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투신, 풀어야 할 의문들

입력 2009.05.27 (19:04)

경호관의 통화(교신)기록과 진술 등을 바탕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사저 뒤편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경호관에게 심부름을 시킨 뒤 홀로 있다가 투신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경남경찰청장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한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 노 전 대통령, 정토원에 들렀나 = 경찰의 설명대로라면 노 전 대통령은 오전 6시14분께 경호관과 함께 부엉이 바위에 도착해 3분가량 앉아서 담배 얘기 등을 한 뒤 경호관에게 200m가량 떨어진 정토원(사찰)의 원장이 있는지 확인해 보라고 심부름을 보냈다.
또 경호관은 부엉이 바위로 돌아와 없어진 노 전 대통령을 찾다 30분 가량 뒤인 오전 6시45분께 추락지점에서 쓰러져 있는 노 전 대통령을 발견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정토원에 들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토원에서 음식공양을 담당하는 관계자는 최근 모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이 사찰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경호관도 경찰에서 한 1,3차 진술에서는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정토원에 들렀다"고 밝혀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지 않고 있다.
◇ 투신 때 경호관 없었나 = 경찰은 노 전 대통령이 경호관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혼자 있다가 투신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호관은 경찰에서 한 최초진술에서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하기 직전까지 20여분간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부엉이 바위에 있었고, 인근 등산로를 지나는 등산객의 접근을 제지하기 위해 시선을 돌리는 사이에 노 전 대통령이 바위 아래로 뛰어내렸다"고 주장했다.
경호관은 2차 진술 때는 번복했지만 3차 진술에서 재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경호관의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있는데 경찰이 무엇을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이 혼자 있다가 투신했다고 추측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찰 설명대로 경호관이 심부름을 간 사이에 노 전 대통령이 투신했다면 불과 2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을 다녀온 경호관이 노 전 대통령을 발견할 때까지 30분 가량 무엇을 했는지도 명쾌하게 설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경호관이 노 전 대통령을 업고 갔다? = 경찰은 경호관이 투신한 노 전 대통령을 업고 필요한 장소로 옮긴 뒤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락환자에 대한 구급조치 요령을 모를리 없는 대통령 경호관이 119 구급대에 신고하지 않고, 낙상한 노 전 대통령을 들쳐 업고 옮겼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 환자를 들것 등으로 안전하게 옮기지 않고, 함부로 옮길 경우 오히려 환자를 위험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는 게 구급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당시 아무리 급한 상황이라도 전직 대통령의 안위를 책임지는 경호관이 무모한 행동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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