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① “석탄은 말이 안 되는 투자”…해외 연기금에 물었더니

입력 2020.12.09 (07:00) 수정 2020.12.09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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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선언했습니다. 탄소를 덜 배출하든, 더 흡수해서든 30년 뒤에는 실질적인 탄소 배출을 0(제로)으로 만들자는 겁니다.

탄소 배출 줄이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이게 실제 가능한 이야기인지, 또 경제적으로 너무나 손실이 큰 건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죠.

그런데 탄소 배출 줄이고, 제로로 만들자는 건 환경운동단체만의 목소리는 아닙니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금융 투자기관들도 잇따라 탄소 중립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네덜란드의 연기금 운용 전문기관인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투자 책임자인 박유경 부서장과 화상으로 인터뷰했습니다. 박 부서장은 현재 홍콩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석탄투자는 경제성이 없습니다!"

박 부서장은 이렇게 단언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앞으로 기후위기가 악화될 수록 탄소 배출 규제가 심해질 텐데, 석탄 화력발전소 등 탄소 배출을 주로 하는 석탄 관련 투자를 지금 하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무조건 손실을 보게 된다는 겁니다.

박유경 부서장은 이런 생각이,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만의 입장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박유경 /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 아태지역 책임투자부 부서장
"이건 세계적인 트렌드입니다. 신규 석탄투자를 해서 이 석탄투자가 앞으로 10~30년 후에 우리가 제값에 팔고 이 투자에서 나간다? 있을 수 없는 프로젝션(계획)인 거죠. 말이 안 되는 계획입니다."

■"한국은 기후변화 악당국가예요. 한국전력이 답답해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선언한 한국. 네덜란드 연기금을 10년 이상 투자해 온 박 부서장은, 한국정부를 비롯해 기업들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줄곧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지만, 한국 정부와 기업(주로 공기업), 금융회사 모두가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다는 겁니다.

탄소 감축은커녕 배출을 늘려와 '기후 깡패' 혹은 '기후 악당'으로 불리는 한국 정부, 해외에서도 석탄화력발전소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국제적으로 평판이 깎인 한국전력. 탄소 감축을 위한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하지 않고 방관하는 금융기관들까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에 다른 나라들은 정부부터 경제 분야의 각 주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한국만은 예외였다는 겁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도드라지게 기후변화 악당국가에요. 우리가 계속해서 탄소배출 증가를 멈추지 못하면 대한민국 위상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요."

"'Climate Action 100+'라는 전세계적인 기관투자가들이 모여서 기후변화 위기를 해결하려는 액션이 있거든요. (아시아 국가 중에) 한국만 없어요. 참 슬픈 일이죠.

■"탄소 배출이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겁니다."

박 부서장은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 못 하면 한국의 수출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 말합니다. 탄소 배출이 일종의 '무역 장벽'으로 작용해 수출 길이 막힐 거란 겁니다.

"굉장이 빠른 시기 안에 탄소 배출량 때문에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무역장벽이 세워질 가능성이 있죠. 그러면 이것을 그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지금도 인류의 커다란 위협인데, 지금부터 준비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이죠."

"왜 지금 할 수 있는데, 나중에 하죠?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연관기사] “이전처럼 살 수는 없습니다”…‘탄소중립’은 생존 문제 (KBS 9시 뉴스 20.12.06)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64663"

정부의 최근 탄소 중립 선언은 환영했습니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우선 앞으로의 10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때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적어도 2030년 배출량을 2010년 배출량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겁니다.

'기후위기'는 지금의 코로나19 위기보다도 훨씬 더 혹독하고, 오랫동안 이어질 거라고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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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소중립]① “석탄은 말이 안 되는 투자”…해외 연기금에 물었더니
    • 입력 2020-12-09 07:00:33
    • 수정2020-12-09 08: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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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선언했습니다. 탄소를 덜 배출하든, 더 흡수해서든 30년 뒤에는 실질적인 탄소 배출을 0(제로)으로 만들자는 겁니다.

탄소 배출 줄이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이게 실제 가능한 이야기인지, 또 경제적으로 너무나 손실이 큰 건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죠.

그런데 탄소 배출 줄이고, 제로로 만들자는 건 환경운동단체만의 목소리는 아닙니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금융 투자기관들도 잇따라 탄소 중립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네덜란드의 연기금 운용 전문기관인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투자 책임자인 박유경 부서장과 화상으로 인터뷰했습니다. 박 부서장은 현재 홍콩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석탄투자는 경제성이 없습니다!"

박 부서장은 이렇게 단언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앞으로 기후위기가 악화될 수록 탄소 배출 규제가 심해질 텐데, 석탄 화력발전소 등 탄소 배출을 주로 하는 석탄 관련 투자를 지금 하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무조건 손실을 보게 된다는 겁니다.

박유경 부서장은 이런 생각이,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만의 입장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박유경 /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 아태지역 책임투자부 부서장
"이건 세계적인 트렌드입니다. 신규 석탄투자를 해서 이 석탄투자가 앞으로 10~30년 후에 우리가 제값에 팔고 이 투자에서 나간다? 있을 수 없는 프로젝션(계획)인 거죠. 말이 안 되는 계획입니다."

■"한국은 기후변화 악당국가예요. 한국전력이 답답해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선언한 한국. 네덜란드 연기금을 10년 이상 투자해 온 박 부서장은, 한국정부를 비롯해 기업들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줄곧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지만, 한국 정부와 기업(주로 공기업), 금융회사 모두가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다는 겁니다.

탄소 감축은커녕 배출을 늘려와 '기후 깡패' 혹은 '기후 악당'으로 불리는 한국 정부, 해외에서도 석탄화력발전소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국제적으로 평판이 깎인 한국전력. 탄소 감축을 위한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하지 않고 방관하는 금융기관들까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에 다른 나라들은 정부부터 경제 분야의 각 주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한국만은 예외였다는 겁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도드라지게 기후변화 악당국가에요. 우리가 계속해서 탄소배출 증가를 멈추지 못하면 대한민국 위상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요."

"'Climate Action 100+'라는 전세계적인 기관투자가들이 모여서 기후변화 위기를 해결하려는 액션이 있거든요. (아시아 국가 중에) 한국만 없어요. 참 슬픈 일이죠.

■"탄소 배출이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겁니다."

박 부서장은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 못 하면 한국의 수출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 말합니다. 탄소 배출이 일종의 '무역 장벽'으로 작용해 수출 길이 막힐 거란 겁니다.

"굉장이 빠른 시기 안에 탄소 배출량 때문에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무역장벽이 세워질 가능성이 있죠. 그러면 이것을 그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지금도 인류의 커다란 위협인데, 지금부터 준비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이죠."

"왜 지금 할 수 있는데, 나중에 하죠?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연관기사] “이전처럼 살 수는 없습니다”…‘탄소중립’은 생존 문제 (KBS 9시 뉴스 20.12.06)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64663"

정부의 최근 탄소 중립 선언은 환영했습니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우선 앞으로의 10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때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적어도 2030년 배출량을 2010년 배출량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겁니다.

'기후위기'는 지금의 코로나19 위기보다도 훨씬 더 혹독하고, 오랫동안 이어질 거라고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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