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지는 관행?

입력 2004.12.07 (21:59)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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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패와 반칙문화를 청산하기 위한 연속기획, 오늘은 우리 교육계의 현실을 돌아보겠습니다.
교육계에 몸담고 계신 분들이 들으면 대부분 서운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아직도 일부에서는 촌지가 관행처럼 오가고 있고 비리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임승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한 초등학교 운동회가 끝난 뒤 교사와 학부모들이 자리를 같이 했습니다.
술자리가 끝나자 자연스레 봉투가 건네집니다.
교사는 대리운전비라고 얼버무립니다.
⊙00 초등학교 교사: 1만원짜리였어요.
내가 그 (대리 운전) 기사 그대로 줬으니까...
⊙기자: 행사 때마다 교사 모시기가 번거러운 학부모들은 아예 학기 초에 공공연히 돈을 모읍니다.
⊙초등학생 학부모: (학부모 대표가) 운동회하고 선생님 회식해야 되고, 뭐 이런 걸 쭉 적으면서 이렇게 하려면 돈이 많이 드니까 우선 100만원씩 내라고...
⊙기자: 이렇게 모아진 돈이 무려 2000여 만원.
상견례 비용과 스승의 날 선물 등 주로 교사들을 접대하기 위해 사용됐습니다.
교사들끼리도 비판이 오가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현직 교사: 돈에 대해 질문을 하면 교장 선생님이나 학년 부장들이 모르는 사실이다, 전혀 모르는 사실이다...
학생들 앞에 서기가 상당히 불편합니다.
⊙기자: 일부는 오랜 관행이라며 가볍게 넘길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켠에서는 촌지와 관련한 불만과 제보가 끊이지 않습니다.
⊙박범이(참교육학부모회 교육자치위원장): 학부모님들의 주머니를 털면 부족한 걸 다 메울 수 있다는 관행 때문인 것 같고요.
또 하나는 아이들 잘 가르치려면 학부모들이 돈 좀 내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잘못된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기자: 이런 고질적인 교육계의 문제들이 일선 초등고등학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학문의 전당이라는 일부 대학들도 각종 비리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아직도 일부 재단에서 학교 예산을 주머니돈처럼 빼내 쓰는 풍토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 잘못된 관행입니다.
온갖 비리가 폭로되고 학교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바뀝니다.
이를 감독하고 지도해야 할 교육부도 알고 보면 오십보백보입니다.
국내 사립대학 5곳 가운데 한 곳은 교육부 퇴직자들이 재단 간부로 일하고 있습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돈과 비리가 얽혀 있는 곳, 안타까운 우리 교육계의 현주소입니다.
KBS뉴스 임승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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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촌지는 관행?
    • 입력 2004-12-07 21:20:04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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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패와 반칙문화를 청산하기 위한 연속기획, 오늘은 우리 교육계의 현실을 돌아보겠습니다. 교육계에 몸담고 계신 분들이 들으면 대부분 서운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아직도 일부에서는 촌지가 관행처럼 오가고 있고 비리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임승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한 초등학교 운동회가 끝난 뒤 교사와 학부모들이 자리를 같이 했습니다. 술자리가 끝나자 자연스레 봉투가 건네집니다. 교사는 대리운전비라고 얼버무립니다. ⊙00 초등학교 교사: 1만원짜리였어요. 내가 그 (대리 운전) 기사 그대로 줬으니까... ⊙기자: 행사 때마다 교사 모시기가 번거러운 학부모들은 아예 학기 초에 공공연히 돈을 모읍니다. ⊙초등학생 학부모: (학부모 대표가) 운동회하고 선생님 회식해야 되고, 뭐 이런 걸 쭉 적으면서 이렇게 하려면 돈이 많이 드니까 우선 100만원씩 내라고... ⊙기자: 이렇게 모아진 돈이 무려 2000여 만원. 상견례 비용과 스승의 날 선물 등 주로 교사들을 접대하기 위해 사용됐습니다. 교사들끼리도 비판이 오가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현직 교사: 돈에 대해 질문을 하면 교장 선생님이나 학년 부장들이 모르는 사실이다, 전혀 모르는 사실이다... 학생들 앞에 서기가 상당히 불편합니다. ⊙기자: 일부는 오랜 관행이라며 가볍게 넘길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켠에서는 촌지와 관련한 불만과 제보가 끊이지 않습니다. ⊙박범이(참교육학부모회 교육자치위원장): 학부모님들의 주머니를 털면 부족한 걸 다 메울 수 있다는 관행 때문인 것 같고요. 또 하나는 아이들 잘 가르치려면 학부모들이 돈 좀 내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잘못된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기자: 이런 고질적인 교육계의 문제들이 일선 초등고등학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학문의 전당이라는 일부 대학들도 각종 비리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아직도 일부 재단에서 학교 예산을 주머니돈처럼 빼내 쓰는 풍토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 잘못된 관행입니다. 온갖 비리가 폭로되고 학교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바뀝니다. 이를 감독하고 지도해야 할 교육부도 알고 보면 오십보백보입니다. 국내 사립대학 5곳 가운데 한 곳은 교육부 퇴직자들이 재단 간부로 일하고 있습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돈과 비리가 얽혀 있는 곳, 안타까운 우리 교육계의 현주소입니다. KBS뉴스 임승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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