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안전 자격증, 나흘 만에 ‘뚝딱’

입력 2014.11.13 (21:31) 수정 2014.11.1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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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정규모 이상의 건물에는 반드시 전문 자격을 가진 소방 안전관리자를 두어야합니다.

그런데 이 관리자 자격증을 너무 쉽게 딸 수 있어서 실제 화재시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의문입니다.

정새배 기자입니다.

<리포트>

8명이 숨지고, 백 명 넘게 다친 고양 버스터미널 화재.

소방설비가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고, 건물 소방안전관리자는 구속됐습니다.

불이 나면 큰 피해가 날 수 있는 대형 건물은 반드시 소방안전관리자를 두어야 하는데, 건물 규모에 따라 특급과 1급, 2급 등 3종류로 나뉩니다.

소방안전관리자 자격 취득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교육장을 찾아 기자가 직접 2급 자격증 취득에 도전했습니다.

교육비는 약 13만 원, 나흘 동안 30시간 과정입니다.

기간이 짧다 보니 교재 진도를 하루에 많게는 100쪽이나 나갑니다.

수업이 부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녹취> 강사(음성변조) : "건식은..이런 내용은 모르셔도 되고요. 작동하는 내용만 볼게요."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을 만지고 잠을 자도 제지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녹취> 강사(음성변조) : "몰라도 상관 없다,난 합격만 하면 된다라는 게 대부분 아니에요?"

마지막 나흘째에 치르는 시험의 합격선은 60점인데, 평균 합격률이 80%를 훌쩍 넘어 운전면허 학과 시험보다도 높습니다.

기자가 수강한 학급은 90%를 넘겼습니다.

이렇게 4일 간의 교육만으로 저도 소방안전관리자가 됐습니다.

당장 뒤로 보이는 저런 대형 건물의 소방 안전을 책임질 자격이 생긴 겁니다.

소방안전관리자는 소방계획서 작성, 자위소방대 조직 같은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자격증을 따고 2년에 한 번 보수보강 교육을 받은 사람도 기본적인 장비 사용법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녹취> 2급 소방안전관리자 취득자(음성변조) : "저도 솔직히 이런 거(자격증) 취득하고 보수 교육도 받았지만 작동법에 대해서 잘 아는 건 별로 없어요."

소방방재청은 규제 개혁 차원에서 교육 시간을 줄인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인터뷰> 박상열(소방방재청 소방제도과) : "소방안전관리자 교육 시간을 늘리기에는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가 있지만 소방안전관리자의 현장 실무 중심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다중 이용 시설의 화재 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선 소방안전관리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관리가 시급합니다.

KBS 뉴스 정새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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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방 안전 자격증, 나흘 만에 ‘뚝딱’
    • 입력 2014-11-13 21:32:50
    • 수정2014-11-14 22: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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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정규모 이상의 건물에는 반드시 전문 자격을 가진 소방 안전관리자를 두어야합니다.

그런데 이 관리자 자격증을 너무 쉽게 딸 수 있어서 실제 화재시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의문입니다.

정새배 기자입니다.

<리포트>

8명이 숨지고, 백 명 넘게 다친 고양 버스터미널 화재.

소방설비가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고, 건물 소방안전관리자는 구속됐습니다.

불이 나면 큰 피해가 날 수 있는 대형 건물은 반드시 소방안전관리자를 두어야 하는데, 건물 규모에 따라 특급과 1급, 2급 등 3종류로 나뉩니다.

소방안전관리자 자격 취득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교육장을 찾아 기자가 직접 2급 자격증 취득에 도전했습니다.

교육비는 약 13만 원, 나흘 동안 30시간 과정입니다.

기간이 짧다 보니 교재 진도를 하루에 많게는 100쪽이나 나갑니다.

수업이 부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녹취> 강사(음성변조) : "건식은..이런 내용은 모르셔도 되고요. 작동하는 내용만 볼게요."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을 만지고 잠을 자도 제지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녹취> 강사(음성변조) : "몰라도 상관 없다,난 합격만 하면 된다라는 게 대부분 아니에요?"

마지막 나흘째에 치르는 시험의 합격선은 60점인데, 평균 합격률이 80%를 훌쩍 넘어 운전면허 학과 시험보다도 높습니다.

기자가 수강한 학급은 90%를 넘겼습니다.

이렇게 4일 간의 교육만으로 저도 소방안전관리자가 됐습니다.

당장 뒤로 보이는 저런 대형 건물의 소방 안전을 책임질 자격이 생긴 겁니다.

소방안전관리자는 소방계획서 작성, 자위소방대 조직 같은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자격증을 따고 2년에 한 번 보수보강 교육을 받은 사람도 기본적인 장비 사용법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녹취> 2급 소방안전관리자 취득자(음성변조) : "저도 솔직히 이런 거(자격증) 취득하고 보수 교육도 받았지만 작동법에 대해서 잘 아는 건 별로 없어요."

소방방재청은 규제 개혁 차원에서 교육 시간을 줄인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인터뷰> 박상열(소방방재청 소방제도과) : "소방안전관리자 교육 시간을 늘리기에는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가 있지만 소방안전관리자의 현장 실무 중심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다중 이용 시설의 화재 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선 소방안전관리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관리가 시급합니다.

KBS 뉴스 정새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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