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전쟁’ 한·일전 명승부 약사

입력 2008.02.21 (08:59)

다시 일본과 축구 전쟁이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중국 충칭에서 열리고 있는 2008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일본과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한국과 일본, 중국, 북한까지 4팀이 2차전까지 벌인 결과 한국과 일본이 1승1무씩을 기록하고 있고, 북한이 2무, 중국이 2패로 꼴찌다.
23일 펼쳐지는 한국과 일본의 최종전이 사실상 결승전이 됐고 양국은 다시 한번 자존심을 건 일전을 치르게 됐다.
한국은 1954년 3월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스위스월드컵 예선에서 처음 맞붙을 때부터 일본을 상대로 짜릿한 명승부를 연출해왔다. "지면 현해탄에 빠져 죽겠다"고 비장함을 품은 초창기 태극전사들은 5-1 대승을 거두고 화려하게 귀국했다.
이후 54년이 흐르는 동안 한국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짜릿한 순간을 여러차례 만들어냈는데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는 경기는 1997년 9월28일 도쿄에서 열린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이었다.
브라질 출신 로페스를 귀화시키며 필승 각오를 다진 일본에 후반 22분 선제골을 허용한 한국은 조커로 들어온 서정원이 경기 종료 7분 전 최용수의 헤딩 패스를 다시 머리로 연결해 동점골을 뽑아냈다.
이어 이민성이 기적 같은 역전골로 5만여 관중이 꽉 들어찬 요요기국립경기장을 침묵하게 하는 데는 5분이 채 안걸렸다. 이민성은 후반 41분 아크 부근에서 회심의 왼발 중거리포를 날렸고, 물수제비처럼 튀며 날아간 볼은 그대로 왼쪽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이보다 3년 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은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해냈다. 0-1로 전반을 마친 한국은 후반 8분 유상철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춘 뒤 후반 33분에는 황선홍이 역전골까지 만들어냈다.
승부는 끝까지 알 수 없었다. 후반 41분에 동점골을 허용하고 만 것. 하지만 인저리타임 황선홍이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열도를 침묵에 빠트렸다.
이처럼 감동과 눈물을 함께 선사했던 한일전이 이번 대결에서 70번째를 맞는다. 한국은 일본과 역대 전적에서 38승19무12패로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대결인 작년 7월 인도네시아 팔렘방에서 열린 아시안컵 3-4위 결정전에서 한국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겨우 6-5로 승리했다.
70번째 대결에서 허정무 감독은 당시 태극전사들의 무딘 공격력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도 풀어줘야 한다. 허 감독은 현역 시절 한일전에서 극적인 승리의 주인공이 된 적도 있다.
1976년 12월 도쿄에서 벌어진 제5회 한일정기전에서 허 감독은 득점포를 터트리며 2-1 승리의 주역이 됐고, 1980년 3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모스크바 올림픽 예선에서도 한 골을 뽑아내 3-1 승리에 보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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