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 9년 전 패배 반복 없다!

입력 2008.02.22 (08:53)

수정 2008.02.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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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라이벌인 한국과 일본이 동아시아축구 정상 길목에서 만났다.
한국과 일본은 23일 오후 7시15분(이하 한국시간) 중국 충칭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2008 동아시아선수권대회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 승자가 대회 챔피언이다.
통산 전적에서는 한국이 38승19무12패의 압도적인 우세를 지키고 있지만 한.일전은 늘 명승부를 연출해 왔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양 국은 이번 대회를 팀 재건의 기회로 삼고 있다. 하지만 우승컵이 걸린 맞대결인 만큼 불꽃튀는 승부가 예상된다.
역대 70번째 한.일전의 관전포인트를 살펴본다.
◇허정무 '9년 전 후회 털어낸다'
1998년 말부터 2년 동안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을 이끌었던 허정무 감독은 당시 일본과 맞대결에서 2전 전승을 거뒀다. 1998년 12월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최용수의 두 골로 2-0으로 제압했고, 2000년 4월 잠실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하석주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허 감독은 한.일전 하면 두고두고 후회되는 장면이 있다. 이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출국할 때부터 꺼낸 얘기다. 역대 최강 멤버로 꼽히던 2000 시드니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으로서 1999년 9월 치른 일본과 두 차례 맞대결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은 도쿄에서 열린 원정 1차전에서 1-4로 참패했고, 이어 같은 달 27일 잠실에서 벌인 2차전에서도 0-1로 무릎꿇었다. 이전까지 올림픽팀 간 맞대결에서 한국은 일본에 3전 전승을 기록 중이었다.
허 감독은 일본과 친선경기 직전인 그해 8월 유럽에서 20여 일 전지훈련을 실시하고 돌아와 대학생이 주축이었던 대표팀 선수들을 소속 팀으로 돌려보내야 했다. 회복훈련을 했어야 하는데 대회를 앞둔 대학들의 반대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한여름에 인조잔디가 깔린 효창구장에서 경기를 치른 대표 선수들은 일본 출국 사흘 전 파김치가 돼 대표팀으로 돌아왔고 결국 1차전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허 감독은 "선수들을 무조건 대표팀에 잡아놓고 몸 상태를 회복시켜야 했다. 일본과 1차전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7년 만에 대표팀 사령탑으로 복귀해 치르는 첫 한.일전. 허 감독이 9년 전의 악몽을 말끔히 털어낼 수 있을까.
◇가와구치, 이번에는 누가 울릴까
일본은 베테랑 골키퍼 가와구치 요시카쓰(33.주빌로 이와타)가 이번 한국과 맞대결에 출전할 예정이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북한과 1차전은 가와시마 에이지(가와사키), 중국과 2차전은 나라자키 세이고(나고야)가 골문을 지켰지만 대회 우승을 다투는 비중있는 한.일전에는 가와구치가 출전을 낙점받은 상태다.
1996년 3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애틀랜타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2-1 승)에서 결승골을 뽑으며 가와구치를 울린 최용수(FC서울 코치)가 "가와구치는 원래 잘 운다"고 말해 가와구치에게는 한때 '울보'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최용수는 일본과 경기 중 가와구치가 챙겨온 물통의 물을 들이키고 뚜껑도 닫지 않은 채 던져버리는 등 올림픽대표 시절부터 '가와구치 킬러'로 유명했다.
이후 가와구치는 '도쿄대첩'으로 잘 알려진 1997년 9월 도쿄에서 열린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서정원, 이민성에게 연속골을 내주고 1-2 패배를 맛보는 등 1990년대 한.일전에서 눈물 또한 꽤 흘렸다.
마지막 한.일전이었던 2007 아시안컵 3.4위전에서 가와구치는 주장 완장을 차고 연장 120분 혈투를 0-0으로 막아낸 뒤 승부차기 끝에 5-6으로 주저앉았다.
이번 한.일전은 가와구치의 113번째 A매치다. 이번에 가와구치를 울린 태극전사는 누구일까.
◇김남일-엔도, '중원 혈투' 승자는
한.일 양국은 이번 대표팀을 국내파로 구성했다. 양팀 통틀어 유일한 해외파는 허정무호의 김남일(빗셀 고베)이지만 그도 올 시즌부터 일본 J-리그에서 뛰게 돼 사실상 국내파 간의 맞대결이다.
주장 김남일은 해외파 주축이 빠진 한국 대표팀의 구심점이다. 20일 남북대결(1-1 무승부)에서 왼발 뒤꿈치 통증으로 전반만 뛰고 교체됐는데 허 감독이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남일이 나온 뒤 팀을 리드해 줄 선수가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김남일은 다행이 이번 한.일전 출전에는 문제가 없다.
이제 맞서는 일본 대표팀의 키플레이어는 엔도 야스히토(28.감바 오사카)다. 경기 중에도 중앙과 측면을 활발하게 오가며 일본 공격을 이끄는 미드필더다.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남일과는 충돌이 불가피하다.
김남일은 A매치 78경기(2골)를 뛰었고, 엔도 역시 62경기(5골)에 출전한 경험 많은 선수들이다.
김남일과 엔도의 중원 싸움이 팀의 승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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