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공포…“수술 미룰 수 없나요?”

입력 2009.11.04 (11:55)

"수술 받은 직후에는 몸이 약해질 텐데 신종플루에 걸리진 않을까 불안해요."
신종플루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일부 환자들이 면역력 저하에 따른 감염을 우려해 수술을 미루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회사원 박모(44)씨는 지난달 30일 받기로 했던 타석(침샘에 생긴 돌) 제거 수술을 한 달 가량 미뤘다.
최근 목이 붓고 입안이 아파 청주시내 한 거점병원 이비인후과를 찾았던 박씨는 타석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 날짜를 잡았지만 의사와 상담 끝에 12월 초로 수술을 연기했다.
수술을 하면 신체 저항력이 약해지는 데다 병원 안에서 신종플루 환자들과 접촉이 많은 의료진들을 대하기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박씨는 "의사는 당장 수술해도 관계가 없다고 했지만 만의 하나 면역력 약화로 인한 감염 우려가 있다는 충고를 듣고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성형외과에서도 수술을 미루는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복부 지방흡입 수술을 계획했던 강모(27.여)씨는 "절개부위가 크진 않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수술 후에는 면역력이 약해지지 않겠느냐"며 "급하지도 않은데 굳이 지금과 같은 시기에 할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에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성형외과가 몰려있는 서면 지역의 병원을 중심으로 급하지 않은 시술을 미루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쌍꺼풀이나 코 등 비교적 간단한 수술은 크게 걱정하지 않지만 안면윤곽이나 가슴성형 등 전신마취를 요하는 수술 대상자들 가운데 불안감 때문에 일정을 연기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고 전했다.
환자 본인이 수술 전 신종플루에 감염됐는지 확인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광주 조선대병원의 한 의사는 "증상이 없는 환자들도 발열체크 등 신종플루 증상이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요구하곤 한다"며 "신종플루 감염자는 수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의료진도 환자의 요구와 무관하게 관련 증상 유무를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몸에 이상이 없는 데도 막연한 공포심에 수술을 미루는 것은 되레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청주성모병원 이상록 감염관리실장은 "의사의 특별한 지시가 없다면 수술을 미룰 이유가 없다"며 "지금은 병원내 감염보다는 외부 접촉으로 인한 감염이 대다수다. 치사율도 계절독감과 다르지 않은데 단순히 공포심 때문에 치료를 미루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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