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돈은 내 돈?

입력 2004.12.14 (21:59)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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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이용한 적 있으십니까?
작은 돈에서 큰 돈까지 엄연한 회삿돈, 나랏돈임을 알고도 제돈처럼 쓰는 도덕적 해이자들이 많습니다.
청렴 사회를 가로막는 이들을 정윤섭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널찍한 마당에 석탑까지 있는 저택.
집값만 70억원이 넘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고급가구와 찻잔세트로 가득합니다.
⊙검찰 관계자: 이걸 보고 놀라면...
지금 이 집에서 놀랄 일이 아직 많아요.
⊙기자: 지하에는 개인골프연습장이 있고 대형 노래연습장에 개인법당까지 없는 게 없습니다.
어처구니없게도 집주인은 공적자금을 받고 있는 부실건설업체 사장이었습니다.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을 받고 있으면서도 회삿돈을 사금고인양 흥청망청 써오다 검찰에 적발된 기업관계자만 지난해와 올해 사이 180명이 넘습니다.
미국에서도 부유층만 산다는 LA 베버리힐스, 공장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는 말이 있듯이 알토란 같은 회삿돈을 빼돌린 업주들의 피난처가 되기도 합니다.
빼돌린 돈은 언제든지 환치기가 가능합니다.
⊙기자: 돈 좀 바꾸고 싶어서 전화드렸는데요.
한 10만달러 정도.
⊙환전상: 그 정도는 아무 때나 가능해요.
⊙기자: 경영주뿐만이 아닙니다.
사원들에게 지급되는 법인카드, 주머닛돈인 양 제멋대로 쓰고 영수증만 채워넣는 수법은 이미 일상화됐습니다.
⊙00건설회사 직원: 일단 자기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개인적으로 (차에) 기름도 몇 번씩 넣어 봤고, 친구들 만나서 술 마시는 데도 써 봤고...
⊙기자: 불법인 카드깡도 서슴지 않습니다.
⊙식당 주인: 10만원 정도 카드를 긁으면 8만원이나 8만 5천원쯤 날 주세요.
현금화 해 달라고 그래요.
그러면 어쩔 수 없이 해 드리죠.
⊙기자: 이렇게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도덕적 해이는 경기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더욱 심해지는 현상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들이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이재명(참여연대 투명사회팀장): 공적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게 하는 여러 가지 책임 있는 행위들에 대해서 관계 당국이 명확하게 또 엄중하게 책임을 추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거죠.
⊙기자: 내 것은 내 것이고 남의 것도 내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
만연된 도덕불감증이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KBS뉴스 정윤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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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사 돈은 내 돈?
    • 입력 2004-12-14 21:14:18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이용한 적 있으십니까? 작은 돈에서 큰 돈까지 엄연한 회삿돈, 나랏돈임을 알고도 제돈처럼 쓰는 도덕적 해이자들이 많습니다. 청렴 사회를 가로막는 이들을 정윤섭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널찍한 마당에 석탑까지 있는 저택. 집값만 70억원이 넘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고급가구와 찻잔세트로 가득합니다. ⊙검찰 관계자: 이걸 보고 놀라면... 지금 이 집에서 놀랄 일이 아직 많아요. ⊙기자: 지하에는 개인골프연습장이 있고 대형 노래연습장에 개인법당까지 없는 게 없습니다. 어처구니없게도 집주인은 공적자금을 받고 있는 부실건설업체 사장이었습니다.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을 받고 있으면서도 회삿돈을 사금고인양 흥청망청 써오다 검찰에 적발된 기업관계자만 지난해와 올해 사이 180명이 넘습니다. 미국에서도 부유층만 산다는 LA 베버리힐스, 공장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는 말이 있듯이 알토란 같은 회삿돈을 빼돌린 업주들의 피난처가 되기도 합니다. 빼돌린 돈은 언제든지 환치기가 가능합니다. ⊙기자: 돈 좀 바꾸고 싶어서 전화드렸는데요. 한 10만달러 정도. ⊙환전상: 그 정도는 아무 때나 가능해요. ⊙기자: 경영주뿐만이 아닙니다. 사원들에게 지급되는 법인카드, 주머닛돈인 양 제멋대로 쓰고 영수증만 채워넣는 수법은 이미 일상화됐습니다. ⊙00건설회사 직원: 일단 자기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개인적으로 (차에) 기름도 몇 번씩 넣어 봤고, 친구들 만나서 술 마시는 데도 써 봤고... ⊙기자: 불법인 카드깡도 서슴지 않습니다. ⊙식당 주인: 10만원 정도 카드를 긁으면 8만원이나 8만 5천원쯤 날 주세요. 현금화 해 달라고 그래요. 그러면 어쩔 수 없이 해 드리죠. ⊙기자: 이렇게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도덕적 해이는 경기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더욱 심해지는 현상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들이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이재명(참여연대 투명사회팀장): 공적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게 하는 여러 가지 책임 있는 행위들에 대해서 관계 당국이 명확하게 또 엄중하게 책임을 추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거죠. ⊙기자: 내 것은 내 것이고 남의 것도 내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 만연된 도덕불감증이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KBS뉴스 정윤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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