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싸웠다’…뚝심·투혼으로 드라마 쓴 두산

입력 2013.11.01 (22:22)

수정 2013.11.0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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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연일체, 최강두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2013년 포스트시즌 캐치프레이즈다. 두산은 비록 최강 자리에는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정상이라는 목표를 위해 똘똘 뭉친 두산 선수단이 이번 가을 보여준 뚝심과 투혼은 야구팬들에게 적지않은 감동을 선사했다.

정규시즌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라 2001년 이후 12년 만의 우승을 노렸다.

두산은 또한 정규리그 4위 팀의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한국프로야구의 새 역사에도 도전했다.

그러나 사상 첫 3년 연속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이루겠다고 나선 삼성 라이온즈의 벽 앞에 주저앉았다.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3승1패로 앞섰다가 3연패를 당한 터라 두산의 아쉬움은 더 컸다.

두산은 2000년대 들어 올해까지 14시즌을 치르는 동안 10차례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전통의 강팀이다.

하지만 2001년 이후로는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하며 그저 '가을 야구 단골손님'에 머물고 있다.

김진욱 감독 부임 첫해인 지난해에도 가을 잔치에 초대됐지만 준플레이오프로 끝이 났다. 4강 정도야 모두가 기대했던 것이기에 기쁨보다는 허무함이 더 큰 한해였다.

올해에도 두산은 개막을 앞두고 삼성, KIA 타이거즈와 함께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혔다.

'장밋빛 전망'대로 지난해 우승팀 삼성과의 개막전에서 오재원과 김현수의 만루홈런 등을 앞세워 승리하는 등 개막 2연승을 거두며 산뜻하게 새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곧 마운드에서 파열음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두산은 지난해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았던 이용찬이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서 시즌 막판에서야 합류하고,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게릿 올슨의 부상과 부진에 이은 방출 등으로 5인 선발 로테이션을 운용하기조차 어려웠다. 이는 중간 계투의 부담으로 이어졌고 뒷문 단속도 불안해졌다.

결국 5∼6월 한때 6연패에 빠지는 등 승률 5할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으로 순위가 6위까지 떨어졌다.

더구나 전반기에만 10승을 거둔 더스틴 니퍼트마저 올스타전 이후 등 근육 부상 등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며 두산의 마운드는 더욱 크게 흔들렸다.

프로 데뷔 10년 만인 지난해 제2의 야구인생을 연 노경은이 꾸준히 제자리를 지켜주고, 불펜 자원으로 시작해 선발로 보직이 바뀐 유희관와 이재우 등의 활약으로 겨우 마운드를 꾸려나갔다.

두산의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은 4.57로 팀 순위 최하위인 한화 이글스(5.31), 8위 KIA 타이거즈(5.12)에 이어 9개 팀 중 세 번째로 높았다.

하지만 두산은 마운드의 부진을 뜨거운 방망이로 극복했다.

두산 타선은 팀 타율(0.289)은 물론 득점(699점), 장타율(0.420), 출루율(0.370) 등 올 시즌 대부분의 타격 지표에서 1위를 기록했다. 팀 도루(172개)도 가장 많았고, 실책(61개)은 가장 적을 만큼 짜임새 있는 플레이로 고비를 넘겼다.

7월 이후 연승행진이 늘어났고, 1천575일 만의 7연승을 거두는 등 상승세를 타면서 정규시즌 막판에는 1위까지 노려볼 수 있었다

두산의 뚝심은 포스트시즌에서 더욱 빛났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5경기, 플레이오프 4경기에 이어 한국시리즈도 7경기까지 치러 한해 포스트시즌 최다경기(16경기)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2011년 SK의 14경기였다.

두산은 2008년 창단 이후 처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원정 1,2차전에서 잇달아 패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서 좌절할 뻔했다가 내리 3연승을 거둬 극적인 뒤집기를 연출했다.

역대 5전3승제 한국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2연패 후 3연승을 달성한 사례는 그동안 세 차례밖에 없었을 만큼 기적 같은 일이었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0회, 3차전에서 14회, 마지막 5차전은 13회까지 치렀다.

이닝 수로만 따지면 두산은 이미 준플레이오프에서 한 경기 이상 더 뛴 셈이다. 하지만 이어 잠실 맞수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열세라는 예상을 딛고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미 지칠대로 지친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주전 3루수 이원석과 2루수 오재원이 차례로 부상을 당해 전열에서 이탈하는 등 강행군의 후유증이 나타났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의 부상, 부진 등으로 공백이 생길 때마다 끊임없이 새로운 주전급 백업멤버들이 등장하곤 해 '화수분 야구'로 불리는 두산 야구의 저력이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정신력으로 버티고 김재호, 허경민, 오재일 등 출전 기회를 얻은 선수마다 기대 이상으로 제 몫을 해줬다.

재계의 소문난 야구광인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10월 31일 한국시리즈 6차전이 열린 대구구장을 직접 방문해 경기 전 두산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은 "요즘 많은 사람으로부터 '어려운 경제, 취업난 등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두산의 경기를 보며 용기를 얻는다. 특히 선수들이 끝까지 싸우는 모습을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는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4위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확률 0%의 기적'은 이루지 못했지만 '미러클 두산'의 올해 가을 야구는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을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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