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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된 땅에서 또다시 쫓겨야 했던 삶의 흔적…조정래 ‘태백산맥’
입력 2021.11.07 (21:24) 수정 2021.11.07 (22:20) 뉴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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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시대의 소설, 매주 이 시간 전하고 있습니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공동으로 선정한 50편의 한국 소설을 소개하는 기획 코너죠.

오늘(7일)은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입니다.

1980년대 출간된 이 소설은 지금까지 수백만 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됩니다.

한국전쟁을 전후로 한민족의 격동기를 열 권의 방대한 규모로 담아낸 소설입니다.

유동엽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갯벌을 품었던 바다가 육지로 스며들어 물의 자취를 거둬들이는 땅, 벌교.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는 산줄기가 아닌, 갈대꽃이 피어오르는 들녘입니다.

[조정래/소설가 : "거대한 산줄기 그것을 하나의 나무로 상징한다면 벌교는 그 나무의 끝에 붙어있는 이파리다. 나뭇잎이 하나만 흔들려도 그 뿌리까지 흔들린다. 그래서 벌교에서 일어나는 일은 벌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 민족의 이야기다..."]

가을이면 어김없이 결실을 내어주던 땅은 해방 이후, 숱한 목숨을 앗아가는 모순의 씨앗이 됐습니다.

[조정래/소설가 : "지주 소작제가 없는, 균등하게 모두가 농토를 갖고 사는 세상을 바랐던 거지요. 그걸 제대로 이루지 않음으로써 사회 불만이 폭발하면서 농민들이 말하기를 '나라가 공산당 만들고 지주가 빨갱이를 만든다.' 처절한 이야기죠."]

나라가 금한 '빨갱이'가 되어 산에 오른 '빨치산'.

되찾은 나라에서도 삶을 되찾지 못한 소작농들이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조정래/소설가 : "삶을 더 유지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에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산에) 들어간 거예요. 그러니까 사회주의가 아니었고 동학 때, 동학농민전쟁이 일어난 것도 똑같아요."]

이념과 폭력이 대결을 강요했던 시대.

[조정래 낭독 : "중도적 입장은 기회주의일 뿐이었고, 개인적 판단은 이기주의일 뿐이었다."]

작가는 소설과 현실을 넘나들며 여러 겹의 비극이 얽힌 70년 전으로 독자들을 데려다 놓습니다.

[조정래/소설가/1996년 인터뷰 : "빨치산을 잡아서 죽여서 총살을 시켰기 때문에 밑으로 떨어지고, 또 빨치산들이 들어와 가지고는 또 경찰을 쏴죽여서 떨어뜨리고 했던 역사의 슬픔과 상처가 있는 다리가 바로 이 다리인데..."]

4년의 준비, 6년의 집필 과정.

문학이 적을 이롭게 한다는 수사기관의 압박도, 수백만 부가 팔린 대하소설의 작가를 멈춰세울 순 없었습니다.

[조정래/소설가 : "수사기관에서 독자들이 너무 많이 호응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 삼으면 안된다는 것을 스스로가 실토할 정도였으니까...제가 원했던 것은 사실을 사실이라고 말함으로써 찾아지는 진실을 쓰고자 했던 것이거든요."]

[임헌영/문학평론가·민족문제연구소장 : "빨갱이 소설이라든가 빨치산 소설이라든가 하는 그런 비난을 전혀 안 받을 때, 이것이 우리 민족의 한 일부분이었다. 남북 분단, 갈등의 한 중요한 요소였다고 다 인정하게 될 때 그때라야 우리는 비로소 민주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열 권의 책에 담아낸 2백 명의 이름.

그리고 이름도 없이 저물어간 삶의 흔적들.

역사는 그 흔적을 그냥 잊거나 지워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소설은 묵묵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조정래 낭독 : "바람직한 역사가 정의로운 삶들의 엮음이어야 한다면, 소설은 그것을 가로막는 왜곡과 모순을 파헤쳐서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KBS 뉴스 유동엽입니다.

촬영기자:조현관 류재현/그래픽:정지인
  • 해방된 땅에서 또다시 쫓겨야 했던 삶의 흔적…조정래 ‘태백산맥’
    • 입력 2021-11-07 21:24:14
    • 수정2021-11-07 22:20:05
    뉴스 9
[앵커]

우리 시대의 소설, 매주 이 시간 전하고 있습니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공동으로 선정한 50편의 한국 소설을 소개하는 기획 코너죠.

오늘(7일)은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입니다.

1980년대 출간된 이 소설은 지금까지 수백만 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됩니다.

한국전쟁을 전후로 한민족의 격동기를 열 권의 방대한 규모로 담아낸 소설입니다.

유동엽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갯벌을 품었던 바다가 육지로 스며들어 물의 자취를 거둬들이는 땅, 벌교.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는 산줄기가 아닌, 갈대꽃이 피어오르는 들녘입니다.

[조정래/소설가 : "거대한 산줄기 그것을 하나의 나무로 상징한다면 벌교는 그 나무의 끝에 붙어있는 이파리다. 나뭇잎이 하나만 흔들려도 그 뿌리까지 흔들린다. 그래서 벌교에서 일어나는 일은 벌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 민족의 이야기다..."]

가을이면 어김없이 결실을 내어주던 땅은 해방 이후, 숱한 목숨을 앗아가는 모순의 씨앗이 됐습니다.

[조정래/소설가 : "지주 소작제가 없는, 균등하게 모두가 농토를 갖고 사는 세상을 바랐던 거지요. 그걸 제대로 이루지 않음으로써 사회 불만이 폭발하면서 농민들이 말하기를 '나라가 공산당 만들고 지주가 빨갱이를 만든다.' 처절한 이야기죠."]

나라가 금한 '빨갱이'가 되어 산에 오른 '빨치산'.

되찾은 나라에서도 삶을 되찾지 못한 소작농들이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조정래/소설가 : "삶을 더 유지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에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산에) 들어간 거예요. 그러니까 사회주의가 아니었고 동학 때, 동학농민전쟁이 일어난 것도 똑같아요."]

이념과 폭력이 대결을 강요했던 시대.

[조정래 낭독 : "중도적 입장은 기회주의일 뿐이었고, 개인적 판단은 이기주의일 뿐이었다."]

작가는 소설과 현실을 넘나들며 여러 겹의 비극이 얽힌 70년 전으로 독자들을 데려다 놓습니다.

[조정래/소설가/1996년 인터뷰 : "빨치산을 잡아서 죽여서 총살을 시켰기 때문에 밑으로 떨어지고, 또 빨치산들이 들어와 가지고는 또 경찰을 쏴죽여서 떨어뜨리고 했던 역사의 슬픔과 상처가 있는 다리가 바로 이 다리인데..."]

4년의 준비, 6년의 집필 과정.

문학이 적을 이롭게 한다는 수사기관의 압박도, 수백만 부가 팔린 대하소설의 작가를 멈춰세울 순 없었습니다.

[조정래/소설가 : "수사기관에서 독자들이 너무 많이 호응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 삼으면 안된다는 것을 스스로가 실토할 정도였으니까...제가 원했던 것은 사실을 사실이라고 말함으로써 찾아지는 진실을 쓰고자 했던 것이거든요."]

[임헌영/문학평론가·민족문제연구소장 : "빨갱이 소설이라든가 빨치산 소설이라든가 하는 그런 비난을 전혀 안 받을 때, 이것이 우리 민족의 한 일부분이었다. 남북 분단, 갈등의 한 중요한 요소였다고 다 인정하게 될 때 그때라야 우리는 비로소 민주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열 권의 책에 담아낸 2백 명의 이름.

그리고 이름도 없이 저물어간 삶의 흔적들.

역사는 그 흔적을 그냥 잊거나 지워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소설은 묵묵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조정래 낭독 : "바람직한 역사가 정의로운 삶들의 엮음이어야 한다면, 소설은 그것을 가로막는 왜곡과 모순을 파헤쳐서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KBS 뉴스 유동엽입니다.

촬영기자:조현관 류재현/그래픽:정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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