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설가 김금희에게 물었다, 왜 ‘루저’ 입니까?

입력 2021.06.27 (21:30) 수정 2021.06.27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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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소설가

Q. '루저'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유는?

그 사람들이 '루저'(loser)라고 생각하고 쓰지 않았고 저처럼 되게 평범한 사람들, 보통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이 사회가 굉장히 이기적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 이기적인 조직이나 시스템에 아주 잘 적응하는 것이 사실상 좀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 좀 있어요. 그들의 어떤 능력의 한계라기보다는 이 전체적인 사회가 잘못된 구조로 나가고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상처받고 더러는 실패하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저는 생각하는 편이에요.

Q. 연애담인데, 노동 현장 이야기이기도?

저는 노동과 노동의 조건에 대해서 좀 많이 생각하는 작가인 것 같아요. 저는 자기 신념을 지켜가는 개인들. 그 사람들의 마음에 일고 있는 그 무늬들 같은 것. 그런 것들을 담아내고 싶었고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사회에서 상처를 받지만, 그 상처를 개인들이 서로 연대해서 좀 이겨나가는 그런 모습들을 그리고 싶었어요.

Q. 독특한 여주인공들 캐릭터는?

저희 세대는 IMF 출발하면서 20대가 됐는데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은 우리는 좀 더 인간답게 살고 싶고. 그러면 우리가 이 균형을 어떻게 맞춰나갈까. 막 의지 있게 욕심을 부려서 다른 사람들을 쓰러뜨려서 경쟁에서 이겨서 이걸 쟁취하는 방법도 있겠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그 가운데서 갈등하게 되어있거든요. 마음에 갈등이 일어요. 나의 이 쟁취가 옳은가? 그 '옳은가' 라는 윤리적 감각을 가지고 있는 세대가 지금의 3, 40대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그런 인물들의 감수성 같은 것들이 저도 있고 제 주변에도 있으니까 그런 인물들에게 좀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Q. '마음을 폐기하지 마세요.' 어떤 의미?

그냥 자기 자신으로 사는 거를 포기하지 말아라인데, 자기 자신으로 사는 건 사실 괜찮고 멋진 모습만 있는 게 아니라 좀 숨기고 싶고 어떠한 실패감에 젖어있기도 하고 상처를 껴안고 있기도 하고 그렇거든요. 그러한 자기 자신을 사랑한 채, 인정한 채 살아가는 것이 사실 가장 마음이 열려있는 상태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서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자기가 사랑하는 그 상태로 살아나가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이 아닐까 라는 의미를 담아서 그 문장을 썼죠.

Q. 연애 이야기인데, 비극적 세계관?

소설가한테 주어지는. 여러 가지의 소설가의 기능이 있겠죠. 저는 그거 중 하나는 기록함으로써 이 공동체가 다시 한번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하는 거. 실수의 빈도를 낮추는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물론 그 소설을 읽는다고 현실이 당장 바뀌지는 않겠지만 생각하게 되는 거죠. '아, 우리가 정말 이 세상이 맞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지 않은 것 같아. 과거에 이런 실수들이 있었는데 이런 실수를, 이런 비극을 우리가 다시 반복했네.' 이런 것들을 환기하는 역할이 소설인 것 같아요.

Q. 인천 호프집 화재 사건, 어떤 기억?

저는 인천에서 거의 평생을 산 사람이고 그때가 제가 20살이 막 넘었을 때라서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그 호프집이 어떻게 단속을 피할 수 있었고 어떤 결탁 관계가 어떻고. 이런 것들이 계속해서 보도가 되면서 저는 이 세계의 끔찍함에 대해서 완전히 배운 듯한 당혹스러움을 느꼈어요. 그래서 나중에 작가가 되고 나서도 내가 만약에 첫 장편을 쓴다면 그때 그 당혹스러움과 슬픔에 대해서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Q. 독자로서, 진한 연애담을 기대했는데?

(웃음) 독자분들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작가님. 이백몇 페이지 가야 손 한 번 잡아요.' 30대 사랑에 대해서 아주 잘 그려보겠다 그랬는데, 쓰다 보니까 이 친구들한테 내밀하게 있는 상처들이 너무 많고 그 상처들에 대해서 들여다보면서 얘기를 진행시켜 나가다 보니까 이 둘의 연애가 온도가 높아지기가 너무 힘든 거예요. 당장 직장에서 쫓겨날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서로가 마음을 표현하기가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원하는 만큼 그려드리지 못했죠.

Q. 책을 낼 때마다 불안감도 있으신지?

저는 제가 생각하고 있는 독자들의 수가 있어요. 그게 많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그 수는 꼭 채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제가 앞으로 50이 되고 60이 되고 계속 글을 쓸 텐데 그때 따라서 읽어줄 수 있는 독자들의 수라고 생각하거든요. 김금희라는 작가를 보고 선택하는 그 '찐 독자'의 수. 그 독자분들은 저랑 같이 갔으면 좋겠다. 그분들이랑 같이 가는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을 하죠.

Q. 소설을 쓴다는 건 어떤 의미?

저는 사실 소설가가 쓰는 글은 소설가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매번 넘어서 나오는 듯한 느낌이에요. 제 개인적인 한계 같은 거. 제가 가닿지 못한 어떤 세계 아니면 신념 같은 걸 뛰어넘어서 소설이 성취를 하거든요. 그 느낌이 되게 좋아서 자주 쓰는 상태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이 작업을 통해서 얻는 생의 에너지를 계속 가져가고 그걸 또 독자들한테 한 번 더 생의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그런 뭔가 과정으로서의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구상 중인 다음 작품은?

다음은 장편을 쓸 것 같아요. 다음 장편은 좀 역사적인 인물을 가지고 쓸 생각이고. 제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분단 문제,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그 분단 문제에 대해서 제 입으로 젊은 작가라고 하면 그렇지만 젊은 작가가 새롭게 수용한 분단 문제란 어떤 것인가를 역사적인 인물들을 통해서 써볼 생각이에요.

촬영기자: 조승연, 박장빈, 배정철
편집: 김용신/ 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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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소설가 김금희에게 물었다, 왜 ‘루저’ 입니까?
    • 입력 2021-06-27 21:30:12
    • 수정2021-06-27 21: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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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소설가

Q. '루저'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유는?

그 사람들이 '루저'(loser)라고 생각하고 쓰지 않았고 저처럼 되게 평범한 사람들, 보통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이 사회가 굉장히 이기적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 이기적인 조직이나 시스템에 아주 잘 적응하는 것이 사실상 좀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 좀 있어요. 그들의 어떤 능력의 한계라기보다는 이 전체적인 사회가 잘못된 구조로 나가고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상처받고 더러는 실패하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저는 생각하는 편이에요.

Q. 연애담인데, 노동 현장 이야기이기도?

저는 노동과 노동의 조건에 대해서 좀 많이 생각하는 작가인 것 같아요. 저는 자기 신념을 지켜가는 개인들. 그 사람들의 마음에 일고 있는 그 무늬들 같은 것. 그런 것들을 담아내고 싶었고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사회에서 상처를 받지만, 그 상처를 개인들이 서로 연대해서 좀 이겨나가는 그런 모습들을 그리고 싶었어요.

Q. 독특한 여주인공들 캐릭터는?

저희 세대는 IMF 출발하면서 20대가 됐는데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은 우리는 좀 더 인간답게 살고 싶고. 그러면 우리가 이 균형을 어떻게 맞춰나갈까. 막 의지 있게 욕심을 부려서 다른 사람들을 쓰러뜨려서 경쟁에서 이겨서 이걸 쟁취하는 방법도 있겠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그 가운데서 갈등하게 되어있거든요. 마음에 갈등이 일어요. 나의 이 쟁취가 옳은가? 그 '옳은가' 라는 윤리적 감각을 가지고 있는 세대가 지금의 3, 40대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그런 인물들의 감수성 같은 것들이 저도 있고 제 주변에도 있으니까 그런 인물들에게 좀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Q. '마음을 폐기하지 마세요.' 어떤 의미?

그냥 자기 자신으로 사는 거를 포기하지 말아라인데, 자기 자신으로 사는 건 사실 괜찮고 멋진 모습만 있는 게 아니라 좀 숨기고 싶고 어떠한 실패감에 젖어있기도 하고 상처를 껴안고 있기도 하고 그렇거든요. 그러한 자기 자신을 사랑한 채, 인정한 채 살아가는 것이 사실 가장 마음이 열려있는 상태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서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자기가 사랑하는 그 상태로 살아나가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이 아닐까 라는 의미를 담아서 그 문장을 썼죠.

Q. 연애 이야기인데, 비극적 세계관?

소설가한테 주어지는. 여러 가지의 소설가의 기능이 있겠죠. 저는 그거 중 하나는 기록함으로써 이 공동체가 다시 한번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하는 거. 실수의 빈도를 낮추는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물론 그 소설을 읽는다고 현실이 당장 바뀌지는 않겠지만 생각하게 되는 거죠. '아, 우리가 정말 이 세상이 맞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지 않은 것 같아. 과거에 이런 실수들이 있었는데 이런 실수를, 이런 비극을 우리가 다시 반복했네.' 이런 것들을 환기하는 역할이 소설인 것 같아요.

Q. 인천 호프집 화재 사건, 어떤 기억?

저는 인천에서 거의 평생을 산 사람이고 그때가 제가 20살이 막 넘었을 때라서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그 호프집이 어떻게 단속을 피할 수 있었고 어떤 결탁 관계가 어떻고. 이런 것들이 계속해서 보도가 되면서 저는 이 세계의 끔찍함에 대해서 완전히 배운 듯한 당혹스러움을 느꼈어요. 그래서 나중에 작가가 되고 나서도 내가 만약에 첫 장편을 쓴다면 그때 그 당혹스러움과 슬픔에 대해서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Q. 독자로서, 진한 연애담을 기대했는데?

(웃음) 독자분들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작가님. 이백몇 페이지 가야 손 한 번 잡아요.' 30대 사랑에 대해서 아주 잘 그려보겠다 그랬는데, 쓰다 보니까 이 친구들한테 내밀하게 있는 상처들이 너무 많고 그 상처들에 대해서 들여다보면서 얘기를 진행시켜 나가다 보니까 이 둘의 연애가 온도가 높아지기가 너무 힘든 거예요. 당장 직장에서 쫓겨날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서로가 마음을 표현하기가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원하는 만큼 그려드리지 못했죠.

Q. 책을 낼 때마다 불안감도 있으신지?

저는 제가 생각하고 있는 독자들의 수가 있어요. 그게 많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그 수는 꼭 채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제가 앞으로 50이 되고 60이 되고 계속 글을 쓸 텐데 그때 따라서 읽어줄 수 있는 독자들의 수라고 생각하거든요. 김금희라는 작가를 보고 선택하는 그 '찐 독자'의 수. 그 독자분들은 저랑 같이 갔으면 좋겠다. 그분들이랑 같이 가는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을 하죠.

Q. 소설을 쓴다는 건 어떤 의미?

저는 사실 소설가가 쓰는 글은 소설가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매번 넘어서 나오는 듯한 느낌이에요. 제 개인적인 한계 같은 거. 제가 가닿지 못한 어떤 세계 아니면 신념 같은 걸 뛰어넘어서 소설이 성취를 하거든요. 그 느낌이 되게 좋아서 자주 쓰는 상태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이 작업을 통해서 얻는 생의 에너지를 계속 가져가고 그걸 또 독자들한테 한 번 더 생의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그런 뭔가 과정으로서의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구상 중인 다음 작품은?

다음은 장편을 쓸 것 같아요. 다음 장편은 좀 역사적인 인물을 가지고 쓸 생각이고. 제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분단 문제,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그 분단 문제에 대해서 제 입으로 젊은 작가라고 하면 그렇지만 젊은 작가가 새롭게 수용한 분단 문제란 어떤 것인가를 역사적인 인물들을 통해서 써볼 생각이에요.

촬영기자: 조승연, 박장빈, 배정철
편집: 김용신/ 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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