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더위도 기다림도 잊은 ‘추모 행렬’

입력 2009.05.28 (08:58)

수정 2009.05.28 (10:26)

<앵커 멘트>

빈소를 직접 찾기 어려운 사람들이 고인의 넋을 애도하는 곳, 바로 분향솝니다.

네, 빈소가 있는 봉하마을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추모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박석호 기자! 특히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세운 분향소도 많다고 하죠?

<리포트>

네. 서울 덕수궁 대한문 뿐만 아니라 재래시장과 대학 등 곳곳에 분향소가 마련돼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추모 행렬을 취재했습니다.

어제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솝니다.

한여름 같은 뙤약볕 아래,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전철역 통로까지 시민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인터뷰> 조귀영(숭신여고 3학년) : “한 시간 좀 못 되게 기다렸어요.”

추모 행렬은 시간이 흘러도 전혀 줄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양지은(서울 번동) : “당연한 거로 생각해요. 누가 시켜서 나오고 사람들이 다 나온다고 해서 휩쓸려서 나온 게 아니고 진정으로 마음으로써 애도를 표하기 위해서 나온 거죠.”

추모 인파 질서 유지부터 헌화할 국화꽃 다듬기까지, 추모객이 몰려들수록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은 더욱 바빠집니다.

<인터뷰> 김용호(자원봉사자) : “제가 여기 첫날부터 와서 꽃을 나눠줬었어요. 이틀 밤새고 어제 하루 쉬고 오늘 또 나온 겁니다.”

어렵사리 조문을 마친 후에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는 조문객들, 애통하고 그리운 마음을 글로 남깁니다.

대학교 곳곳에도 학생들이 분향소를 마련했습니다.

<인터뷰> 임지현(서울대학교 3학년) :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제 마음을 담아서 먼 곳이지만 여기서도 마음은 전해 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래 시장 입구에 분향소가 설치된 곳도 있습니다.

장사를 하다가 앞치마를 두른 채 달려온 시장 상인들과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도 조문 행렬에 동참합니다.

<인터뷰> 이연주(시장 상인) : “마음 같아서는 봉화마을 가서 고인을 추모하고 싶지만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영정을 모시고 추모할 수 있어서 좋아요.”

영정사진을 보거나 방명록에 글을 남기다가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인터뷰> 송성실(경기 시흥시) :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좋은 데 가셔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어요.”

비석을 세우는 데에 작은 정성을 보태겠다는 시민들도 있습니다.

<현장음> “여기서는 그런 것 안 받습니다.”

<현장음> “조금만 보태자. 5만 원 많지도 않고...5만 원만 비석 세우는 데 보태라고.”

제단 음식은 상인들이 십시일반 모아 구색을 갖췄고 분향소도 시민들이 돌아가며 지킵니다.

<인터뷰> 문정복(분향소 관계자) : “시민이 와서 자발적으로 밤을 새워 주시고 (밤을 새우는) 분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상인들이) 지나가시면서 많은 것을 주고 가세요.”

서울의 한 구청 대강당에도 분향소가 마련됐습니다.

멀리까지 조문을 가기 힘든 인근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인터뷰> 송수병(서울 목동) : “저희 집이 근거리이기 때문에, 지금 일하고 늦게나마 가시는 길 꼭 뵙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특히 자녀의 손을 잡고 온 가족 조문객과 교복을 입고 온 학생 조문객들이 많습니다.

<인터뷰> 방태성(고등학교 3학년) : “학교 끝나고 원래 야간자율학습을 해야 하는데요. 야간자율학습하면 11시에 끝나서 못 올 것 같아서 여기 먼저 찾아뵙고 학원 가려고요.”

이 분향소는 정부에서 지정한 서울시 4개 구청의 공식분향소와는 별도로, 지역 주민들을 위해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문을 연 지 사흘 만에 7천여 명의 시민들이 다녀갔습니다.

<인터뷰> 이용환(양천구청 홍보정책과장) : “주민 편의를 도모하고 더 많은 분이 조문하게 해드리고자 자체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하게 됐습니다.”

사찰 입구에도 시민들의 마음을 담은 노란 리본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게시판과 방명록에 못 다 한 말을 전하고 유언을 소리 내어 읽어보는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합니다.

<인터뷰> 정성문(경기 용인시) : “특히 감명 받았던 것은 5공 청문회 때 한 인간으로서 눈물로 호소할 때 (그것이) 너무나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저녁이 되자 덕수궁 분향소에는 더욱 많은 추모 인파가 몰렸습니다.

묵념과 추모사로 시작해 동영상 상영으로 이어진 추모제에는 시민들의 끝없는 애도가 밤늦도록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김혜림(서울 시흥동) : “다른 데에 있다가 추모제 때문에 왔는데 그냥 마음으로 기리려고요.”

서거 엿새째,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시민 분향소’의 추모 열기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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