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늙어간다” 30년 뒤 탄소흡수량 1/3토막…“어떻게 쓰냐가 관건”

입력 2021.04.05 (21:41) 수정 2021.04.05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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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5일)은 76번째 식목일입니다.

'기후 변화' 때문에 4월 5일 식목일 기온도 1940년대 7.9도에서 2010년대 9.8도로 높아지면서 아예 식목일을 3월로 옮기자는 얘기도 나옵니다.

또 한 편에선 기존에 심어놓은 나무들이 늙어버린 것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나무가 너무 늙으면 탄소를 흡수하는 양이 줄기 때문인데요.

KBS의 '탄소중립' 기획보도.

식목일을 맞아 우리 숲의 실태와 미래를 김민경, 이정훈 기상전문기자가 짚어봅니다.

[리포트]

아름드리나무가 우거진 울창한 숲입니다.

자세히 보면, 수십 년 전 식재된 엇비슷한 수종이 밀집해 있습니다.

나이별론 30년 넘은 나무가 70% 이상, 50년 넘는 나무도 10%에 이릅니다.

이렇게 우리나라 대부분의 숲은 70년대 산림녹화사업 당시 조성됐습니다.

당시엔 척박한 땅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수종 위주로 나무를 심었습니다.

오래된 나무들은 탄소를 잘 흡수할까요.

이 나무는 50년 된 리기다소나무입니다.

산림녹화 수종으로 많이 심었죠, 이 나무는 1헥타르당 연간 5.8톤의 탄소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승용차 2대가 일 년간 내뿜는 탄소량과 비슷합니다.

반면에 이 나무는 15년 된 어린 소나무인데요, 탄소 흡수량이 일 년에 10.5톤 정도니까 두 배 가까이 많습니다.

다른 나무를 살펴볼까요.

이 백합나무는 조금 전 본 소나무와 나이는 같지만 1헥타르당 탄소흡수량은 연간 14톤이 넘습니다.

이렇게 탄소의 흡수량은 나무의 종류마다, 또 나이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납니다.

그래프로 볼까요, 일반적으로 탄소흡수량은 20~30년 사이 나무에서 가장 많고 이후에는 계속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정상훈/국립산림과학원 산림기술경영연구소 : "나이가 어릴수록 그만큼 활동량이 많고 생장도 좋기 때문에 그만큼 공중에 있는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습니다."]

50년 이상 된 '늙은 숲'은 2050년엔 전체 숲 면적의 7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 흡수량도 2018년 4,560만 톤에서 2050년엔 1/3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산림청은 2050년까지, 오래된 나무는 베고 어린나무를 심는 방식으로 500여만 톤, 베어낸 나무로 화석연료를 대체해 480만 톤 등...

숲의 탄소 기여량을 애초 예상보다 1,800만 톤 정도 더 늘리겠단 계획을 세웠습니다.

30년에 걸쳐 우리의 숲을 바꾸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인 만큼 신중하고 체계적인 접근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김민경입니다.

촬영기자:최원석/그래픽:채상우

▼ ‘베고 심기’만 하면 탄소중립? “잘 쓰는 게 관건” ▼

[리포트]

첩첩이 높다란 산들 사이로 빈 공간이 보입니다.

벌채 작업이 한창인 춘천 국유림입니다.

지름 40cm, 높이 25m가량의 50년생 낙엽송을 전기톱으로 베어냅니다.

["넘어가요!"]

올해로 벌기령, 즉, 벌채할 수 있는 수령이 된 나무들입니다.

[한광철/북부지방산림청 산림경영계획팀장 : "50년 넘어도 크기가 거의 안 느는 거예요. 그때쯤 돼서 벌채할 시기가 됐다…"]

목재로서의 경제성은 높지만, 탄소 흡수량은 떨어질 무렵, 이렇게 나무를 베어냅니다.

이듬해엔 어린나무를 심습니다.

나무를 새로 심을 땅이 부족한 국내에선 이렇게 베고, 쓰고, 다시 심는 산림의 순환 과정이 탄소 저감을 위해 필수적이란 게 산림청의 입장입니다.

그중에서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나무가 흡수한 탄소를 저장하려면, 목재를 건축 자재나 가구 재료로 써야 하고, 나뭇가지 등 부산물도 발전 연료로 활용해야 탄소저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경제성이 있는 원목들과 달리 잔가지들은 값싼 수입 목재에 밀려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상당량이 산에 그대로 버려진다는 겁니다.

기존의 석탄 대신 나뭇가지로 연료를 전환한 발전소입니다.

사용 연료 가운데 국산 목재의 비율은 26%에 불과합니다.

비싸기 때문입니다.

[김동훈/한국남동발전 영동에코발전본부 차장 : "국내산이 수입산보다 많은 비용을 들여서 연소해야 되기 때문에 저희가 약간의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산림 당국과 업계에선 국산 목재에 대한 보조금 등 정부의 장려 정책이 절실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벌채 과정에서 생태계가 훼손되고, 목재를 가공하거나 운송할 때 탄소와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는 등 부작용을 우려합니다.

[김수진/기후솔루션 선임연구원 : "하루에도 수천 대씩 트럭이 수백km를 운행하면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양도 만만치 않습니다."]

목재 연료를 쓰더라도 대형 화력발전소보다는 나무를 베어낸 지역의 소규모 발전소 위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점점 늙어가는 숲을 어떻게 가꾸고 잘 써야 하는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KBS 뉴스 이정훈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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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이 늙어간다” 30년 뒤 탄소흡수량 1/3토막…“어떻게 쓰냐가 관건”
    • 입력 2021-04-05 21:41:01
    • 수정2021-04-05 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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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5일)은 76번째 식목일입니다.

'기후 변화' 때문에 4월 5일 식목일 기온도 1940년대 7.9도에서 2010년대 9.8도로 높아지면서 아예 식목일을 3월로 옮기자는 얘기도 나옵니다.

또 한 편에선 기존에 심어놓은 나무들이 늙어버린 것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나무가 너무 늙으면 탄소를 흡수하는 양이 줄기 때문인데요.

KBS의 '탄소중립' 기획보도.

식목일을 맞아 우리 숲의 실태와 미래를 김민경, 이정훈 기상전문기자가 짚어봅니다.

[리포트]

아름드리나무가 우거진 울창한 숲입니다.

자세히 보면, 수십 년 전 식재된 엇비슷한 수종이 밀집해 있습니다.

나이별론 30년 넘은 나무가 70% 이상, 50년 넘는 나무도 10%에 이릅니다.

이렇게 우리나라 대부분의 숲은 70년대 산림녹화사업 당시 조성됐습니다.

당시엔 척박한 땅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수종 위주로 나무를 심었습니다.

오래된 나무들은 탄소를 잘 흡수할까요.

이 나무는 50년 된 리기다소나무입니다.

산림녹화 수종으로 많이 심었죠, 이 나무는 1헥타르당 연간 5.8톤의 탄소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승용차 2대가 일 년간 내뿜는 탄소량과 비슷합니다.

반면에 이 나무는 15년 된 어린 소나무인데요, 탄소 흡수량이 일 년에 10.5톤 정도니까 두 배 가까이 많습니다.

다른 나무를 살펴볼까요.

이 백합나무는 조금 전 본 소나무와 나이는 같지만 1헥타르당 탄소흡수량은 연간 14톤이 넘습니다.

이렇게 탄소의 흡수량은 나무의 종류마다, 또 나이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납니다.

그래프로 볼까요, 일반적으로 탄소흡수량은 20~30년 사이 나무에서 가장 많고 이후에는 계속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정상훈/국립산림과학원 산림기술경영연구소 : "나이가 어릴수록 그만큼 활동량이 많고 생장도 좋기 때문에 그만큼 공중에 있는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습니다."]

50년 이상 된 '늙은 숲'은 2050년엔 전체 숲 면적의 7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 흡수량도 2018년 4,560만 톤에서 2050년엔 1/3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산림청은 2050년까지, 오래된 나무는 베고 어린나무를 심는 방식으로 500여만 톤, 베어낸 나무로 화석연료를 대체해 480만 톤 등...

숲의 탄소 기여량을 애초 예상보다 1,800만 톤 정도 더 늘리겠단 계획을 세웠습니다.

30년에 걸쳐 우리의 숲을 바꾸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인 만큼 신중하고 체계적인 접근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김민경입니다.

촬영기자:최원석/그래픽:채상우

▼ ‘베고 심기’만 하면 탄소중립? “잘 쓰는 게 관건” ▼

[리포트]

첩첩이 높다란 산들 사이로 빈 공간이 보입니다.

벌채 작업이 한창인 춘천 국유림입니다.

지름 40cm, 높이 25m가량의 50년생 낙엽송을 전기톱으로 베어냅니다.

["넘어가요!"]

올해로 벌기령, 즉, 벌채할 수 있는 수령이 된 나무들입니다.

[한광철/북부지방산림청 산림경영계획팀장 : "50년 넘어도 크기가 거의 안 느는 거예요. 그때쯤 돼서 벌채할 시기가 됐다…"]

목재로서의 경제성은 높지만, 탄소 흡수량은 떨어질 무렵, 이렇게 나무를 베어냅니다.

이듬해엔 어린나무를 심습니다.

나무를 새로 심을 땅이 부족한 국내에선 이렇게 베고, 쓰고, 다시 심는 산림의 순환 과정이 탄소 저감을 위해 필수적이란 게 산림청의 입장입니다.

그중에서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나무가 흡수한 탄소를 저장하려면, 목재를 건축 자재나 가구 재료로 써야 하고, 나뭇가지 등 부산물도 발전 연료로 활용해야 탄소저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경제성이 있는 원목들과 달리 잔가지들은 값싼 수입 목재에 밀려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상당량이 산에 그대로 버려진다는 겁니다.

기존의 석탄 대신 나뭇가지로 연료를 전환한 발전소입니다.

사용 연료 가운데 국산 목재의 비율은 26%에 불과합니다.

비싸기 때문입니다.

[김동훈/한국남동발전 영동에코발전본부 차장 : "국내산이 수입산보다 많은 비용을 들여서 연소해야 되기 때문에 저희가 약간의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산림 당국과 업계에선 국산 목재에 대한 보조금 등 정부의 장려 정책이 절실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벌채 과정에서 생태계가 훼손되고, 목재를 가공하거나 운송할 때 탄소와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는 등 부작용을 우려합니다.

[김수진/기후솔루션 선임연구원 : "하루에도 수천 대씩 트럭이 수백km를 운행하면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양도 만만치 않습니다."]

목재 연료를 쓰더라도 대형 화력발전소보다는 나무를 베어낸 지역의 소규모 발전소 위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점점 늙어가는 숲을 어떻게 가꾸고 잘 써야 하는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KBS 뉴스 이정훈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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