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불량국가’ 한국의 ‘내일 없는 경제’?

입력 2020.12.07 (10:17) 수정 2020.12.0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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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탄소중립 앞에선 ‘불량국가’ 대한민국
① 20년간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 ‘OECD에선 최고’
② 중국보다 못한 재생에너지 확대 노력
③ 여전한 석탄 의존…‘국내’ 7개 건설 중·‘해외’ 수출
④ 연간 온실가스 배출 총량 세계 7위, 1인당은 6위
‘내일을 생각 않는 풍요 추구엔 미래 없어’


■ 석탄을 과거의 역사로... 석탄은 화석연료 경제 '독성의 심장'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이번 주 표지입니다. 석탄 한 덩어리가 유리관 안에 있습니다. 방금 막 불이 꺼진 듯,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잘 보면 마지막 불씨가 조금 남아있는 듯도 합니다. 이름표에는 '18세기~ 21세기'라고 쓰여 있습니다.

"석탄을 과거의 역사로 만들자", 화석 연료 경제 '독성의 심장'인 석탄 경제를 멈추자는 특집기사입니다.

유럽에선 현실이 되어 갑니다. 영국의 마지막 석탄발전소는 2022년 문을 닫습니다. 석탄 경제와의 이별이 눈앞에 있습니다. 그러나 아시아는 (특히 중국과 인도) 아직입니다.

값싼 석탄에 대한 의존이 여전합니다. 이코노미스트 기사 내용은 그래서 '탄소 중립은 지구의 모든 나라가 함께 노력해야 가능하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이 함께 해야 한다. 여전히 석탄에 의존하는 나라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하자'는 내용입니다.

■탄소 중립 앞에선 최악의 '불량국가' 대한민국

중국과 인도가 특히 문제라니 안심하셨나요. 그럼 안됩니다. 우리나라도 이들 못지않습니다. 절대량 차원에선 중국과 인도 만큼은 아닙니다. 절대량은 훨씬 적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탄소배출을 줄여가고 있으며 또 노력하고 있느냐'의 측면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나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① 20년간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 'OECD에선 최고'

'노력'을 나타내는 지표,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이겠죠. 마이너스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배출량을 줄여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년간의 탄소배출량 증가 속도, OECD 국가 가운데는 한국이 가장 빠릅니다. 그래프를 보면 아시겠지만, OECD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줄여가고 있단 이야깁니다. 그런 와중에 우리는 20년 평균 2%씩 증가했습니다.

그린피스 코리아 제공그린피스 코리아 제공

② "20% 감축한다" 약속은 했지만, 노력은 글쎄?

실은 우리나라 역시 줄이겠다고 약속을 했었습니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예상 배출치'보다 20% 감축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그 약속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환경운동연합 제공

10년 전 약속대로라면 우리 탄소 배출량 6억 톤 아래로 떨어져야 합니다. 녹색 그래프가 약속한 목표치입니다. 하지만 줄어들기는커녕, 우리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계속 늘었습니다. 지난해 소폭 줄어든 것으로 보이는데(확정치가 아니고 잠정치입니다.) 이는 지난해 미세먼지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세먼지 줄이려고 석탄발전소 가동을 멈췄기 때문입니다.

눈앞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정책이었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탄소 중립 정책 차원은 아니었던 겁니다. 코로나 19로 산업생산이 침체했던 올해 역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7억 톤 수준을 유지할 거로 정부는 보고 있습니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전 환경부 차관)은 이렇게 말합니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전 환경부 차관)

"온실가스 20% 감축 약속은 '탄소 포집 저장기술'의 개발을 전제로 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포집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그 기술이 2040년경에 상용화될지 안 될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그것은 불확실성이 너무 큰 것이니까요.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 차원에서 보면 우리가 선진국보다는 굉장히 많이 떨어집니다. 똑같은 경제활동을 하더라도 우리가 에너지효율이 굉장히 낮습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탄소를 적게 배출할 수 있는 그런 수단들에 대해서 그동안 소홀히 여겨왔습니다.

배출 전망치하고 현재 배출량을 비교하면 탄소 배출량을 거의 줄이지 못했죠. 이런저런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폈지만, 실제 성적표는 거의 효과가 없었다는 이야기지요.

그것은 산업구조 탓이라고 변명을 하기에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빠르게 고치지 않으면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③ 중국보다 못한 재생에너지 확대 노력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율이 낮습니다. 전체의 2.64%, 그런데 낮아도 너무 낮습니다. 심지어 중국과 비교를 해도 (8.7%) 낮습니다. OECD 평균은 11.8% 수준, 일본도 10%가 넘습니다. 29%와 24%에 육박하는 독일과 영국 이야기는 할 필요도 없습니다.

재생에너지의 범위를 지열과 수력, 바이오매스로 범위를 확대해도 우리는 여전히 하위권입니다.


④ 여전한 석탄 의존...'국내' 7개 건설 중, '해외' 수출하다 국제적 논란 '자초'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 2020)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 2020)

이 그래프는 환경운동연합의 이지언 온실가스 국장이 제공한 우리나라의 석탄 의존 현황입니다. 영국은 2년 뒤 석탄 발전소를 없앤다는데, 그래프를 보면 우리 석탄 발전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처럼 보입니다.

좀 연한 색깔인 회색 영역이 중요합니다. 지금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가 가동될 때 늘어나는 발전용량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7개의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습니다) 줄여도 시원치 않을 석탄 발전 용량을 늘려가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한전 자료상으로도 지난 10년간 무연탄 사용량은 두 배로 늘었습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온실가스 국장

정부가 온실가스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실제 에너지 교통 산업 건물 정책은 정반대로 갔습니다. 가령 2010년 이후에 온실가스가 많이 증가한 이유는 정책실패로 꼽을 수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석탄발전소를 증설했습니다.

석탄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LNG 발전소의 2배가 넘습니다. 석탄발전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기술수단도 지금은 없습니다. 석탄 발전을 유지하면서 온실가스를 줄일 방법은 전혀 없습니다. 우리처럼 늘려가고 있다면 불가능합니다.

재생에너지는 보조적인 에너지원으로 인식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재생에너지에 대한 어떠한 투자, 정책지원들은 매우 미흡했습니다.


베트남 화력발전소 신규 건설은 국제적인 쟁점이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선 그린피스가 한전 외벽에 빛으로 '기후 악당'이라고 쓰고 '한국이 해외 석탄투자를 중단해야 한다'는 문구를 비추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해외에선 지난 10월, 글로벌 대형투자사 18곳이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하는 한국전력과 삼성물산 등에 투자·시공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왔습니다.

'사업 계획 철회'를 촉구하면서, ‘앞으로 석탄과 관련한 사업이나 투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해달라고 했습니다. '향후 기후변화로 인한 기업의 위험에 어떻게 대응할지 구체적인 답변을 달라'고도 했습니다. '기후변화 생각 좀 하고 살자'는 공개적 비난을 한 겁니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

영국의 경우 단위전력(kWh)당 CO2 배출량은 40% 줄였습니다. 단위전력당 400g에서 250g으로 줄인 겁니다. 재생 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높여서 가능했습니다. 석탄 발전은 3%에 불과합니다. 영국의 산자부 격인 BIS가 매년 성과를 발표합니다.

우리나라는 상상할 수 없는 속도입니다. 석탄으로 물을 데우는 발전 방식을 지속하는 한 그렇습니다. 석탄으로 물을 데우고, 이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과정은 열 손실이 너무 큽니다. 비효율적입니다. 단위전력당 CO2 배출량은 850g 정도 됩니다. 우리는 석탄 발전이 여전히 40%입니다. 10년째 450g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두산중공업이 R&D 비용을 투입해 석탄 터빈을 국산화한 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국가 지원을 받아 연구·개발한 것인데, 어디에 쓸 수 있죠?

(Q : 저렴하고 온실가스도 적은 원자력이 대안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원자력이 저렴하다는 이야기는 한국에서만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발전은 발전회사가 하지만 그 외 부대 비용, 환경비용, 폐로 비용 등 사후 처리 비용 등을 국가가 지원하는 구조라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안전 비용은 들어가지도 않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핵연료봉'이 남아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위험해서' 각국이 안 쓰기 때문에 수요 공급 원리에 따라 원료 가격이 싸진 겁니다. 이게 좋은 건가요? '원전은 저렴해졌다'고 좋아할 일인가요? 참고로 원전 관련 원천기술 다수를 보유한 웨스팅하우스는 지금 망해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OECD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여전히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에 미흡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해 조사 대상 36개국 중 꼴찌"이고 "화석연료 비율은 80%, 이 중 31%를 석탄이 차지"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독립분석기관 '기후 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는 한국이 '파리 기후변화 협정'상 1.5도 상승 제한 목표에 비추어 '매우 미흡(Highly Insufficient)'하다고 평가합니다.

네덜란드 연기금을 운영하는 박유경 책임투자부서장은 '한국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게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박유경 /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 아태지역 책임투자부 부서장

"Climate action 100 plus라는 모임이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기관투자가들이 모여서 기후변화 위기를 해결하려는 겁니다. "2030년까지 전 세계는 연간배출량을 2010년 대비 50~55% 줄여야 한다. 기관투자자로서 그렇게 만들 수 있는 투자를 하자"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한국이 없습니다. 인도네시아도 있고 홍콩 대만 중국도 있거든요. 일본도 있고 당연히. 그런데 아시아에서 기관투자가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은 나라가 단 한 국가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입니다. 참 슬픈 일이죠.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도드라지게 기후변화 악당국가가 된 지 오랩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탄소배출 증가를 멈추지 못하면 대한민국 위상은 더 떨어질 것으로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상장기업들이 점점 거세지는 투자가들의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전력 문제는 리트머스 테스트와 비슷합니다. 지금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대규모 석탄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데 대단히 미온적인 회사입니다.

한전은 사실상 대한민국 정부가 주인인데, 최대 주주이잖아요. 전체적인 에너지 정책에서 정부가 끌어가고 있는데, 한국전력을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다른 기업들이나 다른 국민한테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탄소 배출을 생각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전이 아직도 해외 또는 국내에 짓고 있는 석탄발전소를 원점에서 검토해야 합니다. 한국 전력을 강력히 압박해서 한국전력이 충분히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전력과 같은 경우에 투자가치 하락이 분명히 될 것이고, 두고두고 평판 리스크에 시달릴 것입니다."


⑤ 결론 : 경제 성취보다 더 높은 '탄소 배출 등수'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평가하는 한국의 탄소배출량, 세계 7위입니다. 1인당 기준으로는 6위입니다. GDP 순위나 1인당 국민소득 순위보다 높습니다. 창피한 숫자입니다.

■ "왜 우리는 오늘의 풍요만 생각하고, 내일을 생각하지 않을까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을 일방적으로 탈퇴했다고 우리는 비판해왔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할 자격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최소한 대한민국은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이나 '재생에너지 사용 노력'은 물론 '석탄 발전 감축 계획'이나 '에너지 효율 증대 노력' 그 어느 차원에서도 내세울 성과가 없습니다.

탄소 중립이 없다면 인류에겐 미래가 없습니다. 과학적으로 명백한 사실입니다. 오늘의 경제뿐 아니라 내일의 경제, 우리 후손의 경제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당장 바뀌어야 합니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미래가 있을 리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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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소 불량국가’ 한국의 ‘내일 없는 경제’?
    • 입력 2020-12-07 10:17:11
    • 수정2020-12-07 10:21:01
    취재K
<strong>탄소중립 앞에선 ‘불량국가’ 대한민국</strong><br />① 20년간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 ‘OECD에선 최고’<br />② 중국보다 못한 재생에너지 확대 노력<br />③ 여전한 석탄 의존…‘국내’ 7개 건설 중·‘해외’ 수출<br />④ 연간 온실가스 배출 총량 세계 7위, 1인당은 6위<br /><strong>‘내일을 생각 않는 풍요 추구엔 미래 없어’</strong><br />

■ 석탄을 과거의 역사로... 석탄은 화석연료 경제 '독성의 심장'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이번 주 표지입니다. 석탄 한 덩어리가 유리관 안에 있습니다. 방금 막 불이 꺼진 듯,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잘 보면 마지막 불씨가 조금 남아있는 듯도 합니다. 이름표에는 '18세기~ 21세기'라고 쓰여 있습니다.

"석탄을 과거의 역사로 만들자", 화석 연료 경제 '독성의 심장'인 석탄 경제를 멈추자는 특집기사입니다.

유럽에선 현실이 되어 갑니다. 영국의 마지막 석탄발전소는 2022년 문을 닫습니다. 석탄 경제와의 이별이 눈앞에 있습니다. 그러나 아시아는 (특히 중국과 인도) 아직입니다.

값싼 석탄에 대한 의존이 여전합니다. 이코노미스트 기사 내용은 그래서 '탄소 중립은 지구의 모든 나라가 함께 노력해야 가능하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이 함께 해야 한다. 여전히 석탄에 의존하는 나라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하자'는 내용입니다.

■탄소 중립 앞에선 최악의 '불량국가' 대한민국

중국과 인도가 특히 문제라니 안심하셨나요. 그럼 안됩니다. 우리나라도 이들 못지않습니다. 절대량 차원에선 중국과 인도 만큼은 아닙니다. 절대량은 훨씬 적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탄소배출을 줄여가고 있으며 또 노력하고 있느냐'의 측면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나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① 20년간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 'OECD에선 최고'

'노력'을 나타내는 지표,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이겠죠. 마이너스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배출량을 줄여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년간의 탄소배출량 증가 속도, OECD 국가 가운데는 한국이 가장 빠릅니다. 그래프를 보면 아시겠지만, OECD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줄여가고 있단 이야깁니다. 그런 와중에 우리는 20년 평균 2%씩 증가했습니다.

그린피스 코리아 제공
② "20% 감축한다" 약속은 했지만, 노력은 글쎄?

실은 우리나라 역시 줄이겠다고 약속을 했었습니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예상 배출치'보다 20% 감축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그 약속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10년 전 약속대로라면 우리 탄소 배출량 6억 톤 아래로 떨어져야 합니다. 녹색 그래프가 약속한 목표치입니다. 하지만 줄어들기는커녕, 우리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계속 늘었습니다. 지난해 소폭 줄어든 것으로 보이는데(확정치가 아니고 잠정치입니다.) 이는 지난해 미세먼지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세먼지 줄이려고 석탄발전소 가동을 멈췄기 때문입니다.

눈앞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정책이었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탄소 중립 정책 차원은 아니었던 겁니다. 코로나 19로 산업생산이 침체했던 올해 역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7억 톤 수준을 유지할 거로 정부는 보고 있습니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전 환경부 차관)은 이렇게 말합니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전 환경부 차관)

"온실가스 20% 감축 약속은 '탄소 포집 저장기술'의 개발을 전제로 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포집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그 기술이 2040년경에 상용화될지 안 될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그것은 불확실성이 너무 큰 것이니까요.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 차원에서 보면 우리가 선진국보다는 굉장히 많이 떨어집니다. 똑같은 경제활동을 하더라도 우리가 에너지효율이 굉장히 낮습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탄소를 적게 배출할 수 있는 그런 수단들에 대해서 그동안 소홀히 여겨왔습니다.

배출 전망치하고 현재 배출량을 비교하면 탄소 배출량을 거의 줄이지 못했죠. 이런저런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폈지만, 실제 성적표는 거의 효과가 없었다는 이야기지요.

그것은 산업구조 탓이라고 변명을 하기에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빠르게 고치지 않으면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③ 중국보다 못한 재생에너지 확대 노력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율이 낮습니다. 전체의 2.64%, 그런데 낮아도 너무 낮습니다. 심지어 중국과 비교를 해도 (8.7%) 낮습니다. OECD 평균은 11.8% 수준, 일본도 10%가 넘습니다. 29%와 24%에 육박하는 독일과 영국 이야기는 할 필요도 없습니다.

재생에너지의 범위를 지열과 수력, 바이오매스로 범위를 확대해도 우리는 여전히 하위권입니다.


④ 여전한 석탄 의존...'국내' 7개 건설 중, '해외' 수출하다 국제적 논란 '자초'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 2020)
이 그래프는 환경운동연합의 이지언 온실가스 국장이 제공한 우리나라의 석탄 의존 현황입니다. 영국은 2년 뒤 석탄 발전소를 없앤다는데, 그래프를 보면 우리 석탄 발전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처럼 보입니다.

좀 연한 색깔인 회색 영역이 중요합니다. 지금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가 가동될 때 늘어나는 발전용량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7개의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습니다) 줄여도 시원치 않을 석탄 발전 용량을 늘려가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한전 자료상으로도 지난 10년간 무연탄 사용량은 두 배로 늘었습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온실가스 국장

정부가 온실가스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실제 에너지 교통 산업 건물 정책은 정반대로 갔습니다. 가령 2010년 이후에 온실가스가 많이 증가한 이유는 정책실패로 꼽을 수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석탄발전소를 증설했습니다.

석탄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LNG 발전소의 2배가 넘습니다. 석탄발전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기술수단도 지금은 없습니다. 석탄 발전을 유지하면서 온실가스를 줄일 방법은 전혀 없습니다. 우리처럼 늘려가고 있다면 불가능합니다.

재생에너지는 보조적인 에너지원으로 인식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재생에너지에 대한 어떠한 투자, 정책지원들은 매우 미흡했습니다.


베트남 화력발전소 신규 건설은 국제적인 쟁점이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선 그린피스가 한전 외벽에 빛으로 '기후 악당'이라고 쓰고 '한국이 해외 석탄투자를 중단해야 한다'는 문구를 비추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해외에선 지난 10월, 글로벌 대형투자사 18곳이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하는 한국전력과 삼성물산 등에 투자·시공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왔습니다.

'사업 계획 철회'를 촉구하면서, ‘앞으로 석탄과 관련한 사업이나 투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해달라고 했습니다. '향후 기후변화로 인한 기업의 위험에 어떻게 대응할지 구체적인 답변을 달라'고도 했습니다. '기후변화 생각 좀 하고 살자'는 공개적 비난을 한 겁니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

영국의 경우 단위전력(kWh)당 CO2 배출량은 40% 줄였습니다. 단위전력당 400g에서 250g으로 줄인 겁니다. 재생 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높여서 가능했습니다. 석탄 발전은 3%에 불과합니다. 영국의 산자부 격인 BIS가 매년 성과를 발표합니다.

우리나라는 상상할 수 없는 속도입니다. 석탄으로 물을 데우는 발전 방식을 지속하는 한 그렇습니다. 석탄으로 물을 데우고, 이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과정은 열 손실이 너무 큽니다. 비효율적입니다. 단위전력당 CO2 배출량은 850g 정도 됩니다. 우리는 석탄 발전이 여전히 40%입니다. 10년째 450g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두산중공업이 R&D 비용을 투입해 석탄 터빈을 국산화한 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국가 지원을 받아 연구·개발한 것인데, 어디에 쓸 수 있죠?

(Q : 저렴하고 온실가스도 적은 원자력이 대안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원자력이 저렴하다는 이야기는 한국에서만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발전은 발전회사가 하지만 그 외 부대 비용, 환경비용, 폐로 비용 등 사후 처리 비용 등을 국가가 지원하는 구조라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안전 비용은 들어가지도 않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핵연료봉'이 남아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위험해서' 각국이 안 쓰기 때문에 수요 공급 원리에 따라 원료 가격이 싸진 겁니다. 이게 좋은 건가요? '원전은 저렴해졌다'고 좋아할 일인가요? 참고로 원전 관련 원천기술 다수를 보유한 웨스팅하우스는 지금 망해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OECD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여전히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에 미흡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해 조사 대상 36개국 중 꼴찌"이고 "화석연료 비율은 80%, 이 중 31%를 석탄이 차지"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독립분석기관 '기후 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는 한국이 '파리 기후변화 협정'상 1.5도 상승 제한 목표에 비추어 '매우 미흡(Highly Insufficient)'하다고 평가합니다.

네덜란드 연기금을 운영하는 박유경 책임투자부서장은 '한국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게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박유경 /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 아태지역 책임투자부 부서장

"Climate action 100 plus라는 모임이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기관투자가들이 모여서 기후변화 위기를 해결하려는 겁니다. "2030년까지 전 세계는 연간배출량을 2010년 대비 50~55% 줄여야 한다. 기관투자자로서 그렇게 만들 수 있는 투자를 하자"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한국이 없습니다. 인도네시아도 있고 홍콩 대만 중국도 있거든요. 일본도 있고 당연히. 그런데 아시아에서 기관투자가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은 나라가 단 한 국가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입니다. 참 슬픈 일이죠.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도드라지게 기후변화 악당국가가 된 지 오랩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탄소배출 증가를 멈추지 못하면 대한민국 위상은 더 떨어질 것으로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상장기업들이 점점 거세지는 투자가들의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전력 문제는 리트머스 테스트와 비슷합니다. 지금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대규모 석탄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데 대단히 미온적인 회사입니다.

한전은 사실상 대한민국 정부가 주인인데, 최대 주주이잖아요. 전체적인 에너지 정책에서 정부가 끌어가고 있는데, 한국전력을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다른 기업들이나 다른 국민한테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탄소 배출을 생각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전이 아직도 해외 또는 국내에 짓고 있는 석탄발전소를 원점에서 검토해야 합니다. 한국 전력을 강력히 압박해서 한국전력이 충분히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전력과 같은 경우에 투자가치 하락이 분명히 될 것이고, 두고두고 평판 리스크에 시달릴 것입니다."


⑤ 결론 : 경제 성취보다 더 높은 '탄소 배출 등수'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평가하는 한국의 탄소배출량, 세계 7위입니다. 1인당 기준으로는 6위입니다. GDP 순위나 1인당 국민소득 순위보다 높습니다. 창피한 숫자입니다.

■ "왜 우리는 오늘의 풍요만 생각하고, 내일을 생각하지 않을까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을 일방적으로 탈퇴했다고 우리는 비판해왔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할 자격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최소한 대한민국은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이나 '재생에너지 사용 노력'은 물론 '석탄 발전 감축 계획'이나 '에너지 효율 증대 노력' 그 어느 차원에서도 내세울 성과가 없습니다.

탄소 중립이 없다면 인류에겐 미래가 없습니다. 과학적으로 명백한 사실입니다. 오늘의 경제뿐 아니라 내일의 경제, 우리 후손의 경제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당장 바뀌어야 합니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미래가 있을 리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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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전환 ‘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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