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휴업 학생들, PC방·노래방으로…

입력 2009.11.04 (08:59)

수정 2009.11.04 (09:39)

"학교에선 신종플루에 감염될 수 있으니 PC방에 가지 말라고 하지만 학교에 안 가면 마땅히 갈 곳이 없어요"
휴업 조치로 문을 닫은 경기북부지역 각급 학교 학생들이 학원 외에 PC방과 노래방 등으로 몰리고 있으나 위생 사각지대로 방치되면서 '휴업으로 신종플루 대유행을 막아보겠다'는 보건당국의 당초 취지와 달리 감염 확산 우려를 낳고 있다.
4일 오전 의정부시내 아파트 단지 인근 건물 지하에 있는 한 PC방에는 20평(66㎡) 남짓한 공간에 초등학생과 중학생 등 10여명이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들은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하는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를 열심히 조작하고 있지만 주위에 손 소독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더욱이 출입문과 작은 환풍기가 설치돼 있을 뿐 사실상 밀폐된 공간이었다.
이 곳에서 만난 초등학교 6학년 권모(12)군은 "신종플루가 의심돼 병원에 다녀왔는데 결과는 아직 모른다"며 "학원 수업도 오후고 집에 있기 심심해 동생과 PC방에 왔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고양시내 학원가 인근 노래방에서도 학생 두 무리가 마이크를 돌려가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박모(13.중1년)군은 "학원에 가기 전 친구들과 노래 부르러 왔는데 특별히 노래방에서 신종플루에 전염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노래방 업주 A(33)씨는 "신종플루가 유행한 이후 손님이 30∼40% 정도 줄었지만 학교에 가지 않는 학생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며 "마이크 덮개를 매번 교체하고 청소를 자주하는 것 외에 특별한 예방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신종플루를 퍼트리는 통로가 될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의정부 학부모 이모(43.여)씨는 "신종플루 확산을 막겠다고 막상 휴업을 하지만 소독제 하나 비치되지 않은 곳에 모이면 말짱 헛일"이라며 "아이들의 외부 활동을 막기도 어려워 참 난감하다"고 말했다.
휴업 중인 학교 교사들도 학교 주변 순찰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의정부 모 초등학교 송모(58.여) 교사는 "순찰하다 학생들이 PC방이나 문방구, 상가 등에 떼를 지어 있으면 귀가 조치하지만 일일이 살피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신종플루가 대유행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학생들이 좁은 공간에 모이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북부지역에서는 전체 휴업 68개교를 포함해 총 210개교가 전체 또는 학급별 휴업에 들어갔으며 확진 학생 수도 1만6천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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