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회복 노리는 우즈, 엘스 등과 우승 경쟁
"45일간 치료를 받으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뼈아픈 성찰의 시간을 가졌으며 이전보다 훨씬 더 훌륭한 사람으로 거듭났다"
성추문으로 곤두박질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예전같은 명품 샷을 보여주며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전세계 정상급 골퍼들에게만 초청장을 보내는 `명인 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8일(이하 한국시간) 부터 나흘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파72.7천432야드)에서 펼쳐진다.
올해로 74회를 맞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시즌 첫번째 메이저대회 마스터스는 역대 우승자, 지난 5년간 메이저대회 우승자, US아마추어선수권대회와 US아마추어 퍼블릭링크스챔피언십 우승자, 세계랭킹 50위 이내에 든 선수 등 까다로운 출전 자격을 통과한 98명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출전 선수 중 당연히 관심이 집중되는 선수는 우즈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작년 11월 의문의 교통사고 뒤 각종 불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던 우즈는 5개월만에 복귀하는 대회로 마스터스를 선택했다.
우즈는 예년 같으면 경기에만 집중하겠지만 올해는 아직도 자신을 용서하지 않는 팬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또한 실전 감각을 쌓지 않고 곧바로 메이저대회에 출전하는 우즈는 올 시즌 2승을 올리며 예전의 기량을 되찾고 있는 어니 엘스(남아공), 세계랭킹 2위 복귀를 노리는 필 미켈슨(미국) 등 오랜 라이벌들과 일전을 벌여야 한다.
한국 군단에서는 맏형 최경주(40)와 작년 PGA챔피언십 우승자 양용은(38) 등 모두 6명의 한국 및 재미교포 선수들이 출전해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기량을 겨룬다.
▲우즈, 집중력과 싸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은 엄청나게 빠른 그린 스피드로 `유리 그린'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조금만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볼은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한없이 굴러가 버린다.
지난해 처음으로 마스터스에 출전했던 뉴질랜드 교포 이진명(20)은 2라운드 전반 9개홀까지는 이글과 버디, 보기 1개씩을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10번홀(파4) 그린 위에서 고전하다 5타를 잃고 무너져 컷 탈락했다. 나흘 동안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하면 우승은 꿈도 꾸지 못한다.
세차례나 우승했던 우즈지만 이번 마스터스에서 자신의 집중력을 시험해야 한다. 각종 성추문이 터져 나온 뒤 치르는 첫번째 공식대회인 만큼 세계 각지에서 온 취재진의 집중 조명을 받을 것은 자명하다. 코스를 둘러싼 갤러리들은 우즈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것이며 어떤 이는 우즈에게 야유를 보낼지도 모른다.
우즈는 2006년 정신적 지주였던 아버지가 암으로 숨진 뒤 9주만에 US오픈에 출전했다가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비제이 싱(피지) 등 유명 프로골퍼들의 정신상담을 맡았던 조 패런트 박사는 "타이거가 우승할 자신이 없으면 마스터스에 출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만큼 정신력이 강한 선수이며 반드시 그린 재킷을 입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6일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에서 기자회견을 연 우즈는 팬들의 성원에 감사를 표하며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이번 마스터스 대회에서 우승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엘스, 우즈의 강력한 적수= `재능있는 젊은 선수들은 많지만 한번 우승하고 나면 목표 의식을 잃어버린다'
골프계에서는 우즈의 후계자로 꼽히는 영건들은 많지만 아직은 우즈에 맞서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성숙하지 못한 영건들보다는 경험과 실력을 갖춘 선수들 중에서 우즈의 적수를 찾아야 하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가 엘스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우즈와 겨뤘던 엘스는 부상 여파로 부진을 겪으며 강호의 면모를 잃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엘스는 물 흐르는 듯한 유연한 스윙이 살아나며 올 시즌 특급대회 CA챔피언십과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 절정의 샷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상금 랭킹과 페덱스컵 포인트는 물론이고 평균타수 부문에서도 1위(69.26타)를 달리며 안정된 플레이를 펼치며 우즈와 대결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랭킹 3위로 밀려 자존심이 상한 미켈슨과 부활을 꿈꾸는 전 세계랭킹 1위 데이비드 듀발(미국)의 경기 모습도 10년 전 우즈가 골프계를 완전 정복하기 전으로 시간이 거꾸로 흐른 듯한 착각이 들게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단의 성적은= 지난해 부진으로 마스터스 출전이 불투명했던 최경주는 올 시즌 분전에 분전을 거듭하며 세계랭킹을 끌어올려 8년 연속 출전이라는 쉽지 않은 업적을 달성했다.
지난 3월22일 트랜지션스 챔피언십에서 짐 퓨릭(미국)과 접전을 펼치다 1타차 준우승에 머문 최경주는 아널드 파머 대회에서도 공동 17위에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양용은은 마스터스 출전을 앞두고 아시아투어와 인터뷰에서 "메이저대회를 한번 우승했다고 해서 기량이 크게 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시 한번 우승을 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마스터스 바로 전 대회인 셸휴스턴 오픈에서 우승한 재미교포 앤서니 김(25.나이키골프)과 생애 처음으로 출전하는 나상욱(27.타이틀리스트)도 우승 경쟁에 뛰어든다.
이밖에 US아마추어선수권대회 우승자 안병훈(19), 아시아 아마추어선수권대회 우승자 한창원(19)도 경험을 쌓을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