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역사가 빠뜨린 이야기…김연수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입력 2021.08.08 (22:56) 수정 2021.08.08 (23:30) 뉴스 9
자동재생
동영상영역 시작
동영상영역 끝
[앵커]

매주 이 시간 전하고 있는 기획코너 '우리 시대의 소설'입니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선정한 50편의 소설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오늘(8일)은 김연수 작가의 소설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이라는 제목의 작품입니다.

김연수 문학의 특징 중 하나가, 역사적 사건 속에 주인공을 배치하고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일 텐데요.

서영민 기자가 소설가 김연수 씨를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급소인 목 부위가 눌리어 질식 사망한..."]

["박종철을 살려내라! 박종철을 살려내라!"]

이한열 열사 노제.

["독재타도 민주쟁취! 독재타도 민주쟁취!"]

광장에서 펼쳐지는 역사를 빤히 보면서도 주인공의 마음속엔 광장이 아닌 실연의 아픔만 가득합니다.

[김연수/소설가 : "사랑에 실패하는 이야기이고요. 한강에 투신해서 자살하는 여자가 하나 나옵니다. 그녀의 연인인 남자가 등장을 하는데, 절망을 한 사람이고, 그래서 히말라야 설산까지 올라가게 된 사람입니다."]

주인공은 그래서 민주화 시대에 너무 한가한 이야기 하는 것 아니냐는 핀잔까지 듣습니다.

[작가 낭독 : "이런 시국에 그런 소설이 먹히겠어? 데모하느라 죽어가는 애들도 있는데, 연애 따위가 다 뭐야."]

김연수 작가가 2005년에 발표한 소설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은 1987년이란 시간과 공간을 무대로 '역사가 빠뜨린 이야기'를 전합니다.

흔적이라곤 짧은 유서 한 장만 남은 청년을 역사에 짓눌리면서도 진실한 사랑의 순간을 살았던 여성으로 되살립니다.

뉴스에는 '조난 당한 동료를 구하려다 히말라야에서 실종됐다'고만 기록된 한 원정대원을 놓고는, 이 청년이 사라진 진짜 이유가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며 기록엔 없는 진실을 찾기 위해 그의 행적을 되밟아 나갑니다.

[김연수/소설가 : "사실은 사랑으로 시작을 해서 죽음에 대해서 이해해 보려고 발버둥을 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역사가가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실패했거나 불행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을 다 누락시켜 놓았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한테 관심을 가지고 있고요."]

역사가 눈여겨보지 않은 이야기들을 찾아내려는 노력은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에 녹아 있습니다.

'춘향전'에선 춘향이 아닌 남원부사 변학도를 변호했고, 식민지 시절 만주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민생단 사건'과 기록되지 않은 채 잊힌 시인 백석의 삶도 소설로 되살려냈습니다.

[황종연/문학평론가/동국대 국문학부 교수 : "주류 역사 이야기에서 빠져 있는 그런 사람들의 경험과 그런 경험 속에 잠재되어 있는 어떤 인생의 의미를 찾아내는 건 작가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김연수 씨의 작품은 그런 소설가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

영상이 범람하는 시대에도 인간의 내면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는 방법은 문학이라는 굳건한 믿음.

이 믿음으로 작가는 오늘도 역사가 놓친 또 다른 이야기를 찾아 나섭니다.

[김연수/소설가 : "사람이 말을 하기 전에는 내면을 알 수가 없어요. 그런데 문학을 한다는 것은, 글쓰기를 한다는 것은, 내면이 말을 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의 내면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것은 어떤 카메라나 엑스레이나 뭘 동원해도 볼 수 없는 것이에요."]

KBS 뉴스 서영민입니다.

촬영기자:유용규 최석규/그래픽:강민수 김석훈 박세실
  • 역사가 빠뜨린 이야기…김연수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 입력 2021-08-08 22:56:10
    • 수정2021-08-08 23:30:21
    뉴스 9
[앵커]

매주 이 시간 전하고 있는 기획코너 '우리 시대의 소설'입니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선정한 50편의 소설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오늘(8일)은 김연수 작가의 소설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이라는 제목의 작품입니다.

김연수 문학의 특징 중 하나가, 역사적 사건 속에 주인공을 배치하고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일 텐데요.

서영민 기자가 소설가 김연수 씨를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급소인 목 부위가 눌리어 질식 사망한..."]

["박종철을 살려내라! 박종철을 살려내라!"]

이한열 열사 노제.

["독재타도 민주쟁취! 독재타도 민주쟁취!"]

광장에서 펼쳐지는 역사를 빤히 보면서도 주인공의 마음속엔 광장이 아닌 실연의 아픔만 가득합니다.

[김연수/소설가 : "사랑에 실패하는 이야기이고요. 한강에 투신해서 자살하는 여자가 하나 나옵니다. 그녀의 연인인 남자가 등장을 하는데, 절망을 한 사람이고, 그래서 히말라야 설산까지 올라가게 된 사람입니다."]

주인공은 그래서 민주화 시대에 너무 한가한 이야기 하는 것 아니냐는 핀잔까지 듣습니다.

[작가 낭독 : "이런 시국에 그런 소설이 먹히겠어? 데모하느라 죽어가는 애들도 있는데, 연애 따위가 다 뭐야."]

김연수 작가가 2005년에 발표한 소설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은 1987년이란 시간과 공간을 무대로 '역사가 빠뜨린 이야기'를 전합니다.

흔적이라곤 짧은 유서 한 장만 남은 청년을 역사에 짓눌리면서도 진실한 사랑의 순간을 살았던 여성으로 되살립니다.

뉴스에는 '조난 당한 동료를 구하려다 히말라야에서 실종됐다'고만 기록된 한 원정대원을 놓고는, 이 청년이 사라진 진짜 이유가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며 기록엔 없는 진실을 찾기 위해 그의 행적을 되밟아 나갑니다.

[김연수/소설가 : "사실은 사랑으로 시작을 해서 죽음에 대해서 이해해 보려고 발버둥을 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역사가가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실패했거나 불행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을 다 누락시켜 놓았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한테 관심을 가지고 있고요."]

역사가 눈여겨보지 않은 이야기들을 찾아내려는 노력은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에 녹아 있습니다.

'춘향전'에선 춘향이 아닌 남원부사 변학도를 변호했고, 식민지 시절 만주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민생단 사건'과 기록되지 않은 채 잊힌 시인 백석의 삶도 소설로 되살려냈습니다.

[황종연/문학평론가/동국대 국문학부 교수 : "주류 역사 이야기에서 빠져 있는 그런 사람들의 경험과 그런 경험 속에 잠재되어 있는 어떤 인생의 의미를 찾아내는 건 작가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김연수 씨의 작품은 그런 소설가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

영상이 범람하는 시대에도 인간의 내면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는 방법은 문학이라는 굳건한 믿음.

이 믿음으로 작가는 오늘도 역사가 놓친 또 다른 이야기를 찾아 나섭니다.

[김연수/소설가 : "사람이 말을 하기 전에는 내면을 알 수가 없어요. 그런데 문학을 한다는 것은, 글쓰기를 한다는 것은, 내면이 말을 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의 내면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것은 어떤 카메라나 엑스레이나 뭘 동원해도 볼 수 없는 것이에요."]

KBS 뉴스 서영민입니다.

촬영기자:유용규 최석규/그래픽:강민수 김석훈 박세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뉴스 9 전체보기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