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봉사하면서 슬픔 이겨내요!”

입력 2009.05.28 (08:58)

수정 2009.05.28 (11:46)

<앵커 멘트>

전 대통령의 빈소가 있는 김해 봉하마을에는 어제까지 백만 명이 넘는 추모객들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됩니다.

어제는 특히 수감중이던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봉하 마을을 찾았는데요.

최서희 기자!

그 누구보다 더 비통해 했다고요.

<리포트>

네, 어제는 구속수감돼 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풀려나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눈물로 지켜봤습니다.

깊은 슬픔에 잠긴 조문객들에게 힘을 북돋워주는 이들도 있었는데요.
바로 각지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입니다.

조문객 안내부터 식사대접, 청소까지.. 모두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서거 닷새째를 맞은 어제, 봉하마을의 표정을 취재했습니다.

<현장음> "빨리 오세요 빨리 오세요! 물은 가서 줍니다."

김해의 한 공설운동장입니다.

27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많은 조문객들을 위해 봉하마을로 가는 셔틀버스가 임시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고철수(강원도 원주시 명륜동) : "내일 장례식에서 마지막 가시는 모습 보러 왔습니다. 기다리는데 힘들지 않으세요?"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기다릴 수 있습니다.

장례 5일째인 어제로 조문객 수가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조문행렬은 이날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조문객 : "청심환 먹고 있습니다 내가 3일 동안 우유 밖에 못 먹고 있습니다 지금 씹지를 못해요."

조문객들은 줄을 서 빈소에 조문을 한 뒤, 노 전 대통령의 부모님 묘소가 안치돼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는데요.

<인터뷰> 송민석(전남 여수시) : "(노 전 대통령 부모님) 묘소가 여기 있다고 해서 물어서 찾아온 거예요. 너무 소탈하고 대통령 부모님 묘소라는 흔적이 거의 없잖아요. 눈물이 나려고 하는데...가서 편히 잠드실 겁니다."

한 조문객은 밤새 빈소를 지키고 길가에서 잠시 눈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진영(강원도 원주시) : "어제 저녁 12시쯤에 도착했죠. 밤 새신 거예요? 네. 지금 운전하고 가셔야 하니까 (잠깐 눈 붙이는 거예요) 어디서? 원주요. 강원도에서 왔어요."

밀려드는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무사히 조문을 마칠 수 있는 것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이 있기 때문인데요.

추모객 안내에서부터 식사대접, 청소에 이르기까지 봉하마을의 24시간 분향이 자원 봉사자의 힘으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조문객들에게 제공되는 일부 물자의 경우 개인이나 단체가 아무런 조건 없이 지원해준 것들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이상봉(생수공급업체) : "저희 회사가 창원에 있는데 하루에 1200개..1000개 내지 1200개 정도...(공급해주고 있습니다.) 지금 나라 국장이니까 크게 봉사하는 정신으로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심귀숙(진영농협 여성복지팀장) : "나무 농사 짓는 분들이 자기가 지은 무를 소고기 국밥 끓이는데 사용하고 싶다고 저 멀리서 가지고 오시고 또 도시락 회사의 사장님이 도시락도 협찬해 주시고..."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조문객 수로 수많은 조문객의 식사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물량 탓에 금방 동이 나 버립니다.

<현장음> 심귀숙(진영농협 여성복지팀장) : "빨리 오세요! 안 돼~100개 가지고 오세요. 지금 그럼 몇 개 되는데 그러면요? 작업 한 (고기) 30인분 빨리 가지고 오시고요."

정신없이 식사를 나눠주던 자원봉사자들, 정작 자신들의 식사는 급식소 한 켠에서 겨우 챙기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최금옥(김해시 진영읍 새마을회원) : "밥을 못 먹어서 컵라면 먹고 근근히 먹고 일하려고요. 대통령님은 밥도 못 드시고 저렇게 가셨는데 우리는 이렇게 먹으니까 마음이 안 됐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안 먹어야 하는데..."

이런 가운데 오전 11시쯤, 분향소에 국민장 공동위원장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분향소 주변을 둘러보며 추모객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는데요.

<현장음> 한명숙(전 국무총리) : "끝까지 열심히 좀 도와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여러분 손이 다 부르텄다고 들었는데 감사드립니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대한 권양숙 여사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한명숙(전 국무총리) : "권양숙 여사를 어제도 뵙고 말씀을 들었습니다만 이렇게 분향의 물결을 이루고 있는 자발적인 국민의 참여,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뜻을 밝혔습니다."

한편 이날 저녁 구속 수감 중이던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잠시 풀려나 빈소를 찾았는데요.

먼저 모습을 드러낸 참여정부 왕특보로 불렸던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숙연한 분위기에서 조문을 했습니다.

<인터뷰> 이강철(前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 "이런 참극...당한 것에 대해 정말 살아있는 제가 부끄럽고 죄스러울 뿐입니다."

그리고 구속 석 달 만에 영정 속의 노 전 대통령을 만난 민주당의 이광재 의원은 한동안 일어서지도 못한 채 흐느꼈는데요.

지키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에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안고 통곡했습니다.

<인터뷰> 이광재(민주당 의원) : "제가 할 말이 뭐가 있겠습니까? 다만 여사님과 가족들 제가 이 세상 살면서 숨이 끊어지는 그 날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역시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하루 앞둔 오늘!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온 국민이 애도하는 가운데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탈한 모습이 담긴 미공개사진까지 공개돼 다시 한 번 네티즌들을 눈물짓게 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뉴스 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