 건가요?
- 증인: 이 파일은 아마 (2016년 10월 25일에) 이민걸 실장님 전화를 받고, (주심 판사인) 유○○ 판사님을 뵙고 그날 아마 작성해서 그날 바로 메일로 보낸 것으로 기억합니다.
- 변호인: 그러면 아까 검사님 물어보신 것처럼 이민걸 피고인의 전화를 받고, 증인이 (법원 전산망에서) 사건을 검색해보고, 유○○ 판사실에 가서 메모해와서, 증인 방에 와서 이 파일을 작성했다. 이런 건가요, 순서가? 시간은 몰라도.
- 증인: 네. 순서는 맞습니다.

변호인은 증인의 말대로라면, ①이민걸 실장의 전화를 받고 ②주심 판사의 사무실에 찾아가 ③재판진행 상황과 보석 허가 여부를 물어본 뒤 ④그 결과를 정리한 이메일을 써서 ⑤실장에게 발송하는 이 모든 과정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전개이냐는 주장입니다.

- 변호인: 2016년 10월 25일 13시 45분에 이민걸 피고인이 (전산에서) 사건을 조회하고, 이어서 4분 후에 증인이 (전산에서) 사건을 조회하고. 유○○ 판사실에 가서 메모를 해와서, 방(증인 사무실)에 와서 파일을 만들고, 그 이후 이메일을 작성해 파일을 첨부해서 보냈다라는 것인데... 이메일을 보낸 시간이 2016년 10월 25일 오후 2시 10분이거든요? 그래서 시간이 너무 타이트합니다. 다 가능했을까요? 20분 안에 다 해야 하는데... 그쵸? 49분에 (사건) 조회를 하고 (주심 판사실에) 가서 하고. 그런 바쁜 와중에 파일을 별도로 만들고. 그래서 (이민걸 실장의 전화를 받기 전인) 오전에 (미리 파일을 작성)했을 가능성을 여쭤보는 겁니다.
- 증인: [잠시 침묵] 오전에 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고요. 오전인지 오후에 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변호인은 증인의 두 번째 보고 과정 역시 같은 논리를 들어 의심스럽다고 했습니다. 앞서 증인은 2016년 11월 28일 오전 이민걸 실장의 요구를 받고, 주심 판사를 찾아가 변경된 재판 진행상황과 유·무죄에 대한 심증을 알아본 뒤, 그 내용을 정리해 실장에게 이메일로 보고했다고 검찰의 주신문 과정에서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변호인은 재판부의 당일 재판 일정을 들이밀며 증인이 곧바로 주심 판사를 찾아간 게 맞냐고 추궁했습니다.

- 변호인: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사건 재판일정을 보면) 2016년 11월 28일에 공판기일 304호 법정, 10시로 돼있고 똑같은 날 같은 법정에서 14시 재판도 사건검색에서 확인됩니다. 결국 2016년 11월 28일에는 오전·오후 재판이 예정돼 있었는데. 법정에 들어가는 것을 앞둔 판사실에 가서 이거를 급하게 정리해야 될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 증인: [화면 응시하다가 고개를 아래로 떨굼]
- 변호인: 증인이 메일 보낸 것은 오전 9시 53분. […] 속된 말로 재판하는 날은 '장날'이라 법복까지 입고 있는 재판부에 가서, 뭐 그리 급한 일이라고 정리했는지, 제가 쉽게 이해가 안돼서. 증인이 (전산에서) 사건 검색해서 (알아서) 업데이트를 한 거 아니냐, 그거 다시 한 번 여쭤봅니다.
- 증인: 그렇게 기억하고 있진 않습니다.

2016년 11월 28일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사건의 재판 일정. (출처: 대법원 나의사건검색)2016년 11월 28일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사건의 재판 일정. (출처: 대법원 나의사건검색)

확실한 답변이 나올 때까지 끈질긴 질문은 이어졌습니다.

- 변호인: 2016년 11월 28일 이 사건 공판이 오전·오후에 진행된 걸로 확인이 되는데. 증인이 개정 직전 판사실에 급하게 찾아가서 본안 심증을 확인해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었습니까?
- 증인: [침묵하다] 뭐 특별히 급박한 사정이라고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실장님께서 지시를 하셨기 때문에 확인을 해서 보고를 드리게 된 것입니다.

#2. 진실과 수모

증인은 반대신문 과정에서 여러 차례 변호인의 공격적인 질문에 부딪혔고, 종종 당황하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 변호인: 증인. 조금 전에 말씀하신 거는, 물어볼 필요도 없이 (왕주현이 보석이) 안된다는 거는 거의 뻔한 일이라면서요. 뭣하러 물어봅니까? 판사님한테 송구하게. "보석이 어떻게 될 거 같아요?" "보석 심증이 어때요?" 이거 왜 물어봅니까? 판사와 판사끼리. 뻔한 얘기인데. 그냥 내 예측을 적으면 그만이죠. 그 가능성은 없습니까?
- 증인: [침묵하다] 제가 유○○ 판사에게 여쭤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변호인: 아까 보신 것처럼 11월 28일날도 오전 오후 증인이 있고 그 이후에도 증인신문이 잔뜩 예정이 돼 있는데. 본안 심증을 재판부에 물어보는 것 자체가, 판사의 경험이 많은 증인 입장에서, 좀 앞뒤가 맞지 않거나 넌센스라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 증인: [침묵하다] 아까 답변드린 거 같습니다.

'진실'이라는 단어도 등장했습니다.

- 변호인: 증인이 피고인 이민걸과 통화하고 그와 같은 생각, 고민한 건 진실입니까?
- 증인: [침묵하다] 제가 고민한 내용이 진실인지 여쭤보시는 건가요?
- 변호인: 네.
- 증인: 네, 맞습니다.

"국민의당 사건이 어떻게 될 것 같냐"는 이민걸 실장의 질문에, 주심 판사에게 물어보러 가야하나, 어떻게 물어봐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는 증언을 재확인한 건데, 변호인은 쉽게 못믿겠다고 했습니다.

- 변호인: 가정이예요. "실장님, 아직 증인신문도 많이 남아 있는데 재판의 결론을 알아보긴 이른 거 같습니다"는 취지로 말해서, 피고인 이민걸의 재판부 심증파악 지시를 완곡하게 거절할 생각은 하지 못하셨어요? [변호인 옆에 앉아 있던 이민걸 피고인, 고개 끄덕끄덕함]
- 증인: [침묵하다] 그 짧은 순간에 그렇게까지 생각이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 변호인: 아니, 짧은 순간이 아니라 너무너무 힘든 상황인데. 또 그 재판부는 지금 10시부터 재판인데. 하루종일. 증인신문도 잔뜩 남아 있는데.
- 증인: 전화가 그렇게 길지 않았고, 전화를 끊은 다음에 고민을 하기... 물론 전화받을 때 고민했지만, (끊고 나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아까도 언뜻 말씀드렸다시피 완곡하게 거절을 할지 아니면 제가 알아본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얘기할지, 실제로 주심판사님께 여쭤볼지, 여쭤본다면 어떤 워딩을 써서 여쭤볼지 고민을 했었던 것은 맞습니다.


#3. 착오인가 거짓말인가

증언의 신빙성이 의심받는 근거는 또 있습니다.

앞서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왕주현 당시 국민의당 사무부총장의 보석을 허가할지를 주심 판사에게 물으면서 "그 부분에 대해 법원행정처에서 확인을 구하고 있다"고 주심 판사에게 설명한 기억이 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례적인 '심증 취재'의 배경에 행정처가 있음을 주심 판사에게 언급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법정에서 검사가 이런 진술을 재확인하자, 증인은 말을 바꿨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기억을 더듬어봤는데, 착오로 그렇게 진술한 것 같다"는 겁니다.

변호인은 증인의 진술 번복을 그냥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 변호인: 왜 착오하셨습니까?
- 증인: [침묵]
- 변호인: (당시 법원행정처 요청이) 있었어도 (주심 판사에게는) 없었다고 숨길 판국 같은데, 왜 역방향의 착오가 일어났는지 여쭤봅니다.
- 증인: [5초 침묵] 아마 제가 유 판사님께 "법원장께서 궁금해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정도의 말은 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것에 대해 제가 잠깐 착오를 일으킨 거 아닌가 싶습니다.
- 변호인: 실제로 증인이 보석에 관해서 유○○ 판사한테 물어보지 않고 문건을 작성해놓고, "내가 실제 물어봤다"는 본인 진술의 신빙성을 보강하기 위해 법원행정처까지 언급했다고 끌어들인 건 아니고요?
- 증인: 네. 그렇진 않습니다.

변호인은 이처럼 증인에게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며, 증언과는 다른 가설들을 제시했습니다. ▲증인이 이민걸 실장의 전화를 받기 전, 이미 다른 목적이나 다른 사람의 지시로 재판진행 상황 등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사건 관련 정보를 정리해두고 있었다거나 ▲증인이 이민걸 실장의 전화를 받은 뒤 주심 판사를 굳이 찾아가지 않고, 대법원 나의사건검색과 기존에 확보해 둔 사건 관련 자료―반대신문 과정에서는 증인이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사건 공소장과, 주심 판사가 직접 정리한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들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받아본 사실도 드러났습니다―를 토대로만 이메일 내용을 작성해 보고를 했을 가능성 등입니다.


#4. 갑자기 튀어나온 그 이름

그 가설의 끝판왕(?)을 볼까요.

증인을 추궁하던 변호인, 갑자기 증인이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 한 마디를 지적합니다.

- 변호인: 증인에 대한 5회 피의자신문조서. "이때 제가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하면서 국회의원의 민원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당시 임종헌 실장님이 립서비스하는 경우 외에도 일선 재판부에 이를 전달하거나 일선 재판부의 심증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평소 했었기 때문이다"라고 진술한 거 확인되죠?
- 증인: 네.

증인이 행정처에서 일했던 2년 동안, 그의 직속 상관이었던 기획조정실장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었습니다.

- 변호인: 증인은 임종헌의 어떤 사건, 어떤 행위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겁니까? 어떤 경험? 이 사람은 립서비스가 아니라 재판부에 전달도 하고 심증도 확인하더라.
- 증인: 제가 직접 보거나 경험한 바는 없습니다. 다만 임종헌 차장님께서 기조실장님 하실 때, 국회의원들께서 그런 요청들을 많이 하는 것에 대해서는 직·간접적으로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드린 겁니다.

변호인은 다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변호인: 아니죠! 요청하는 거랑, 알아보고 전달하고 하는 거랑은 완전히 다르잖아요. 왜 그러면 그런 데 대한 기억이나 경험도 없이, 오랫동안 법관한 고위 법관을 갖다가 모욕하는 진술을 하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듣는 거야 듣죠. 국회의원들의 민원은 듣죠. 판사가 민원 듣더라도 내 단계에서 립서비스하고 치우는 거죠. 재판부에다가 보석해달라느니, 보석 심증이 어떻게 됐는지 이런 거 알아볼 필요 없잖아요. 근데 '임종헌 실장님은 립서비스하는 경우를 넘어서는 일을 하시는 분이더라', 그런 경험을 말씀하셨기에 에피소드 하나 알려달라는 겁니다.
- 증인: 제가 직접 경험한 바는 없고,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씀드린 것은 아니고, 그럴 수 있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에 대해 말씀드린 겁니다.

'임종헌'과 '재판부 접촉·심증 확인'이라는 주제를 띄운 변호인은, 신문 후반부에 또 다시 임 전 차장 얘기를 꺼냈습니다.

- 변호인: 유○○ 판사한테 증인이 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들의 입장"이라는 문서 제시. […] 임종헌 차장이 (국회 민원을 받고) 마치 변호인처럼 사건에 대한 쟁점을 검토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제공하기 위해 이 자료를 받은 건 혹시 아닙니까? 혹은 그런 지시를 받은 적 없습니까?
- 증인: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곧 돌직구가 날아듭니다.

- 변호인: 증인은 2018년 8월 26일에 증인 이메일에 대해서도 영장없이 검찰 압수수색에 동의했죠?
- 증인: 네.
- 변호인: 증인은 임종헌과 증인 사이의 이메일을 전부 삭제하셨습니까?
- 증인: 특별히 삭제했던 기억은 없습니다.
- 변호인: 하나도 안 나온 건 맞잖아요. 그건 맞잖아요. 사실관계는.
- 증인: 제가 임종헌 차장님한테 보낸 메일을, (검찰) 조사 받으면서 제시받았던 적은 있었던 거 같은데... 그게 제 메일함에서 나온 건지 다른 분 메일함에서 나온 건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
- 변호인: 박선숙·김수민 의원 사건에 대해서 국민의당 국회의원 및 관계자가 관심 가질 때, 증인이 아는 임종헌 차장의 일하는 스타일로 볼 때, (임종헌이) 증인에게 그 사건 진행 내용에 대해 하나도 물어보지도,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다고 생각되세요? 안했다면 '왜 이러지 이분이?' 이런 생각은 안드셨나요?
- 증인: 그런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결국 증인이 국민의당 사건 주심판사를 찾아가도록 만든 사람은, 이민걸 전 실장이 아닌 임종헌 전 실장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변호인의 가설입니다. 변호인은 증거를 갖고 있진 않다면서도 "(임종헌은) 국회 민원에 대해 대하는 태도가 남다르신 분인데, (증인과의 사이에) 흔적이 하나도 없다? 그건 좀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다"며 "대입해보니까 얼추 그림이 맞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민걸 전 실장이 무죄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주장한 것입니다.

재판부도 방청객도 몰입하게 되었던 변호인의 반대신문. 실제 얼마나 설득력을 발휘할지 궁금합니다.

변호인의 맹공에 진땀을 뺀 나상훈 판사는, 다음달 15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해야 합니다.
  • [판사와 두 개의 양심]㉓ ‘거짓말 아니냐’ 변호인 공세에…진땀 뺀 판사 증인
    • 입력 2020.04.14 (07:02)
    • 수정 2020.04.14 (07:10)
    취재K
[판사와 두 개의 양심]㉓ ‘거짓말 아니냐’ 변호인 공세에…진땀 뺀 판사 증인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대한민국 헌법 103조)

선서서에는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라고 기재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157조 2항)


양심에 따라 재판 업무를 수행하는 판사들. 최근 또 다른 이유로 양심을 갖춰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해야 할, '증인'으로서의 양심이 필요해졌습니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 최대 100명이 넘는 판사들이 증인으로 나오게 됐기 때문입니다. 법대에서 이젠 증언대로 내려와 양심을 발휘해야 하는 판사들. 이 이례적인 법정에서 나온 '양심적 증언'과, 대화의 요모조모를 기록해 둡니다.

스물 세 번째 순서로, '사법농단' 사건 공범으로 기소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사법연수원 17기·現 대구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재판에 2020년 2월 20일 증인으로 출석한 나상훈 판사(사법연수원 31기·前 서울서부지법 기획법관 및 공보관)의 증언을 지난 기사에 이어 계속해서 살펴봅니다. (▶지난 기사: [판사와 두 개의 양심]㉒ 재판부 심증 ‘취재’한 판사…“면피하자는 차원에서”

#1. 시간과 시간 사이

이민걸 당시 기조실장의 요구를 받고,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사건 담당 재판부 주심 판사의 심증을 두 번에 걸쳐 알아본 뒤 보고했다는 증인. 하지만 이민걸 실장의 변호인은 증인의 증언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내세운 대표적인 근거가 '시간'의 흔적이었습니다.

- 변호인: [2016년 10월 25일 보고 이메일의 첨부 파일을 제시하며] 증인은 이 파일을 언제 작성하신 건가요?
- 증인: 이 파일은 아마 (2016년 10월 25일에) 이민걸 실장님 전화를 받고, (주심 판사인) 유○○ 판사님을 뵙고 그날 아마 작성해서 그날 바로 메일로 보낸 것으로 기억합니다.
- 변호인: 그러면 아까 검사님 물어보신 것처럼 이민걸 피고인의 전화를 받고, 증인이 (법원 전산망에서) 사건을 검색해보고, 유○○ 판사실에 가서 메모해와서, 증인 방에 와서 이 파일을 작성했다. 이런 건가요, 순서가? 시간은 몰라도.
- 증인: 네. 순서는 맞습니다.

변호인은 증인의 말대로라면, ①이민걸 실장의 전화를 받고 ②주심 판사의 사무실에 찾아가 ③재판진행 상황과 보석 허가 여부를 물어본 뒤 ④그 결과를 정리한 이메일을 써서 ⑤실장에게 발송하는 이 모든 과정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전개이냐는 주장입니다.

- 변호인: 2016년 10월 25일 13시 45분에 이민걸 피고인이 (전산에서) 사건을 조회하고, 이어서 4분 후에 증인이 (전산에서) 사건을 조회하고. 유○○ 판사실에 가서 메모를 해와서, 방(증인 사무실)에 와서 파일을 만들고, 그 이후 이메일을 작성해 파일을 첨부해서 보냈다라는 것인데... 이메일을 보낸 시간이 2016년 10월 25일 오후 2시 10분이거든요? 그래서 시간이 너무 타이트합니다. 다 가능했을까요? 20분 안에 다 해야 하는데... 그쵸? 49분에 (사건) 조회를 하고 (주심 판사실에) 가서 하고. 그런 바쁜 와중에 파일을 별도로 만들고. 그래서 (이민걸 실장의 전화를 받기 전인) 오전에 (미리 파일을 작성)했을 가능성을 여쭤보는 겁니다.
- 증인: [잠시 침묵] 오전에 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고요. 오전인지 오후에 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변호인은 증인의 두 번째 보고 과정 역시 같은 논리를 들어 의심스럽다고 했습니다. 앞서 증인은 2016년 11월 28일 오전 이민걸 실장의 요구를 받고, 주심 판사를 찾아가 변경된 재판 진행상황과 유·무죄에 대한 심증을 알아본 뒤, 그 내용을 정리해 실장에게 이메일로 보고했다고 검찰의 주신문 과정에서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변호인은 재판부의 당일 재판 일정을 들이밀며 증인이 곧바로 주심 판사를 찾아간 게 맞냐고 추궁했습니다.

- 변호인: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사건 재판일정을 보면) 2016년 11월 28일에 공판기일 304호 법정, 10시로 돼있고 똑같은 날 같은 법정에서 14시 재판도 사건검색에서 확인됩니다. 결국 2016년 11월 28일에는 오전·오후 재판이 예정돼 있었는데. 법정에 들어가는 것을 앞둔 판사실에 가서 이거를 급하게 정리해야 될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 증인: [화면 응시하다가 고개를 아래로 떨굼]
- 변호인: 증인이 메일 보낸 것은 오전 9시 53분. […] 속된 말로 재판하는 날은 '장날'이라 법복까지 입고 있는 재판부에 가서, 뭐 그리 급한 일이라고 정리했는지, 제가 쉽게 이해가 안돼서. 증인이 (전산에서) 사건 검색해서 (알아서) 업데이트를 한 거 아니냐, 그거 다시 한 번 여쭤봅니다.
- 증인: 그렇게 기억하고 있진 않습니다.

2016년 11월 28일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사건의 재판 일정. (출처: 대법원 나의사건검색)2016년 11월 28일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사건의 재판 일정. (출처: 대법원 나의사건검색)

확실한 답변이 나올 때까지 끈질긴 질문은 이어졌습니다.

- 변호인: 2016년 11월 28일 이 사건 공판이 오전·오후에 진행된 걸로 확인이 되는데. 증인이 개정 직전 판사실에 급하게 찾아가서 본안 심증을 확인해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었습니까?
- 증인: [침묵하다] 뭐 특별히 급박한 사정이라고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실장님께서 지시를 하셨기 때문에 확인을 해서 보고를 드리게 된 것입니다.

#2. 진실과 수모

증인은 반대신문 과정에서 여러 차례 변호인의 공격적인 질문에 부딪혔고, 종종 당황하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 변호인: 증인. 조금 전에 말씀하신 거는, 물어볼 필요도 없이 (왕주현이 보석이) 안된다는 거는 거의 뻔한 일이라면서요. 뭣하러 물어봅니까? 판사님한테 송구하게. "보석이 어떻게 될 거 같아요?" "보석 심증이 어때요?" 이거 왜 물어봅니까? 판사와 판사끼리. 뻔한 얘기인데. 그냥 내 예측을 적으면 그만이죠. 그 가능성은 없습니까?
- 증인: [침묵하다] 제가 유○○ 판사에게 여쭤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변호인: 아까 보신 것처럼 11월 28일날도 오전 오후 증인이 있고 그 이후에도 증인신문이 잔뜩 예정이 돼 있는데. 본안 심증을 재판부에 물어보는 것 자체가, 판사의 경험이 많은 증인 입장에서, 좀 앞뒤가 맞지 않거나 넌센스라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 증인: [침묵하다] 아까 답변드린 거 같습니다.

'진실'이라는 단어도 등장했습니다.

- 변호인: 증인이 피고인 이민걸과 통화하고 그와 같은 생각, 고민한 건 진실입니까?
- 증인: [침묵하다] 제가 고민한 내용이 진실인지 여쭤보시는 건가요?
- 변호인: 네.
- 증인: 네, 맞습니다.

"국민의당 사건이 어떻게 될 것 같냐"는 이민걸 실장의 질문에, 주심 판사에게 물어보러 가야하나, 어떻게 물어봐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는 증언을 재확인한 건데, 변호인은 쉽게 못믿겠다고 했습니다.

- 변호인: 가정이예요. "실장님, 아직 증인신문도 많이 남아 있는데 재판의 결론을 알아보긴 이른 거 같습니다"는 취지로 말해서, 피고인 이민걸의 재판부 심증파악 지시를 완곡하게 거절할 생각은 하지 못하셨어요? [변호인 옆에 앉아 있던 이민걸 피고인, 고개 끄덕끄덕함]
- 증인: [침묵하다] 그 짧은 순간에 그렇게까지 생각이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 변호인: 아니, 짧은 순간이 아니라 너무너무 힘든 상황인데. 또 그 재판부는 지금 10시부터 재판인데. 하루종일. 증인신문도 잔뜩 남아 있는데.
- 증인: 전화가 그렇게 길지 않았고, 전화를 끊은 다음에 고민을 하기... 물론 전화받을 때 고민했지만, (끊고 나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아까도 언뜻 말씀드렸다시피 완곡하게 거절을 할지 아니면 제가 알아본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얘기할지, 실제로 주심판사님께 여쭤볼지, 여쭤본다면 어떤 워딩을 써서 여쭤볼지 고민을 했었던 것은 맞습니다.


#3. 착오인가 거짓말인가

증언의 신빙성이 의심받는 근거는 또 있습니다.

앞서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왕주현 당시 국민의당 사무부총장의 보석을 허가할지를 주심 판사에게 물으면서 "그 부분에 대해 법원행정처에서 확인을 구하고 있다"고 주심 판사에게 설명한 기억이 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례적인 '심증 취재'의 배경에 행정처가 있음을 주심 판사에게 언급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법정에서 검사가 이런 진술을 재확인하자, 증인은 말을 바꿨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기억을 더듬어봤는데, 착오로 그렇게 진술한 것 같다"는 겁니다.

변호인은 증인의 진술 번복을 그냥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 변호인: 왜 착오하셨습니까?
- 증인: [침묵]
- 변호인: (당시 법원행정처 요청이) 있었어도 (주심 판사에게는) 없었다고 숨길 판국 같은데, 왜 역방향의 착오가 일어났는지 여쭤봅니다.
- 증인: [5초 침묵] 아마 제가 유 판사님께 "법원장께서 궁금해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정도의 말은 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것에 대해 제가 잠깐 착오를 일으킨 거 아닌가 싶습니다.
- 변호인: 실제로 증인이 보석에 관해서 유○○ 판사한테 물어보지 않고 문건을 작성해놓고, "내가 실제 물어봤다"는 본인 진술의 신빙성을 보강하기 위해 법원행정처까지 언급했다고 끌어들인 건 아니고요?
- 증인: 네. 그렇진 않습니다.

변호인은 이처럼 증인에게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며, 증언과는 다른 가설들을 제시했습니다. ▲증인이 이민걸 실장의 전화를 받기 전, 이미 다른 목적이나 다른 사람의 지시로 재판진행 상황 등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사건 관련 정보를 정리해두고 있었다거나 ▲증인이 이민걸 실장의 전화를 받은 뒤 주심 판사를 굳이 찾아가지 않고, 대법원 나의사건검색과 기존에 확보해 둔 사건 관련 자료―반대신문 과정에서는 증인이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사건 공소장과, 주심 판사가 직접 정리한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들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받아본 사실도 드러났습니다―를 토대로만 이메일 내용을 작성해 보고를 했을 가능성 등입니다.


#4. 갑자기 튀어나온 그 이름

그 가설의 끝판왕(?)을 볼까요.

증인을 추궁하던 변호인, 갑자기 증인이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 한 마디를 지적합니다.

- 변호인: 증인에 대한 5회 피의자신문조서. "이때 제가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하면서 국회의원의 민원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당시 임종헌 실장님이 립서비스하는 경우 외에도 일선 재판부에 이를 전달하거나 일선 재판부의 심증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평소 했었기 때문이다"라고 진술한 거 확인되죠?
- 증인: 네.

증인이 행정처에서 일했던 2년 동안, 그의 직속 상관이었던 기획조정실장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었습니다.

- 변호인: 증인은 임종헌의 어떤 사건, 어떤 행위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겁니까? 어떤 경험? 이 사람은 립서비스가 아니라 재판부에 전달도 하고 심증도 확인하더라.
- 증인: 제가 직접 보거나 경험한 바는 없습니다. 다만 임종헌 차장님께서 기조실장님 하실 때, 국회의원들께서 그런 요청들을 많이 하는 것에 대해서는 직·간접적으로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드린 겁니다.

변호인은 다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변호인: 아니죠! 요청하는 거랑, 알아보고 전달하고 하는 거랑은 완전히 다르잖아요. 왜 그러면 그런 데 대한 기억이나 경험도 없이, 오랫동안 법관한 고위 법관을 갖다가 모욕하는 진술을 하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듣는 거야 듣죠. 국회의원들의 민원은 듣죠. 판사가 민원 듣더라도 내 단계에서 립서비스하고 치우는 거죠. 재판부에다가 보석해달라느니, 보석 심증이 어떻게 됐는지 이런 거 알아볼 필요 없잖아요. 근데 '임종헌 실장님은 립서비스하는 경우를 넘어서는 일을 하시는 분이더라', 그런 경험을 말씀하셨기에 에피소드 하나 알려달라는 겁니다.
- 증인: 제가 직접 경험한 바는 없고,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씀드린 것은 아니고, 그럴 수 있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에 대해 말씀드린 겁니다.

'임종헌'과 '재판부 접촉·심증 확인'이라는 주제를 띄운 변호인은, 신문 후반부에 또 다시 임 전 차장 얘기를 꺼냈습니다.

- 변호인: 유○○ 판사한테 증인이 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들의 입장"이라는 문서 제시. […] 임종헌 차장이 (국회 민원을 받고) 마치 변호인처럼 사건에 대한 쟁점을 검토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제공하기 위해 이 자료를 받은 건 혹시 아닙니까? 혹은 그런 지시를 받은 적 없습니까?
- 증인: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곧 돌직구가 날아듭니다.

- 변호인: 증인은 2018년 8월 26일에 증인 이메일에 대해서도 영장없이 검찰 압수수색에 동의했죠?
- 증인: 네.
- 변호인: 증인은 임종헌과 증인 사이의 이메일을 전부 삭제하셨습니까?
- 증인: 특별히 삭제했던 기억은 없습니다.
- 변호인: 하나도 안 나온 건 맞잖아요. 그건 맞잖아요. 사실관계는.
- 증인: 제가 임종헌 차장님한테 보낸 메일을, (검찰) 조사 받으면서 제시받았던 적은 있었던 거 같은데... 그게 제 메일함에서 나온 건지 다른 분 메일함에서 나온 건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
- 변호인: 박선숙·김수민 의원 사건에 대해서 국민의당 국회의원 및 관계자가 관심 가질 때, 증인이 아는 임종헌 차장의 일하는 스타일로 볼 때, (임종헌이) 증인에게 그 사건 진행 내용에 대해 하나도 물어보지도,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다고 생각되세요? 안했다면 '왜 이러지 이분이?' 이런 생각은 안드셨나요?
- 증인: 그런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결국 증인이 국민의당 사건 주심판사를 찾아가도록 만든 사람은, 이민걸 전 실장이 아닌 임종헌 전 실장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변호인의 가설입니다. 변호인은 증거를 갖고 있진 않다면서도 "(임종헌은) 국회 민원에 대해 대하는 태도가 남다르신 분인데, (증인과의 사이에) 흔적이 하나도 없다? 그건 좀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다"며 "대입해보니까 얼추 그림이 맞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민걸 전 실장이 무죄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주장한 것입니다.

재판부도 방청객도 몰입하게 되었던 변호인의 반대신문. 실제 얼마나 설득력을 발휘할지 궁금합니다.

변호인의 맹공에 진땀을 뺀 나상훈 판사는, 다음달 15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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