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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방현석 ‘새벽출정’
입력 2021.07.04 (21:27) 수정 2021.07.04 (22:05) 뉴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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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가 한국문학평론가협회와 함께 선정한 우리 시대의 소설을 소개해드리는 시간, 오늘(4일) 만나볼 작품은 방현석의 단편소설 [새벽출정]입니다.

80년대 노동 현장을 다룬 이 소설은 노동의 현실을 고발하면서도, 문학적 완성도까지 갖춘 대표적인 소설로 평가 받는데요.

작가가 말하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 유동엽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수출보국.

나라를 구할 수출 상품을 만들기 위해 잠을 쫓아가며 일했던 노동자들.

공장은 오늘도 여전히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누군가의 일터입니다.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작가는 인천의 한 공장에서 일하며 노동운동가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방현석/소설가 : "민중들의 삶에 대해서 지식인들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었으니까. 그런데 그 말에 조그만 책임은 져야 한다고 생각을 했고..."]

소설의 무대는 파업농성이 6개월을 넘어가고 있던 1988년의 어느 공장.

주인공은 하루 11시간씩 일하고도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노동자들입니다.

[방현석/소설가 :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성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었고, 굉장히 특별하고 인상적이었던 건 이 공장 노동자들이 굉장히 밝았어요."]

["(반갑습니다, 방 부장님). 이게 몇 년 만이야, 원 위원장님."]

소설 속 인물이자 실제 파업을 이끌었던 원미정 위원장.

[원미정/당시 노동조합 위원장 : "재미있고 즐겁게 하려고 했습니다. 우리가 임금인상 투쟁을 하는 것도 그렇고, 노조를 만드는 것도 그렇고, 더 지금보다는 재미있고 즐거우려고 했던건데..."}

파업은 그러나 공장 굴뚝에 현수막을 내걸려다 추락한 조합원의 죽음으로 변곡점을 맞습니다.

숨진 지 열흘이 지나서야 경찰의 방해 속에서 치른 장례식.

회사 대표는 고인에게 사죄하고 노조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사과문을 일간지에 싣습니다.

그런데 고인의 49재를 지내기로 한 바로 그 날, 돌연 공장을 폐업해버립니다.

일터가 사라져버린 노동자들의 처절한 싸움을, 작가는 역설적으로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였다고 적었습니다.

[방현석/소설가 : "사람이 사람다움을 위해서 몸부림치고 싸우는 모습들이 저는 인간으로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생각을 해요."]

최후의 수단으로 국회 의원회관 점거농성을 떠나던 새벽.

노조위원장과 조합원은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무섭니?) 응, 솔직히 그래."]

[방현석/소설가 : "두렵지만 그 두려움을 견디면서 사람다움을 지켜내려고 하는, 그게 중요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허희/문학평론가 : "나쁜 자본가와 싸운다는 것이 아니라, 억압적 조건에 처해있기 때문에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문학적인 방식으로 형상화해 낸 것이 '새벽출정'이거든요."]

["철순아, 엄마 왔어."]

스물다섯, 꽃다운 딸을 잃고 동료들 편에 섰던 어머니.

그 모습까지도 소설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홍금순/송철순 열사 어머니 : "걔네(조합원)들을 보면 딸 생각이 더 나, 나는. 여럿이 오잖아 7월달이면, 걔네들이. 나도 고맙지..."]

소설의 인물이 지키려고 했던 것.

지금도 비슷한 싸움이 이어지는 건 그것이 끝내 포기할 수 없는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KBS 뉴스 유동엽입니다.

촬영기자:조승연 류재현/그래픽:기연지/장소협조:한국근대문학관
  •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방현석 ‘새벽출정’
    • 입력 2021-07-04 21:27:14
    • 수정2021-07-04 22:05:09
    뉴스 9
[앵커]

KBS가 한국문학평론가협회와 함께 선정한 우리 시대의 소설을 소개해드리는 시간, 오늘(4일) 만나볼 작품은 방현석의 단편소설 [새벽출정]입니다.

80년대 노동 현장을 다룬 이 소설은 노동의 현실을 고발하면서도, 문학적 완성도까지 갖춘 대표적인 소설로 평가 받는데요.

작가가 말하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 유동엽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수출보국.

나라를 구할 수출 상품을 만들기 위해 잠을 쫓아가며 일했던 노동자들.

공장은 오늘도 여전히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누군가의 일터입니다.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작가는 인천의 한 공장에서 일하며 노동운동가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방현석/소설가 : "민중들의 삶에 대해서 지식인들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었으니까. 그런데 그 말에 조그만 책임은 져야 한다고 생각을 했고..."]

소설의 무대는 파업농성이 6개월을 넘어가고 있던 1988년의 어느 공장.

주인공은 하루 11시간씩 일하고도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노동자들입니다.

[방현석/소설가 :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성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었고, 굉장히 특별하고 인상적이었던 건 이 공장 노동자들이 굉장히 밝았어요."]

["(반갑습니다, 방 부장님). 이게 몇 년 만이야, 원 위원장님."]

소설 속 인물이자 실제 파업을 이끌었던 원미정 위원장.

[원미정/당시 노동조합 위원장 : "재미있고 즐겁게 하려고 했습니다. 우리가 임금인상 투쟁을 하는 것도 그렇고, 노조를 만드는 것도 그렇고, 더 지금보다는 재미있고 즐거우려고 했던건데..."}

파업은 그러나 공장 굴뚝에 현수막을 내걸려다 추락한 조합원의 죽음으로 변곡점을 맞습니다.

숨진 지 열흘이 지나서야 경찰의 방해 속에서 치른 장례식.

회사 대표는 고인에게 사죄하고 노조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사과문을 일간지에 싣습니다.

그런데 고인의 49재를 지내기로 한 바로 그 날, 돌연 공장을 폐업해버립니다.

일터가 사라져버린 노동자들의 처절한 싸움을, 작가는 역설적으로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였다고 적었습니다.

[방현석/소설가 : "사람이 사람다움을 위해서 몸부림치고 싸우는 모습들이 저는 인간으로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생각을 해요."]

최후의 수단으로 국회 의원회관 점거농성을 떠나던 새벽.

노조위원장과 조합원은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무섭니?) 응, 솔직히 그래."]

[방현석/소설가 : "두렵지만 그 두려움을 견디면서 사람다움을 지켜내려고 하는, 그게 중요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허희/문학평론가 : "나쁜 자본가와 싸운다는 것이 아니라, 억압적 조건에 처해있기 때문에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문학적인 방식으로 형상화해 낸 것이 '새벽출정'이거든요."]

["철순아, 엄마 왔어."]

스물다섯, 꽃다운 딸을 잃고 동료들 편에 섰던 어머니.

그 모습까지도 소설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홍금순/송철순 열사 어머니 : "걔네(조합원)들을 보면 딸 생각이 더 나, 나는. 여럿이 오잖아 7월달이면, 걔네들이. 나도 고맙지..."]

소설의 인물이 지키려고 했던 것.

지금도 비슷한 싸움이 이어지는 건 그것이 끝내 포기할 수 없는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KBS 뉴스 유동엽입니다.

촬영기자:조승연 류재현/그래픽:기연지/장소협조:한국근대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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