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오카다, 국내파 자존심 격돌

입력 2008.02.21 (08:43)

수정 2008.02.2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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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라이벌'인 한국과 일본 축구대표팀의 국내파 지도자 시대를 다시 연 허정무 감독(53)과 오카다 다케시(52) 감독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한국과 일본은 23일 오후 7시15분(이하 한국시간) 중국 충칭의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2008 동아시아선수권대회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나란히 1승1무(승점4)지만 다득점에서 1, 2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이번 맞대결 승자는 대회 우승컵을 차지하게 돼 사실상 결승전이나 다름없다.
특히 한 동안 외국 지도자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던 양 국이 다시 국내파 감독을 사령탑에 앉힌 뒤 처음 치르는 한.일전이라 의미가 더 크다.
한국은 허정무 감독이 2000년 아시안컵을 끝으로 물러난 뒤 거스 히딩크(네덜란드)-움베르투 코엘류(포르투갈)-요하네스 본프레레-딕 아드보카트-핌 베어벡(이상 네덜란드) 등 이방인이 대표팀을 이끌었다.
일본 역시 1998 프랑스 월드컵이 끝나고 오카다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 놓은 뒤 대표팀 사령탑은 필리페 트루시에(프랑스)-지코(브라질)-이비차 오심(보스니아) 등 줄곧 외국인의 몫이었다.
하지만 허 감독과 오카다 감독이 지난해 말 대표팀 수장으로 돌아오며 한.일 양국 대표팀은 다시 자국 지도자 시대를 맞았다. 자국 출신 대표팀 사령탑의 마지막도, 새 출발도 허 감독과 오카다 감독이었다.
선수 시절은 공격수와 미드필더로 뛰었던 허 감독이 중앙수비수였던 오카다 감독보다는 화려했다.
끈질긴 승부 근성으로 '진돗개'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허 감독은 네덜란드 명문 PSV 에인트호벤에서 3시즌을 뛰는 등 1970-80년대 한국 축구의 간판 스타였다.
청소년대표와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A매치 87경기에서 30골을 터트렸다.
반면 오카다 감독은 일본 명문 와세다대를 졸업한 뒤 J-리그 제프 이치하라 지바의 전신인 후루카와전기공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국가대표로 27경기를 뛰었다.
체구도 작고 스피드도 떨어졌지만 상대 공격의 변화를 즉각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는 지능적인 플레이가 그의 장점이었다.
허 감독은 한 일본 기자가 '오카다 감독은 특이하게 안경을 쓰고 뛰었다'며 선수 시절 맞대결 여부를 묻자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멕시코 월드컵에 출전한 1986년, 오카다 감독은 1990년 은퇴해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허 감독은 대표팀 트레이너와 코치와 K-리그 포항 감독을 거쳐 1998년 말부터 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전남 드래곤즈를 맡아 FA컵 2회 연속 우승(2006, 2007년)을 이루는 등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대표팀 사령탑으로서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8강에서 탈락,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조별리그 통과 실패 및 레바논 아시안컵 3위 등 성적이 좋지 못했다.
오카다 감독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치러진 예선전에서 가모 슈 전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경질되자 지휘봉을 이어받아 일본의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를 당한 뒤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 놓았다.
이후 1999년 J-2(2부)리그의 삿포로 콘사도레 감독을 맡아 이듬해 팀을 1부 리그로 승격시키고, 2003년부터 두 시즌 연속 요코하마 마리노스의 J-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오심 대표팀 감독이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일본축구협회로부터 복귀 요청을 받았다.
과거 대표팀 수장으로 재임한 기간이 달라 허 감독과 오카다 감독 간 맞대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수생' 허정무와 오카다 다케시. 새 출발 후 '허정무호'는 2승1무1패, '오카다 재팬'은 3승2무를 기록 중이다. 과연 운명의 첫 격돌에서 승리의 여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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