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 “그리스 얕보다간 큰 코 다친다”

입력 2009.12.05 (10:16)

"오토 레하겔 감독은 칼을 숨긴 사람이다."

지난 1994년 미국월드컵 당시 '죽음의 조'로 통했던 스페인-볼리비아-독일과 C조에 속해 스페인 및 볼리비아와 잇따라 비기면서 당시 대표팀 역대 최다 월드컵 승점(2점)을 이끌었던 김호(65) 전 대표팀 감독이 '그리스 경계령'을 펼쳤다.

김호 감독은 5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보다 그리스를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오히려 더 강한 상대가 될 수 있다"라며 "그리스 대표팀을 이끄는 오토 레하겔(71.독일) 감독의 전략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라고 밝혔다.

한국은 월드컵 조추첨 결과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그리스 등과 B조에 속하면서 최악의 조 편성을 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유럽예선 B조에서 2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에서 우크라이나를 꺾고 본선에 합류한 그리스는 역대 전적에서 한국에 1무1패로 뒤져 있다.

김 감독은 "무엇보다 레하겔 감독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오랫동안 눈여겨봤는데 굉장한 인물"이라며 "역대 전적에서 앞선다고 얕보면 크게 잘못 보는 것이다. 레하겔 감독은 9년 동안 그리스를 이끌면서 선수들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다. 칼을 숨긴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의 월드컵 예선전을 보면 상대적으로 예전 명성과 거리가 멀다"라며 "아르헨티나는 수비 조직력이 약해졌다.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의 지도자 경험이 적은 것도 문제다. 선수 기용에도 문제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그러나 상대팀을 평가하기 이전에 한국 축구의 내부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본선에서 절대 쉬운 팀은 없다. 그동안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데 급급했던 인상을 지울 수 없다"라며 "이제는 경기의 질적인 부분을 말해야 할 시기가 왔다"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또 "8강이나 16강 같은 목표를 세우고 이뤄나갈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출전에만 연연해서 '어떻게 되겠지'란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라며 "월드컵 4강 국가다운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월드컵에서 들러리 역할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감독은 "그동안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경기의 질이 나아진 것이지 한국 축구 내부의 문제가 바뀐 것은 없는 것 같다"라며 "프로축구와 유소년 축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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