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대책본부 가동 첫날…시민 차분

입력 2009.11.04 (10:54)

대유행 단계에 접어든 신종플루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통합ㆍ조정 기구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발족한 4일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차분한 분위기를 보였다.
국가전염병재난단계가 최고 수위인 `심각'으로 격상된 터라 더욱 불안해하는 시민도 있었지만, 아직 대책본부 차원의 지침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지 학교나 거점병원, 약국 등은 이전과 다름 없이 운영되고 있다.
이날 오전 중구 인현동의 덕수중학교 정문으로 등굣길을 재촉하는 학생들은 전날까지 기습한파가 몰아친 탓인지 대다수가 목도리와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국가에서 신종플루를 `심각'한 수준으로 판단했음에도 학생들의 표정에는 그다지 심각함이 묻어나오지 않았다.
다만, 학생들은 예방 백신을 예정보다 보름가량 빨리 접종한다는 사실에는 높은 관심을 보였다.
2학년 채승재(14)군은 "재난단계가 심각으로 올라가면서 백신을 빨리 맞게 돼 좋다.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돌려 맞을지 말지 부모님의 동의를 받아오라고 했고, 접종 장소도 학교나 병원 둘 중에 고르라고 했다"고 전했다.
기은아(15)양은 "선생님들도 백신을 맞으면 좋겠고 주사를 맞으면 과연 예방이 되는 건지, 안심하고 맞아도 되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조예빈(14)양도 "백신 접종에 대한 설명을 유인물로 나눠줄 게 아니라 자세히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종플루로 가장 몸살을 앓았던 거점병원에서도 재난단계 최고위 격상이나 대책본부 가동 이전과 별다른 변화를 볼 수 없었다.
이날 오전 9시께 신촌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진료소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10여명 정도가 모여 있었다.
환자들이 신종플루 전용 진료소에 줄을 지어 차례를 기다리던 장면은 타미플루 처방과 판매를 동네 병의원과 일반 약국에서도 할 수 있게 되면서 이미 사라졌다는 것이 병원 관계자의 전언이다.
두살배기 아들과 병원을 찾은 이모(29.여)씨는 "아이가 열이 조금 있어 혹시나 싶어 병원을 찾았다"며 "정부의 대응이 `심각'으로 올라가고 범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세운다고 하니 더욱 불안하고 심각하긴 심각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4)씨도 "사흘 전부터 코감기가 있었는데 어제부터 열이 조금 나 등굣길에 잠시 들렀다"며 "정부가 나섰으니 조만간 유행이 사그라지지 않을까 기대도 되지만 휴교령 등 구체적 사항이 빠져 아쉽기도 하다"고 했다.
병원과 마찬가지로 환자들을 가장 많이 대면하는 약국 분위기도 평소와 비슷했다.
광진구 자양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모(47.여)씨는 "심각 단계로 격상되고서 큰 변화는 없다"며 "다만 손님 대부분인 노인분들은 마스크를 많이 쓰는 것 같고 이것저것 자신의 몸 상태를 자세히 묻는 분도 조금 늘었다"고 전했다.
인근 약국의 김모(64) 약사도 "심각이다 뭐다 해서 시민 불안감이 커지는 것 같다"며 "신종플루가 별것 아닌 것은 아니지만, 위기감을 높이는 것보다 국민이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진정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슈

‘신종 플루’ 대유행 예고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