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잣대 시민 의식

입력 2004.11.30 (22: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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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이런 이중적 잣대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습니다.
남의 비리와 부정은 비난하면서도 막상 자신의 상황이 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청렴사회를 위한 연속 기획보도, 오늘은 도덕성을 해치는 우리의 이중적 의식을 짚어봤습니다.
박주경 기자입니다.
⊙기자: 비리와 부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뇌물.
우리 국민들은 과연 그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고 있을까요.
전국 성인남녀 1028명에게 물었습니다.
그 결과 뇌물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잣대는 엄격했습니다.
대가성, 직무관련성이 있어야 한다는 응답도 있었지만 공직자나 정치인 등의 경우 직무와 관련이 없더라도 일단 받기만 하면 무조건 뇌물이라는 응답이 40%를 넘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자신이 그런 지위에 있을 경우를 가정하면 반응은 정반대였습니다.
누군가 인사치레로 돈을 건네오면 받겠다는 응답이 60%대에 이르렀습니다.
남이 하면 안 되지만 나라면 어느 정도는 하겠다.
조금은 이중적인 이런 의식의 배경은 무엇일까요.
그도 그럴 것이 전체 응답자의 93%가 우리 사회에서 뇌물을 통해서라면 좀더 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5명 가운데 1명은 무언가를 바라고 금품을 뇌물로 준 적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뇌물까지는 아니더라도 편의를 보기 위해 단순한 민원을 넣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우선 전체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이 단순한 민원이라고 해도 부정부패의 원인이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본인이 특정 기관의 영향력 있는 사람을 안다면 민원을 넣겠느냐는 질문에는 3분의 2 가까이가 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여서 역시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의 부패의 주된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시민들 스스로의 이 같은 의식을 지적한 응답은 12%에 불과했고 반면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은 절반에 육박했습니다.
남이 하면 청탁, 내가 하면 민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비리와 부정에 관한 우리 시민들의 이중잣대와 왜곡된 현실을 꼬집는 말은 아닌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번쯤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합니다.
KBS뉴스 박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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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 잣대 시민 의식
    • 입력 2004-11-30 21:10:25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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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이런 이중적 잣대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습니다. 남의 비리와 부정은 비난하면서도 막상 자신의 상황이 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청렴사회를 위한 연속 기획보도, 오늘은 도덕성을 해치는 우리의 이중적 의식을 짚어봤습니다. 박주경 기자입니다. ⊙기자: 비리와 부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뇌물. 우리 국민들은 과연 그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고 있을까요. 전국 성인남녀 1028명에게 물었습니다. 그 결과 뇌물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잣대는 엄격했습니다. 대가성, 직무관련성이 있어야 한다는 응답도 있었지만 공직자나 정치인 등의 경우 직무와 관련이 없더라도 일단 받기만 하면 무조건 뇌물이라는 응답이 40%를 넘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자신이 그런 지위에 있을 경우를 가정하면 반응은 정반대였습니다. 누군가 인사치레로 돈을 건네오면 받겠다는 응답이 60%대에 이르렀습니다. 남이 하면 안 되지만 나라면 어느 정도는 하겠다. 조금은 이중적인 이런 의식의 배경은 무엇일까요. 그도 그럴 것이 전체 응답자의 93%가 우리 사회에서 뇌물을 통해서라면 좀더 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5명 가운데 1명은 무언가를 바라고 금품을 뇌물로 준 적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뇌물까지는 아니더라도 편의를 보기 위해 단순한 민원을 넣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우선 전체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이 단순한 민원이라고 해도 부정부패의 원인이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본인이 특정 기관의 영향력 있는 사람을 안다면 민원을 넣겠느냐는 질문에는 3분의 2 가까이가 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여서 역시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의 부패의 주된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시민들 스스로의 이 같은 의식을 지적한 응답은 12%에 불과했고 반면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은 절반에 육박했습니다. 남이 하면 청탁, 내가 하면 민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비리와 부정에 관한 우리 시민들의 이중잣대와 왜곡된 현실을 꼬집는 말은 아닌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번쯤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합니다. KBS뉴스 박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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